바닥에 대하여
정호승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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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도종환 시인의 <길>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바닥에 대하여>를 읽고 <길>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올려 봅니다 ^ㅅ^
가끔 이렇게 시 한 편, 힘과 위로가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