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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story_766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2
조회수 : 112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11/25 18:53:26
천양희, 어제
내가 좋아하는 여울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왜가리에게 넘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바람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새에게 넘겨주고
나는 무엇인가
놓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너가 좋아하는 노을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구름에게 넘겨주고
너가 좋아하는 들판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에게 넘겨주고
너는 어디엔가
두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어디쯤에서 우린 돌아오지 않으려나 보다
문태준, 빈 의자
걀쭉한 목을 늘어뜨리고 해바라기가 서 있는 아침이었다
그 곁 누가 갖다놓은 침묵인가 나무 의자가 앉아 있다
해바라기 얼굴에는 수천 개의 눈동자가 박혀 있다
태양의 궤적을 쫓던 해바라기의 눈빛이 제 뿌리 쪽을 향해 있다
나무 의자엔 길고 검은 적막이 이슬처럼 축축하다
공중에 얼비치는 야윈 빛의 얼굴
누구인가?
나는 손바닥으로 눈을 지그시 쓸어내린다
가을이었다
맨 처음 만난 가을이었다
함께 살자 했다
구재기, 상사화
내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지나는 바람과 마주하여
나뭇잎 하나 흔들리고
네 보이지 않는 모습에
내 가슴 온통 흔들리어
네 또한 흔들리리라는 착각에
오늘도 나는 너를 생각할 뿐
정말로 내가 널 사랑하는 것은
내 가슴 속의 날 지우는 것이다
김영승, 숲 속에서
작은 새 한 마리가 또 내 곁을 떠났다
나는 그 새가 앉았던 빈 가지에
날아가 버린 그 새를 앉혀 놓았다
많은 사람이 내 곁을 떠났다
떠나간 사람
죽은 사람
나는 아직도 그들이 앉았던 빈자리에
그들을 앉혀 놓고 있다
그들이 없는 텅빈 거리를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말없이 걷는다
거리는 조용하지만
떠들썩하다
그들이 웃으며 나를 부르고 있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 곁을
내가 떠나게 되었을 때
내가 없는 술집 그 구석진 자리에
나를 앉혀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작은 새 한 마리가
아직도 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강은교, 가을의 시
나뭇가지 사이로
잎들이 떠나 가네
그림자 하나 눕네
길은 멀어
그대에게 가는 길은 너무 멀어
정거장에는 꽃 그림자 하나
네가 나를 지우는 소리
내가 나를 지우는 소리
구름이 따라 나서네
구름의 팔에 안겨 웃는
소리 하나
소리 둘
소리 셋
무한
길은 멀어
그대에게 가는 길은 너무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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