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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story_765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1
조회수 : 127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1/16 16:22:24
최영철, 잎
잎 하나 피우는 내 등 뒤로
한 번은 당신 샛별로 오고
한 번은 당신 소나기로 오고
그때마다 가시는 길 바라보느라
이렇게 많은 가지를 뻗었답니다
잎 하나 떨구는 발꿈치 아래
한 번은 당신 나그네로 오고
한 번은 당신 남의 님으로 오고
그때마다 아픔을 숨기느라
이렇게 많은 옹이를 남겼답니다
오늘 연초록 벌레로 오신 당신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이렇게 많은 잎을 피웠답니다
이정우, 행복의 노래
고적한 마음의 사람은 행복하다
그가 혼자서 외로워하고 있을 때
사랑하는 임께서 가만히 찾아올 곳이니
서늘한 마음의 사랑은 행복하다
그가 홀로 밤을 새우고 있을 때
기다리는 임께서 고요히 다가오실 것이니
고적하고 서늘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가 나직이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을 때
사모하는 임께서 어깨를 감싸주실 것이니
문병란, 호수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
무수한 눈길의 번뜩임 사이에서
더욱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
시간의 변두리로 밀려나면
비로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수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고
수많은 사람을 사랑해 버린 다음
비로소 만나야 할 사람
비로소 사랑해야 할 사람
이 긴 기다림은 무엇인가
바람같은 목마름을 안고
모든 사람과 헤어진 다음
모든 사랑이 끝난 다음
비로소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여
이 어쩔수 없는 그리움이여
문현미, 푸른 비밀
새들은 돌아보지 않는다
하늘 화폭에
몸붓으로 묵화 한 점 남길 뿐
아득하게 빛나는 여운의 은유 너머
허공 몇 가닥이 힐끗
끊어질 듯 이어지며
바람 계단을 오르내리는
저 내밀한
무한 고요의
빈 몸들
윤희상, 농담할 수 있는 거리
나와 너의 사이에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린다
나와 너의 사이는
멀고도, 가깝다
그럴 때, 나는 멀미하고
너는 풍경이고
여자이고
나무이고, 사랑이다
내가 너의 밖으로 몰래 걸어 나와서
너를 바라보고 있을 즈음
나는 꿈꾼다
나와 너의 사이가
농담할 수 있는 거리가 되는 것을
나와 너의 사이에서
또 바람이 불고, 덥거나,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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