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모녀가 검찰 수사를 앞두고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연일 국내외에서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증거인멸과 야반도주를 반복하고 있다. 언론이나 수사기관보다 반보 빠른 실행력에 비춰볼 때 ‘제3의 기관’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독일은 테러 위협 때문에 보증인이 불확실하면 외국인에게 부동산을 매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씨가 독일에서 수행팀을 이끌고 왕성하게 활동했다는 점에서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 등에서 이 같은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국내에서도 최씨의 행적을 감추기 위한 ‘주변 정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월 초 최씨가 정·재계 인사들과 접촉해온 서울 논현동 ‘테스타로싸(Testa Rossa)’ 카페가 문을 닫았다. 비슷한 시기 최씨가 ‘회장’으로 불리던 더블루K 한국 법인도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최씨의 신사동 건물에서도 지난주 수상한 일이 벌어졌다.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건물 5~7층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들이 밤늦게 찾아왔다. 이들은 입실 후 한참 뒤에야 검정 쓰레기봉투에 갖은 물건들을 챙겨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