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혀 있었다
나는 나무이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항상 듬직하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기둥과
쉴 수 있는 푸르른 그늘이 되어 주고 싶었다.
나는 흔들리지 않아야 했다
나는 나무가 되어야 하니까
하지만 누구보다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걸 깨닫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잡초가 되어 볼까 했다
흔들려도 꺾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질기디 질긴 잡초
누군가 날 보며 희망을 얻었으면 했다.
나는 버텨야 했다
나는 잡초가 되어야 하니까
하지만 누구보다 빨리
포기할 수 있다는 걸 깨닫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결국
너무 큰 꿈을 꾸었나 질문을 남기며
푸르른 군데 하나 없이
땅 속에만 남아버린 뿌리가 되었다 볼품없이
뿌리가 되서야 알았다
우리네 뿌리들은
각자의 삶을 머금고
서로 얽히고 섥혀 아옹다옹
듬직하게 버티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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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응급실을 다녀와서
문득 생각나서 주저리주저리 써 봤네요
사람 인 자는 사람 두 명이 기대서 생기는 거라던
데역시 엉켜서 살아야 하는 존재인가 봅니다
혼자 다 떠안고 힘겹게 안고 가시는 분들께
조용히 화이팅. 하지만 가끔씩은 엉켜 살아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