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자:
스님, 처음 뵙겠습니다.
스님께 두 가지 말씀 여쭙고 싶은데
하나는
기도할 때 집중이 잘 안됩니다.
기도문을 외울 때도 그렇고 성심성의껏 한다고 하는데도 하다보면
어떨 때는 집에 어제 있었던 일도 생각나고,
또 어떨 때는 백화점 세일하는 것도 생각나고(청중들 웃음)
그래서 날마다 하면 조금씩 좋아지기는 하는데 항상 집중이 잘 안돼서
어느 스님이 쓰신 책에 기도문을 외울 때 자기 음성이 귀에 들리면 집중이 되는 거라고
그래서 따라도 해봤는데 그것도 좀 잘 안되고 그래서 집중하는 방법이 있는가 싶기도 하고,
두 번째는
제가 누구하고 갈등이 있을 때마다
제가 ‘큰마음을 내겠다’ 이렇게 하다가도 항상 그 다음에 따라오는 거는
‘왜 나만 그래야 돼?’
남편하고 갈등, 자식하고 갈등, 동서간의, 형제간의 갈등이 있을 때
‘왜 나만 큰마음을 내야 되는 가?’
이렇게 자꾸 마음에 생깁니다.
법륜스님:
후자부터 먼저 얘기하면
내가 마음을 내면 내가 좋기 때문에 내가 마음을 내는 거예요.
내가 상대를 이해하면 내 마음이 편안하고
내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내 마음이 답답하니까
내가 이해하는 마음을 내는 거예요.
그 상대를 위해서 내는 거 아니에요. 나 편하자고 내는 거예요.
나 편하자고.
상대를 미워하게 되면 내가 괴로워지니까.
상대를 이해하면 내가 마음이 편하니까 내가 내는 거예요.
그러면 ‘왜 나만 내야 되나’ 이렇게 생각이 들면 내지마세요.(청중들 웃음)
내지 않으면 자기가 괴로워지지 뭐.
이거는 이렇게 마음을 내면 죽은 뒤에 천당 간다든지 복 받는다 이런 얘기가 아니에요.
원리가 그렇다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마음을 내면 내가 좋아진다는 거야...
이 세상 대부분 사람들이 인생이 괴로운 거는
자기 관점에 서서 자기 의견을 고집하고 상대를 고치려고 하니까 인생이 피곤하거예요
지금. 여러분들 다른 사람 얘기하는 거 들어보면
자기는 막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하는데 들어보면 어때요?
세상살이 수많은 가운데 하나잖아 그죠?
요즘 만약에 주식투자를 많이 하지 않습니까? 부동산 투자를 많이 하잖아요?
그러면 모든 투자한 사람이 계속 벌어야 돼요? 번 사람도 있고 잃는 사람도 있어야 돼요?
번 사람도 있고 잃는 사람도 있어야 되겠지?
그러니까 평균적으로 보면
누가 돈을 잃었다 그래도 크게 뭐... 돈 벌려고 하다가 잃는 게 당연하죠.
또 ‘대학시험 치는 애는 100만 명이고 대학정원은 50만 명이다’ 그러면
50만 명 떨어져야 돼요? 안 떨어져야 돼?
떨어져야 돼. 달리 길이 없잖아?
그 당사자들은 굉장히 큰 문제지만 뭐 여러분들이 볼 때 별 큰일 아니잖아?
요즘 곧 있으면 보궐선거 돼가지고 누구는 걸리고 누구는 떨어지고 하는데
그 선거하는 사람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은 큰일이잖아 그지?
여러분들이 볼 때는 별일 아니지? 그거 떨어졌다고 죽을 일이여?
아니잖아.
그런 것처럼
나만 쳐다보면 굉장히 큰일 같지만은 그냥 들어 내놓고 보면 큰일은 없어요. 이 세상에.
그러니까 내가 나에게 사로잡히게 되면 이게 큰 일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상대를 이해하고 보편적인 생각을 갖게 되면
내가 어떤 상황이 돼도 편안해 질 수가 있다... 이런 얘기예요.
근데 내가 나한테 사로잡혀서 내 고집대로 하려고 그러면
조그마한 일도 굉장히 큰일이 되어 버려.
그래서 내가 괴롭다...
그래서 내가 상대를 이해하라는 거예요.
뭐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요.
