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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story_765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2
조회수 : 122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11/20 18:23:23
위선환, 아침에
당신이 보고 있는 강물빛과
당신의 눈빛 사이를 무어라 이름 지을 것인가
시간의 저 끝에 있는 당신과
이 끝에 있는 나 사이는 어떻게 이름 부를 것인가
고요에다 발을 딛는 때가 있다
고요에다 손을 짚는 때가 있다
머뭇거리며 딛는 고요와
수그리고 짚는 고요 사이로 온몸을 디밀었으니
지금, 내 몸에 어리는 햇살의 무늬를
어떤 착한 말로 읽어내야 할 것인가
나뭇잎과 나뭇잎의 그림자 사이를
나뭇잎이 나뭇잎의 그림자가 되는 사이라 읽으니
한 나무는 다른 나무 쪽으로 가지를 뻗고
다른 나무는 한 나무 쪽으로 가지를 뻗어서
두 나무는 서로 어깨를 짚어주는 사이라 읽으니
나희덕, 또 나뭇잎 하나가
그간 괴로움을 덮어보려고
너무 많은 나뭇잎을 가져다 썼습니다
나무의 헐벗음은 그래서입니다
새소리가 드물어진 것도 그래서입니다
허나 시멘트 바닥의 이 비천함을
어찌 마른 나뭇잎으로 다 가릴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내 입술은 자꾸만 달싹여
나뭇잎들을, 새소리들을 데려오려 합니다
또 나뭇잎 하나가 내 발등에 떨어집니다
목소리 잃은 새가 저만치 날아갑니다
이성선, 사랑하는 별 하나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춰 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 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박재화, 사람이 위안이다
살다 보면
사람에 무너지는 날 있다
사람에 다치는 날 있다
그런 날엔
혼자서 산엘 오른다
해거름까지 오른다
오르다 보면
작은 묏새무리 언덕을 넘나든다
그 서슬에 들찔레 흔들리고
개미떼 숨죽이는 것 보인다
그림자 없이 내려오는 숲속
순한 짐승들
어깨 비비는 소리 가득하여
사람에 무너지는 날에도
사람은 그립고
사람에 다치는 날에도
사람은 위안이다
문정희, 가을편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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