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진단서 작성한 권씨, '물대포 충격' 지난달 최초 기재…출근여부, 서울대병원 무책임한 태도 일관]
고(故) 백남기씨 사망진단서를 직접 작성한 서울대병원 레지던트 권모씨가 사흘째 외부와 접촉을 끊고 있다. 병원에서는 권씨의 정상 근무 여부를 묻는 질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한다.
권씨는 서울대병원에서 백씨 입원 사유를 '경찰 물대포에 맞아서'라고 서면기록을 남긴 유일한 의사로 드러났다.
백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도 국내 대표병원인 서울대병원도, 담당 의사도 모두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권씨 지인들과 서울대병원 등에 따르면 권씨는 4일을 기점으로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 번호를 없앤 데 이어 이날까지 외부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매우 가까운 지인들도 연락을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은 이날 "권씨가 연락을 끊은 건 맞지만 병원에서 따로 권씨와 접촉하거나 소재 파악을 위한 시도는 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근무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권씨가 돌연 외부와 접촉을 피하자 '키맨'(자물쇠를 열 사람)이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로서는 '병사'로 사망진단서를 직접 쓴 권씨가 작성 당시 병원 내 부당한 상부 지시나 외압이 있었는지 밝혀줄 사실상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권씨는 그간 백씨를 진료한 서울대병원 다른 전문의·전공의 가운데 처음이자 유일하게 '경찰 물대포 충격'을 백씨가 내원한 사유로 기록한 의사다.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약 400페이지에 달하는 백씨 진료기록사본 분석 결과 '민중총궐기'와 '경찰 물대포에 맞았다'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기재한 부분은 단 1페이지다.
해당 페이지는 지난달 권씨가 백씨 담당의로 지정되면서 작성한 의무기록지다.
기록지에서 권씨는 입원경과 기재란에 '(백씨가) 2015. 11. 14 민중총궐기 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져 119 타고 응급실 내원함'이라고 적었다.
애초 지난해 11월14일 백씨가 쓰러져 서울대병원에 실려올 당시 응급의학과가 최초 기록한 의무기록지에는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여 내원함'이라고만 나와 있다.
같은 날 밤 작성한 의무기록지에서도 담당의는 '119가 청계천 빛초롱 축제 하는 곳에 대기하러 가던 중 길에서 환자 있다고 사람들이 손 흔들어 환자 싣고 옴' '함께 내원한 119 대원은 물대포에 맞은 것 같다고 이야기 들었다고 하나 목격자가 없어서 정확하지는 않음' 등으로 썼다.
'집회 도중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입원했다'는 이미 확정된 사실이 병원 서면 기록에는 백씨가 입원하고 10개월이 지나서야 적힌 셈이다.
진료기록은 의사가 특정일에 객관적으로 관찰한 환자 상태와 검사한 결과를 기록으로 남긴 문서다. 그중 입원경과는 주치의 변경 때 환자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 쓰는 노트로 통상 작성자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병력을 취사선택해 담는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한 대학병원 레지던트는 "권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는 문구를 기록지에 썼다면 본인 스스로 그게 현재 환자 상태를 야기한 주요 원인이라 생각해서 기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성호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담당 레지던트가 중요한 사건임을 인지하고 의학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기술했다고 본다"며 "의학적 판단을 정치적 의도로 썼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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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edia.daum.net/society/affair/newsview?newsid=20161007174925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