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詩 이야기_키팅 선생과 죽은 시인의 사회
게시물ID : lovestory_766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마비어
추천 : 2
조회수 : 77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1/28 03:01:34
1.
시인은 은유와 비유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발견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온 몸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세상을 바라다보면

우리들이 못보던 세상을
발견하곤 하지요.


2.
가을날에 여무는 열매 중에서
대추가 있습니다.

씨는 크지만 과육은 적어서
사과처럼 아삭하니 베어먹는 맛도 없지요.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과일이 아니라
오히려 삼계탕의 재료로서 자주 만나는 열매.

말라 비틀어지고 볼품없는 이 대추를
시인은 과연 어떻게 봤을까요?


3.
대추 한 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장석주


대추가.jpg


4.
시인은 고작 작은 대추 한 알이 여문 것에서
계절을 관통하던 태풍을 이겨내고
벼락과 천둥을 견디며
조금이나마 단맛을 품어나가는 인내가
고스란히 담겨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언젠가 생활의 달인에서
포장용 상자 수십개를 몇 초 만에 빨리 접는
달인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몇 초 만에
빨리 상자를 접을 수 있어서 달인이 아니라

그동안 접어왔던 수백 만개의 상자를
열개의 손가락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달인이겠지요.

시인의 지혜로운 통찰은
우리가 잠시 잊고 지내던 그 무언가를

인셉션에서 킥을 날리는 것처럼
그만 좀 일어나라고 번뜩 깨우쳐주곤 합니다.


5.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면서
너는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람이었냐고 물었던 시인을
다들 기억하실겁니다.

안도현 시인.

하잘것 없는 연탄재에서

식어버린 열정과
뜨거운 이타심을 발견했던 시인은

연탄재처럼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상의 소재에서
또 다른 발견을 합니다.



6.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안도현


7.
어떤 독자는
이 시를 본 뒤로 
간장게장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짖궂은 시인은
여전히 봄에 알이 꽉 찬 암꽃게를
여전히 제일로 친다고 하는데도 말이죠.


8.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시를 발표하는 시간을 갖게 합니다.

카르페 디엠을 외치면서
화려한 연극은 계속되고, 너 또한 한편의 詩가 될거라는
월트 휘트먼의 시 구절을 들려주기도합니다.


9.
또한
의술,법률,비즈니스나 기술도 고귀한 일이고
인생을 지키는데 필요하지만

시와 아름다움,
낭만과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라고 말을 합니다.


10.
죽은 시인의 사회.
어쩌면 작금의 대한민국입니다.

시와 아름다움과 사랑은 사라지고
경제와 성장과 기득권만 남아있지요.

저녁 있는 삶은 요원하고
새벽 있는 일터만이 우리를 부릅니다.


취업이라는 악몽에서
직장이라는 악몽과
집값이라는 악몽과
육아라는 악몽의
인셉션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詩로 킥을 해야될 시점입니다.

키팅 선생의 시인의 시로
주문을 외워봅시다.






11.
대지와 태양과 동물을 사랑하라.
부를 경멸하라.

모든 이에게 자비를 베풀고
어리석은 일에는 맞서라.

당신의 수입과 노동을
다른 사람을 위한 일에 돌려라.

폭군들을 미워하고
신에 대해 논쟁하지 마라.

당신이 모르는 것
알수 없는 것을 공경하고

학교,교회,
책에서 배운 모든 것을 의심하라.

당신의 영혼을 모독하는 것을
멀리하고

당신의 몸이
장험한 시가 되게 하라


-윌리엄 휘트먼 <풀잎> 서문



12.
5일 토요일에 외쳐봅시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