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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story_762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5
조회수 : 1763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10/24 22:20:27
윤성택, 아직 우리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강물에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강물도 내게 한 마디 말하지 않았다
우리가 본 것은 순간의 시간
시간이 뿌리고 가는 떨리는 흔적
흔적이 소멸하는 풍경일 뿐이다
마침내 내가 죽고
강물이 저 바닥까지 마르고
그리고 또 한참 세월이 흐른 다음에야
혹시
우리가 서로에게 하려고 했던 말이 어렴풋이
하나 둘 떠오를지 모른다
그때까지는
우리는 서로 잘 모르면서
그러면서도 서로 잘 아는 척
헛된 눈빛과 수인사를 주고받으며
그림자처럼 쉽게 스쳐 지나갈 것이다
우리는 아직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공석진, 흐린 날이 난 좋다
흐린 날이 난 좋다
옛사랑이 생각나서 좋고
외로움이 위로받아서 좋고
목마른 세상
폭우의 반전을 기다리는 바람이 난 좋다
분위기에 취해서 좋고
눈이 부시지 않아서 좋고
가뜩이나 메마른 세상
눅눅한 여유로움이 난 좋다
치열한 세상살이
여유를 갖게 해서 좋고
가난한 자 마음 한 켠
카타르시스가 좋다
그리움을 그리워하며
외로움을 외로워하며
누군가에 기대어 쉴 수 있는
빈 공간을 제공해 줘서
흐린 날이 난 좋다
서정윤, 사랑한다는 것으로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꺾어
너의 곁에 두려 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나태주,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혼자이기를
말하고 싶은 생각이 많은 때일수록
말을 삼가기를
울고 싶은 생각이 깊을수록
울음을 안으로 곱게 삭이기를
꿈꾸고 꿈꾸노니
많은 사람들로부터 빠져나와
키 큰 미루나무 옆에서 보고
혼자 고개 숙여 산길을 걷게 하소서
손남태, 나 빈 가슴으로 간다
헤어짐과 만남이 잦은 오늘
쉬이 덧나기 쉬운
가슴의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
나 빈 가슴으로 거리를 나선다
마음을 비우면
오히려 희망은
자연스런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와
아름다운 하루를 만드리
자 빈 가슴으로 간다
만남의 그 자체 이상의
바람을 꿈꾸지 않으면
헤어짐에 그 의미를 되새기지 않으면
쉬이 변하기 쉬운 오늘
가슴에 흠집 만들지 않기 위해서
나 빈 가슴으로 거리를 나선다
마음을 비우면 오히려 기쁨
그대와 나는
아직 헤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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