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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가을 안에 서다
게시물ID : lovestory_763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0
조회수 : 136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11/03 18:45:23
출처 : http://blog.naver.com/leeminhee647/120167935374
사진 출처 : http://vintage-cf.tumblr.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gVELB



1.jpg

김춘경, 바람 저편에 서면



그러하다
바람은 길 끝에서부터 불기 시작하고
바람의 파장이 어깨를 스쳐갈 때쯤
그때서야 비로소
길 위에 서 있음을 깨닫는다

서로 닿지 못하는 동안의 떨림과
서로 닿았을 때의 흔들림
그 짧은 교차가 허공을 진동하면
어느새 길은 또 멀어진다

바람이 분다
바람 저편에 서면
지독한 고요함에 슬픔이 밀려온다






2.jpg

오지연, 가을 안에 서다



가을이 물들기에
가을이 익기에
가을이 지기에
딱 한 번만 이별 같은 날을
가슴 터지도록
울어보면 안 될까

하늘이 높기에
햇빛이 맵기에
풀잎이 쓰러지기에
딱 한 번만, 이 웬수 같은 날을
가슴이 미어지도록
그리워하면 안 될까






3.jpg

김사빈, 달빛



마악 그 삽작을
지나는 길이라 하더니

저녁마다 뜨락을
기웃 거리는 것은

그리 말 안하셔도
달빛에 젖은 박꽃을 보면
당신이 왔다 간 것을 알지요

알몸이 부끄러워
안개비로 가리더니

밤 중에야
얼굴을 내미는 것은
잠이 든 님을 훔쳐보려고
그리하는지 알지요






4.jpg

박영석, 햇빛



나는 그를 심었다
물을 주고 꼭꼭 밟아주었다
뿌리를 덮고 있는 흙을 가만히 쓰다듬어주었다
줄기를 가시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는 잎으로 피었다
꽃봉오리로 맺혔다
꽃나무로 서 있었다

그가 빨간 장미로 필 때 나의 쓰다듬음은 빨갰다
그가 노랑 장미로 필 때 나의 쓰다듬음은 노랬다
그가 흰 장미로 필 때 나의 쓰다듬음은 하얬다

쓰다듬었을 뿐인데
오월이 오고
쓰다듬었을 뿐인데
나비가 날고
쓰다듬었을 뿐인데
바람이 불고
이파리들이 자꾸 시퍼래졌다
단지 쓰다듬었을 뿐인데

모자 속에서 비둘기가 나오듯이






5.jpg

지은숙, 가을



숨겨둔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가을 강 내려다보며
삶은 한번 살아볼 만하다고

물수제비 띄우며
환하게 웃을 줄도 아는

사람 귀하게 여겨
그 옆에 서면
나도 귀한 사람이게 만드는

사람 다 거기서 거기다 해도
질리지 않을

구절초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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