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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농민만 죽으라는 FTA... 이젠 화낼 힘도 없어유"
게시물ID : sisa_4932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멀티플레어
추천 : 0
조회수 : 59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3/17 20: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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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사 안 돼지들 김씨는 생산비 절감을 위해 kg당 100원이 저렴한 저가사료 사용을 고려 중이다.
ⓒ 박세라

"이젠 화낼 힘도 없어유…."

충청북도 제천시 도화리에서 돼지 1500마리를 키우는 김병화(60)씨는 지난 14일 찾아간 취재진에게 풀죽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2011년 한-유럽(EU) 자유무역협정(FTA)과 2012년 한미FTA가 발효한 데 이어 지난 11일 한-캐나다 FTA가 타결된 데 대한 반응이다.

산기슭에 자리한 농장엔 아직 매서운 바람이 불어대고, 덩치 큰 개들은 낯선 이들을 향해 사납게 짖었다. 김씨는 추위에 약한 돼지들을 위해 난방을 점검한 뒤 돈사를 막 나오던 참이었다.

"결국 농촌 사람들 다 죽이자는 것이지유. 더 이상 정부에 어떤 기대도 안 해유. 그 전부터 국내 양돈농가 다 죽는다고 데모도 해보고 부딪쳐봤지만 변하는 건 없었거든유."

한-캐나다 FTA가 양국 비준을 거쳐 내년쯤 발효되면 현재 22.5~25%인 캐나다산 돼지고기 수입관세는 품목별로 5~13년 안에 철폐된다. 현재 40% 관세인 쇠고기도 15년 안에 무관세가 된다. 우리나라 제품의 경우 자동차, 가전제품, 섬유, 화학기계 등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폐지돼 캐나다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결국 농촌 사람들 다 죽이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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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목적방역기를 가리키는 김병화 씨 김씨는 2010년 1월 화재로 돈사를 새로 지으며 3억 5천만원의 빚이 생겼다. 철저한 방역으로 구제역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1%의 사료지원 대출이자와 매달 300만원의 분뇨처리비용은 부채의 한 요인이다.
ⓒ 박세라

김씨는 "이미 국내에서 캐나다산 돼지고기 수요가 많은데, 관세까지 내려가면 시장점유율이 서서히 높아지고 결국 국내 돼지고기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캐나다산 돼지고기의 국내 수입물량은 총 4만3398톤(t)으로 미국산(11만2000t)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2013년 6월 기준으로 수입 돼지고기 시장점유율에서도 미국(40.1%) 다음으로 캐나다(13.4%)가 2위를 기록했다. 그 뒤로는 칠레(10.6%), 독일(9.4%), 스페인(5.0%) 등의 순이다.

지난 1월 기준 캐나다산 냉동돼지고기(기타부위)의 수입단가는 1kg당 2295원으로 미국산(3072원)의 75% 정도다. 국내산 돼지고기는 등급에 따라 2500~5300원 수준이다. 향후 관세가 낮아져 가격이 더 내려가면 캐나다산 돼지고기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구제역이 터졌을 때 (출하가 줄어) 돼지가격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그 뒤로 가격이 떨어져 양돈농가들 상황이 안 좋아졌다"며 "제천에 있는 13개 농가 중 70% 이상이 부채로 힘들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농장은 지난해 매출이 7억 원이었지만 사료값만 6억5천만 원이 나갔고 3600만 원에 이르는 분뇨처리비와 기타 전기요금, 사료자금 대출이자 등을 빼니 적자가 났다고 한다. 김씨는 메마른 입술을 손가락으로 비비며 정치인들에게 원망을 쏟아냈다.

