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원, 고독에 휩싸이는 날이면
고독에 휩싸여
창문에 머리를 대고
거리를 바라보면
왠지 눈물이 난다
내 마음엔
그리움이 너무 많아
이렇게
홀로 고독해지는 순간이면
언제부터 모아 두었던
눈물이 이토록 많은지
비가 내리듯
주룩주룩 흘러내린다
이런 날이면
미친 바람이라도 불어
너에게 날아갔으면 좋겠다
고독에 휩싸이는 날이면
심장 속으로까지 파고드는
고독이 너무 깊다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내 가슴만 적시는 눈물이기에
안타깝다
장승리, 체온
당신의 손을 잡는 순간
시간은 체온과 같았다
오른손과 왼손의 온도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손을 놓았다
가장 잘한 일과
가장 후회되는 일은
다르지 않았다
서우승, 해바라기
당신 하나로 하여 아직도 낮입니다
깜박하면 놓칠세라 졸지조차 못 합니다
눈 뜬 채
당신 쫓는 꿈
단잠보다 깊습니다
정연숙, 그대라는 이름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길 위에 서 있습니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길
그래서 때로는 방황하는
우리가 만나지 못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바라만 보기에는 세월이 너무 차갑습니다
밤새 마음 밭을 침묵으로 지키다가
하루쯤은 다른 이의 배경이 되어주어도 좋겠습니다
아니면 하루에 잠시라도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
잠시 멈추었다 가도 좋겠습니다
만나면 반가운 배경이 되고
슬프면 위로가 되는 그런 배경이라도
사람의 숨결이 살아있고
사람의 체온이 따뜻하게 묻어나는
가을로 가는 길목을 밝혀주는
사람을 기다립니다
함정임, 하찮음에 대하여
나는 한 곳을, 한 사람을
오래 보고 생각하고
마음에 두는 버릇이 있다
다른 많은 곳을, 다른 많은 사람을
동시에 보고 만나는 일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
늘 가는 곳을 가고, 만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으나
마음이 끌리지 않는 것에는
제아무리 굉장한 보석이 박혀 있다 해도
나에게는 한갓 차가운 돌덩어리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움은 사람을 아름답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