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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story_765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5
조회수 : 136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11/19 19:21:13
신현정, 일체감
눈이 내리면서 먼저 내리면서
뒤에 내리면서
먼저 내리는 눈이
뒤에 내리는 눈을 사뿐히 받아 주기도 하면서
먼저 내리는 눈이 뒤에 내리는 눈을
무동을 태워 세상 구경도 시켜주어 가면서
먼저 내리면서 뒤에 내리면서 마음을 포개면서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덮으면서
한 이불 속을 만드누나
도종환, 고백
너를 만나면
눈인사를 나눌 때부터
재미가 넘친다
짧은 유머에도
깔깔 웃어주는 너의 모습이
내 마음을 간질한다
너를 만나면
나는 영웅이라도 된 듯
큰 소리로 떠들어댄다
너를 만나면
어지럽게 맴돌다 지쳐있던
나의 마음에 생기가 돌아
더 멋지게 살고 싶어진다
너를 만나면
온 세상에 아무런 부러울 것이 없다
나는 너를 만날 수 있어
신난다
김선숙, 사랑해도 될까요
이른 아침 햇살 따사롭게
비추어지는 풍경 속
빛나는 이슬처럼
사랑해도 될까요
자꾸만
당신이 내 가슴에 들어와
내 맘 설레게 하네요
어쩌지요 나, 말이에요
당신 사랑하나 봐요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서툴지만
사랑해도 될까요
조용미, 국화잎 베개
국화잎 베개를 베고 누웠더니
몸에서 얼필얼핏 산국 향내가 난다
지리산 자락 어느 유허지 바람과 햇빛의 기운으로 핀
노란 산국을 누가 뜯어주었다
그늘에 며칠 곱게 펴서 그걸 말리는 동안
아주 고운 잠을 자고 싶었다
하얀 속을 싸서 만든 베개에
한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아픈 머릴 누이고 국화잎 잠을 잔다
한 생각을 죽이면 다른 한 생각이 또 일어나
산국 마른 향을
그 생각 위에 또 얹는다
몸에서 자꾸 산국 향내가 난다
나는 한 생각을 끌어안는다
이재무, 먼 곳
이 세상 가장 먼 길
내가 내게로 돌아가는 길
나는 나로부터 너무 멀리 걸어왔다
내가 나로부터 멀어지는 동안
몸속 유숙하던 그 많은
허황된 것들로
때로 황홀했고 때로 괴로웠다
어느날 문득 내게로 돌아가는 날
길의 초입에서 서서 나는 또
태어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새처럼
분홍빛 설렘과 푸른 두려움으로
벌겋게 상기된 얼굴, 괜시리
주먹 폈다 쥐었다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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