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킥복싱 체육관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34) 씨는 신입 회원이다. 대기업 홍보 업무를 보는 김 씨는 김영란법 시행을 맞아 갑작스럽게 생긴 저녁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 체육관을 찾았다.김 씨는 “전에는 꿈도 못 꿀 일이다”며 입을 열었다. 김 씨는 “업무 특성상 일주일에 3~4일은 저녁 술자리가 있었는데 회사에서 김영란법 시행을 맞아 저녁 약속을 줄이고 가급적 일과시간과 점심시간등을 활용해 업무를 보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평소부터 체육관 앞을 오며가며 배워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돼 좋다”고 했다.‘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저녁 직장인들 표정에 화색이 돌았다. 불필요한 회식자리, 접대자리가 줄고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저녁 시간이 늘어나면서 반가워하는 눈치다. 밤 늦게까지 술자리가 이어지던 번화가는 한산했다. 물론 약속이 없어지면서 뭔가 허전하다는 직장인들도 있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어학원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때문이라고 콕집어 말하기 어려울 순 있지만 최근 몇주 사이 어학원에 등록하겠다는 문의가 늘어났다”며 “주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저녁시간 수업 관련”이라고 귀띔했다.
그동안 저녁약속으로 찌운 살을 빼려 구슬땀을 쏟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피트니스센터에 다니는 박모(30) 씨는 “평소 운동에 관심이 많았지만 회식이나 접대 때문에 저녁에 운동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김영란법 시행 이후 회식 약속이 없어져 피트니스센터를 다니며 저녁 운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