그러니까 남편 좋으라고 남편 이해하라는 게 아니에요.
내 좋으라고 이해하라는 거예요. 내 좋으라고.
그럼 내가 남편 어차피 그렇게 생긴 거 이해 안하면 어떡할 거예요?
이번에 미국 갔더니 어떤 분이 이렇게 질문합디다. 손을 번쩍 들더니,
‘스님요.’
‘왜?’
‘스님은 왜 여자만 자꾸 참회하라 그래요? 남자 좀 하면 안돼요?’ 이래
‘남자 하면 되지.’
‘그럼 남자들보고 좀 참회하라 그래요.’ 그래.
‘그래 알았다. 남자들 참회 좀 해라.’ 내가 그랬지.(청중들 웃음)
그런다고 뭐가 해결이 돼요? 내가 그랬어요.
‘우리 어머니도 여잔데 내가 여자 편들지 뭣 땜에 남자 편들어?’ 내가 이랬어요.(청중들 웃음)
그러니까 질문하는 당사자 편을 들어서 얘기 하는 거예요. 질문하는 당사자.
만약에 남편이 나한테 질문을 하면서
‘아내 때문에 못 살겠다’ 그러면 어때요? 그런 아내는 어떻게 할 거예요?
길은 두 가지예요.
‘안녕히 계십시오.’하던지
내가 맞추든지.
달리 길이 없잖아?
'아내 좀 뜯어 고치면 안돼요?' '고쳐라.'
그게 고쳐지면 물을 이유가 뭐가 있어요?
나한테 와서 물을 땐 안 고쳐진다는 얘기 아니에요 그죠?
내가 말하는 건 고칠 생각을 내려놔라 이 말이야.
그래서 자기 자신도 고치려고 하는데 잘 안 고쳐지잖아요?
근데 우리가 어떻게 남을 고쳐요?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숫제 여러분들이 세상은 고치기 쉽습니다. 알았어요?
제일 고치기 어려운 사람이 누구다? 남편과 아내에요.
아내는 남편 고치기 어렵고, 남편은 아내 고치기 어려워...
내가 그래서 대신 고쳐주잖아.(청중들 웃음)
남편들을 위해서 아내 고쳐주고, 아내들을 위해서 남편 고쳐주고,
자식들을 위해서 부모 고쳐주고 그러잖아.
숫제 제가 얘기를 하면 말을 더 잘 들어요.
근데 보살님도 내가 얘기하면 듣지 남편이 얘기하면 절대로 안 들어.
근데 당신 남편도 당신이 얘기하면 절대로 안 들어.
그래서 나한테 부탁해서 ‘좀 고쳐주세요.’ 이러고 싶지만
나는 그렇게 남 부탁받곤 절대로 안 해줘요.(청중들 웃음)
그래서 내 생각을 바꾸고 내 생각을 넓히면 내가 좋기 때문에 고치라는 거예요...
첫 번째 질문은 뭐였어요?
질문자:
기도할 때...
법륜스님:
아 잡념이 많다?
질문하는 보살님만 그런 게 아니고 여기 앉아있는 사람 다 그래요.
백화점 정도가 아니라 저 우주까지도 왔다 갔다 해.(청중들 웃음)
어린 시절 왔다 갔다 했다가, 저 우주로 왔다 갔다 했다가,
소설책을 왔다 갔다 했다가, 본 영화를 왔다 갔다 했다가, 옛날 애인하고 놀았다가...
뭐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괜찮아 그거는. 큰 문제 안돼요.
그럴 때 이렇게 봐야 돼요.
‘아 내 속에 늘 이런 번뇌가 일어나는 구나.’
일상생활 속에선 잘 못 느끼지?
지금도 계속 그게 일어나고 있어요.
근데 지금 이렇게 생방송이 쎄다 보니까 녹화방송이 지금 눌려서 밑에 있거든요?
눈만 딱 감고, 귀만 딱 막고 생방송만 꺼주면 그게 막 금방 올라와서 이렇게 노는 거예요.
그러니까 첫째,
‘아 내가 참 번뇌가 많구나’ 이렇게 알면 되지
이걸 없애야 된다든지, ‘나는 왜 많나’ 이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 다음 두 번째,
참회를 할 때 기도문이 뭐에요?
질문자:
예. 지금 제일 급한 거는 애 수능 기도... 100일 기도... 하는 겁니다.
