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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story_767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0
조회수 : 146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2/04 18:38:20
박인걸, 빗소리 연가
허공을 맴돌아
꽃잎에 앉으려던 빗방울이
나의 소식이 궁금한 듯
창문을 두드리기에
가까이 다가가
빗줄기를 바라보니
가슴속으로 파고들어
마음속 까지 촉촉이 적시네
메말랐던 마음 밭에
물기가 돌고
고개를 떨어뜨린 풀꽃들이
웃으며 일어서고
묻혔던 그리움도
새싹이 돋기 시작하는 듯
가느다란 빗소리는
단단히 잠근 옛 사랑의
빗장마져 풀게하네
박완서, 봄꽃 편지
바람이 놀다 간 자리
몰래 살이라도 섞었는지
막, 배가 불러오는
봄꽃들
그 간질간질한 마음을 손에 담아
보내고 싶었다, 너에게
오세영, 라일락 그늘에 앉아
맑은 날
네 편지를 들면
아프도록 눈이 부시고
흐린 날
네 편지를 들면
서럽도록 눈이 어둡다
아무래도 보이질 않는구나
네가 보낸 편지의 마지막
한 줄
무슨 말을 썼을까
오늘은
햇빛이 푸르른 날
라일락 그늘에 앉아
네 편지를 읽는다
흐린 시야엔 바람이 불고
꽃잎은 분분히 흩날리는데
무슨 말을 썼을까
날리는 꽃잎에 가려
끝내
읽지 못한 마지막 그
한 줄
이문재, 밖에 더 많다
내 안에도 많지만
바깥에도 많다
현금보다 카드가 더 많은 지갑도 나다
삼년 전 포스터가 들어 있는 가죽 가방도 나다
이사할 때 테이프로 봉해둔 책상 맨 아래 서랍
패스트푸드가 썩고 있는 냉장고 속도 다 나다
바깥에 내가 더 많다
내가 먹는 것은 벌써부터 나였다
내가 믿어온 것도 나였고
내가 결코 믿을 수 없다고 했던 것도 나였다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안데스 소금호수
바이칼 마른 풀로 된 섬
샹그리라를 에돌아 가는 차마고도도 나다
먼 곳에 내가 더 많다
그때 힘이 없어
용서를 빌지 못한 그 사람도 아직 나였다
그때 용기가 없어
고백하지 못한 그 사람도 여전히 나였다
돌에 새기지 못해 잊어버린
그 많은 은혜도 다 나였다
아직도
내가 낯설어 하는 내가 더 있다
김설하, 그대 봄비처럼 오시렵니까
밤새 잠 못 이룬 나의 창가에
속삭이며 내리는 봄비가
내 마음으로 스며들어
온 가슴 빗소리로 자욱해지면
꽃잎 되어 스러질 것만 같습니다
물먹은 솜처럼 외로움에 젖어서
영원히 가라앉아 버릴까봐
잠 못 이루는 날 많아져서
비되어 하염없이 떠내려가다가
그대 가슴으로 스며들고픈
하루가 갑니다
마음 꽁꽁 묶어 놓아도
보고픔은 자꾸만 커지고
맨발로 뛰쳐나간 길 위에 서 있는
그림자 하나 내 것 같아서
눈감고 가슴을 닫아도
되돌아 뛰어가고 싶은
어른거리는 얼굴이 나를 울리는
그대 봄비처럼 내게 오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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