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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story_766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2
조회수 : 1546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5/11/27 19:10:14
도종환, 세월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하루 한낮 개울가 돌처럼
부대끼다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망초꽃 내 앞을 막아서며
잊었다 흔들리다 그렇게 살라 한다
흔들리다 잊었다 그렇게 살라 한다
원태연, 비 내리는 날이면
비 내리는 날이면
그 비가 촉촉히 가슴을 적시는 날이면
이 곳에 내가 있습니다
보고 싶다기보다는
혼자인 것에 익숙해지려고
비 내리는 날이면
그 비가
촉촉히 가슴을 적시는 날이면
이곳에서
눈물 없이 울고 있습니다
이정하, 찔레에게
아무 기별하지 말자
그리움만으로 한 세상 살아가면서도
저렇게 표독스런 꽃 피울 수 있는 것을
비 내린다 찔레여, 비가 내린다
난 무엇으로 네 삶 속에 스밀 수 있을까
할 말이 없다
내 너를 만나도 할 말이 없다
이영춘, 귀의 외출
세상이 싫은 날은 산을 오른다
사람의 소리, 세상의 소리
귀 밖으로 멀다
솔잎 새로 흘러가는 바람 소리
새들이 양말 벗고 노는 소리
꽃들이 침묵으로 앉아 웃고 있는 소리
풀잎들이 어깨동무하고 걸어가는 소리
선승 같은 나무들이 무의 말로 경 읊는 소리
어느새 하늘이 걸어 내려와 내 손목 잡고
산 능선을 넘는다
천지가 온통 한 몸이다
내 귀가 환하다
김륭, 선인장
울고 싶으면 울어, 마음껏
울어 보래요 울 수 있다는 건
무슨 일이 닥쳐도 견딜 수 있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거래요
겁먹지 말래요
이글거리는 태양 머리에 이고
모래바람을 견디고 전갈도 물리친대요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어도
꽃을 피울 수 있대요
선인장에게 가시는
눈물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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