법륜스님:
그러니까 100일 기도를 어떻게 하느냐 이거야. ‘수능에 걸리게 해주세요.’ 이렇게 기도해요?
질문자:
애가 좀 성격이 강해서
‘저 강한 성격을 좀 부드럽게 할 수 있게 저를 좀 바꾸게 해주십시오.’
이렇게(웃음) 기도합니다.
법륜스님:
기도를 그렇게 엉터리로 하니까 (청중들 웃음) 자꾸 번뇌가 생기지...
그러니까 아이를 생각할 때는 수능 기도를 할 때,
그 공부하기 싫은 아이, 시험에 임박해서 불안한 아이 있잖아요, 심리가. 그죠?
엄마가 더 불안할까? 애가 더 불안할까?
애가 더 불안하지?
‘그런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겠습니다.’
이런 기도를 해야 돼.
그래야 애가 공부를 안 해도 농땡이를 쳐도 불안해해도
그 마음이 내가 이해가 돼서
‘그래 그럴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이렇게 안정을 시켜줄 수 있단 말이야...
‘내일 모레 시험인데!! 니 지금 뭐하는 짓이야!? TV나 보고!!’
심리가 불안하니까 TV앞에 서있단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그 마음이 이해되면 같이 좀 옆에 앉아 있다가
‘아이고 공부하기 힘들지? 뭐 맛있는 거 줄까?’
이렇게 대화를 조금 하다가
‘그래도 이제 며칠 남았으니까 어떻게 해야 될까?
힘든 건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시험 안칠 수는 없지 않느냐’
이렇게 얘기 하면 조금 있다가 올라가지만은
내리 ‘내일 시험인데 니 지금 뭐하는 짓이야!!
엄마는 죽어라고 기도 다니는 데 니가 이래도 되겠어?’
이런 식으로 하면 애가 올라가긴 올라가죠.
올라가서 기분이 좋으나 나쁘나?
기분이 나쁘니까 문 잠그고 침대 가서 누워서 자버린단 말이야...
그러니까 실제로 도움이 안 된다는거야...
그래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겠습니다.’ 이렇게 기도해야 돼...
그럼 애가 떨어졌다 해도, 애가 시험을 못 쳤다 해도
그 마음이 이해되는 기도를 했기 때문에
‘괜찮다. 내년에 한번 더하면 되지.’ 이렇게 된단 말이야...
그것 가지고 초조, 불안 안하고.
질문자:
네. ‘애를 이해하겠습니다. 저를 바꾸겠습니다.’ 이렇게 기도하면...
법륜스님:
‘저를 바꾸겠습니다.’ 그런 말 붙이지 마.
질문자:
그렇게 기도를 해서 아마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힘든데 항상 ‘괜찮다’ ‘괜찮다’ 이렇게 하니까 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법륜스님:
그래서 '아이를 이해하겠습니다.' 이렇게 기도하고 두 번째는,
남편한테 참회기도를 하세요...
아이가 성격이 좀 강하다하면 내가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아이가 성격이 강하거든요?
그러면 '내 성격 줄이겠습니다.' 이런다고 되는 게 아니란 말이야.
남편한테 숙이면 내 성격이 저절로 부드러워지는 거거든요?
그게 아이에게 전달이 되기 때문에
그 문제는 ‘내 성격 바꾸겠습니다.’ 라든지 ‘강한 성격 버리겠습니다.’ 이러지 말고,
남편한테
‘아이고 여보 자꾸 제가 세워서 미안합니다. 제가 참회합니다.’
이렇게 기도해.
내가 남편한테 참회기도를 하면
어제 생활을 가만히 절하면서 생각해보면 참회할 일이 많아요? 없어요? 많지?
또 ‘아이 마음을 이해하겠습니다.’ 할 때도
아이마음을 실제로 이해 안한 게 많잖아 그지?
그런 거 하나하나에서
‘아이고 내가 그것도 놓쳤네.’
‘아이고 얼마나 공부하기 싫으면 TV봤는데 그걸 내가 또 야단 쳤네.’
‘아이고 남편이 뭐라 뭐라 하는데 ‘네 알았어요. 여보’ 이러면 되는데
또 내가 어쩌고저쩌고 했네’
이렇게 참회를 하면 딴 생각들이 들어도 별로 없어요. 그렇게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