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답장이 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을 먹고 난 뒤 메일을 확인해보니 이미 답장이 와있었다. 언제나 환영이라는 말과 함께 신청서를 보냈다. 보라를 대신해서 신청서를 모두 작성한 후 답장을 보냈다. 이제 보라가 이곳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간단하게 결정이 나버리니 허무한 기분도 들었다. 이렇게 헤어지는 걸까? 함께한 시간에 비해서 마지막이 너무 급작스럽다.
감상에 젖어있고 싶었지만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있었다. 미래를 볼 수 있다는 돌연변이에게도 답장이 왔다. 한 번에 하나의 의뢰만 받는다며 순서를 기다려 달라는 답장이었다. 몇 명이나 남아있는지 묻고 싶었지만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남아서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신청서를 확인한 단체는 보라를 직접 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보라 혼자 그곳을 보낼 수 없으니 함께 가야 한다. 설립한 기간이 신용하기에 문제가 없을 법하지만, 처음 설립 목표가 변질했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는다. 평소 따로 외출복이 필요하지 않아서 종교복으로 지내왔었는데 오래간만에 외출복을 입게 되었다.
보라도 처음 해보는 외출에 잔뜩 긴장한 것이 눈에 보였다. 수녀님에게는 간단한 외출로 설명해두었다. 단체에 가는 길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혼자서 돌아오게 됐을 때 어떤 변명을 할지 생각해두었다. 보라의 나이에 입양이라는 상황은 너무 생소할 테니 특정 기관에서 보호해주기로 했다고 할 생각이다. 보라의 상황이 특수해서 쉽게 수긍할 것이다.
나갈 준비를 모두 마쳤을 때, 한편의 메일이 왔다. 미래를 볼 수 있다던 돌연변이에게서 온 메일이었다. 이미 나갈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여서 메일을 길게 적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오늘 떠나서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르는 외출이다. 그사이에 마음에 변해서 순서가 변할지도 모른다. 외출하기 위해서 최대한 간략하게, 하지만 보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안부를 묻는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고 보라와 함께 종교를 떠나서 새로운 터전으로 향한다. 헤어짐이 다가오고 있지만 처음 해보는 외출, 그리고 타인의 눈을 의식해야 했던 외투를 벗어내는 첫 외출이다. 헤어지는 그 순간에는 슬프겠지만 아직은 그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