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무난하게 지나칠 수 있는 것도 마음이 울적할 땐 미풍에도 흔들려 온 가슴 불질러 놓고 뜨겁다고 웁니다
미련한 날, 청원 이명희
너의 긴 속눈썹이 되고 싶어 그 눈으로 너와 함께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 네가 눈물 흘릴 때 가장 먼저 젖고 그리움으로 한숨 지을 때 그 그리움으로 떨고 싶어 언제나 너와 함께 아침을 열고 밤을 닫고 싶어 삶에 지쳤을 때는 너의 눈을 버리고 싶어 그리고 너와 함께 흙으로 돌아가고 싶어
속눈썹, 류시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나 아닌 누군가를 향해 당신이 비행한다
나는 당신이 남긴 그 허망한 비행운에 목을 매고 싶었다.
비행운, 서덕준
언제라도 찾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서 있겠습니다 낮선 기분이 들지 않도록 모든 것은 제자리에 놓아두겠습니다 기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대는 그저 돌아오기만 하십시오.
약속, 이정하
지금껏 나의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서서히 젖을 새도 없이 젖어
세상 한 귀퉁이 한 뼘 처마에 쭈그려 앉아
물 먹은 성냥에 우울한 불을 당기며
네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던,
폭우, 이창훈
당신이 나의 들숨과 날숨이라면 그 사이 찰나의 멈춤은 당신을 향한 나의 숨 멎는 사랑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