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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전히 살아갈 가치가 있구나.
게시물ID : lovestory_767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메롱(탈퇴)
추천 : 4
조회수 : 104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2/08 0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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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눈을 떴는데 침대 사이로 비추는 햇살이 너무 아름다워서
하루 시작하기 전에 지금의 이 감상과 느낌을 글로 적어보려 해요.
삶은 여전히 아름다워요. 단 한 순간도 아름답지 않았던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아름답지 않은 날이 없을 거에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저는 그리 완벽한 삶을 살고 있지 않아요.
게다가 직업은 있지만 여전히 고민이 많고, 보류해둔 꿈, 목표했던 것들이 지금도 제 발목 언저리께를 잡아 당기네요.
더불어 작년의 큰 아픔도 여전히 저를 잡아당기는 것이 느껴져요.

저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그토록 깊은 상처와 절망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어요.
지난 해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해였어요. 부모님의 이혼도, 집안의 파산도, 어머니의 건강 악화도, 그리고 제 자신의 온갖 절망적인 상황도 맞닥뜨렸지만 사랑했던 그 사람을 떠나 보내게끔 만든 제 자신이 밉고 떠난 그 사람이 미워 매일 의자에 앉아 끅끅대며 눈물을 삼켰죠. 
제가 사랑했던 사람이 떠나고 제 인생은 완전히 꺾여버린 대나무마냥 갈라졌어요. 시계태엽처럼 돌아갔던 삶이 정지했고 저는 세상이 유령처럼 투명하게 변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밥도 넘길 수 없었고 물건을 손에 쥐었을 때 그 감각을 느낄 수조차 없었어요.
알아요. 극복하지 못 한 것은 제 잘못이죠. 저는 비겁한데다 겁쟁이였으니까요. 하지만 그 모든 삶의 고통들을 극복했으면서도 그 사람이 떠났을 때는 도저히 극복 못 할 무언가를 마주한 기분이 들었어요. 극복하기 위해, 살기 위해 저는 뭐라도 했어야 했던 것 같아요. 발이 퉁퉁 부으면서까지 이 악물고 산을 오르내리며 뛰기도 했었고, 혼자 여행을 가기도 했었고, 인사불성으로 취해 보기도 했었네요.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지만 누군가를 만나려고 부단히 애쓰기도 했어요. 군대 있었을 때 저는 여자친구와 헤어져 자해를 했던 후임을 크게 야단치기도, 어르고 달래기도 했었는데 이제야 그 아이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았습니다. 못된 집착이었네요. 하지만 사람들이 말하듯 쿨하게, 그저 쿨하게 그 시간들을 그리고 그 사람을 보낼 수 있었을까. 다시 묻는다면 저는 자신이 없어요. 못됐지만 너무 못돼고 못났지만 사랑이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이따금씩 그 사람 생각이 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생각들과 함께 웃을 수 있어요. 너무나 멋진 추억을 안겨준 사람이었고 그 사람 자체로도 광채가 나는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이었으니까요. 나는 정말 못된 남자친구였고 애인이었고 인간적으로도 덜 성숙한 인간이라 상처도 많이 줬지만, 그래 그래서 떠났구나, 모든 것을 모두 체념하고 내려놓은 그 순간에도 아름답고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으로서 사랑했어요. 참 밉기도 많이 했지만.

"그렇게 아파하더니 이젠 좀 사람같다?"
저는 친구가 많지 않지만 ㅋㅋㅋ 당시에 힘들어서 술 같이 마시던 친구들이 물어볼 때가 있었어요.
어떻게 이겨냈냐면.. 그 사람이 아름답고 멋지고 그래서 내 자신이 너무 밉고 바보같고 그 사람들이 나 때문에 아파하면 내 자신이 싸이코패스나 살인마처럼 느껴지는 그 순간들 가운데서도,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제 자신을 사랑했으니까요. 나는 특별하다고 언제나 생각해요. 특히 여행을 다닐 때 그런 느낌이 있어요. 펼쳐진 너무나 멋진 광경을 보며 일부러 눈을 깜빡여 보기도 하고, 손을 쥐었다 펴 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참- 멋진 풍경을 보고 있는 내 자신의 존재가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죠. 그래서 보고싶고 가슴 아프고-한 그런 마음들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좀 더 성숙해진 존재로서의 제가 됐네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오래 흘렀네요. 아팠던 기억들 떠올리며 또 살짝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키보드 위에 손 놀리는 것을 잠시 멈추기도 했어요. 아직도 많이 아파요. 하지만 이제는 아픔을 견디면서 걸을 수도 뛸 수도 있죠. 밤이 무르익으면 아침이 옵니다. 저는 그렇게 느껴요. 제 인생에 태양이 떠오르고 있고 저는 준비돼 있습니다. 빗줄기 속을 내달리면서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마라토너처럼.

요즘은 짬짬이 시간을 내 온라인 서점에 출판할 소설을 적고 있습니다. 
당연히 영업하는 건 아니고 ㅋㅋㅋ 글쎄요, 삶이라는 게 어찌 이리 거칠게 휘몰아치면서도 도도히 흘러갈 수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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