"정치인들은 표만 따라가다 보니 쪽수가 적고 힘없는 농민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아유. 장기적으로 국내 식량자급률을 생각해서라도 양돈농가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꿈 안고 귀농했지만 생계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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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물을 먹고 있는 우사의 소들 300평의 현대화 된 신축 우사를 짓는데 3억원의 비용이 들었으나 그 중 3000만원을 정부에서 보조받았다.
ⓒ 박세라

충청북도 제천시 무도리에서 소농장을 운영하는 유환원(41)씨도 또 하나의 FTA 소식에 허탈해 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14일 유씨는 음악소리가 흐르는 우사에서 흙이 묻은 작업복을 툴툴 털며 나와 취재진을 맞았다. 음악을 틀어놓는 것은 소들이 사람을 봐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유씨는 3년 전 아버지의 농장을 물려받아 1300마리의 소를 기르고 있다. 초기엔 일을 도와주던 직원이 있었지만 지금은 혼자 농장을 꾸려간다. 귀농할 때만 해도 그는 '한번 잘 해보자'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것만 해서는 밥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유씨는 농장 일을 마친 뒤 늦은 오후부터 물류를 운반하고 관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보충하고 있다.

"(한미FTA 등이 체결될 때) 정부는 수입쇠고기로 한우 가격이 떨어진 만큼 농가에 피해금액을 지급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된 지원은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한-캐나다 FTA로 타격이 가장 클 수 있는 축산농가와 대화하거나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속전속결로 협상을 맺은 것은 국내 축산업이 망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과 같아요. 정부는 한우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면 된다고 하지만 늘어나는 생산비와 쏟아지는 외국산 쇠고기의 영향을 파악하지 못한 무책임한 얘기입니다."

2012년 3월 한미FTA가 발효된 후 정부는 22조1000억 원을 투입해서 농업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축산업계는 직접적 피해보전이 피해규모의 10%선에 불과해 농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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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씨의 신축 현대화 우사 암소들은 하루 평균 볏짚 4kg과 사료 10kg을 먹는다. 전체 운영비 중 사료값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 박세라

유씨는 "이런 상황에선 차라리 대기업이 농장을 인수하고 나는 농장에서 일하며 월급만 받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농가에서 소를 길러봤자 사료와 볏단을 구입하는 비용은 치솟고 쇠고기 가격은 떨어져 이윤을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3년 전엔 사료값이 25kg 1포당 7000~8000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1만2000~1만7000원에 이른다.

"값싼 사료를 쓰고 적게 먹이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쇠고기) 등급이 낮아지고 성장속도가 늦어져 출하량이 줄어들어요. 사료값이 비싼 탓에 농가들이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대출받지만, 그마저도 1.5%이자가 붙기 때문에 빚이 늘죠."

빚에 짓눌린 농민 절망 더 커져

유씨는 "소 팔아서 대학 보낸다는 말은 옛말"이라며 "아이들 셋 교육시키기도 빠듯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미 소비자들이 값싼 외국산 쇠고기를 선호하고 있는데 15년 안에 캐나다산 쇠고기가 무관세로 들어오면 국내 한우농가 기반은 머지않아 무너질 것"이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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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2013년 소, 돼지 산지가격과 도매가격 지난 3년간 국산 소·돼지 가격 추이 (도매가격은 전국기준). 수입산 증가 영향으로 가격은 떨어지고 평균생산비는 꾸준히 올라 농가 경영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 박세라

김광호 한우협회 제천지부 사무국장은 "농가에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사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지역별 협회에서 사료구매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반짝' 단기자금 지원만 하지 말고 농촌의 미래를 생각해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요즘 농촌에는 젊은 인력이 없다"며 "후계농이 농촌을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하는데 한때 귀농열풍으로 돌아온 사람들마저 부채를 안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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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내산 쇠고기 시장점유율은 2010년 전까지 50%선이었으나 2011년부터 점유율이 떨어져 2013년에는 47.4%를 기록했다.
ⓒ 박세라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은 2003년 광우병 발생으로 중단됐다가 2012년 재개됐다. 지난해 수입된 쇠고기는 호주산 55.6%, 미국산 34.7%, 뉴질랜드산 8.8%, 캐나다산 0.6% 순인데, 이번 FTA 타결을 계기로 캐나다산 수입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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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국내 농가 다 폐사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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