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할매 눈빛은 참 묘하게 맑았지요
앙상한 손목과 무릎이 내 팔뚝만큼이나 부어선
병상의 할매는 단 한 점 웃음도 잃지 않았대요
손녀가 수줍은 얼굴을 하고
훤칠한 남자친구를 데려왔을 때
아흔 먹은 우리 할매는
주름진 눈가를 그믐달로 둥글리고서
그 환한 웃음에서 무슨 생각 하셨을까
어여쁜 조약돌을 줍는 아이만큼이나
숨길 수 없는 환한 미소를 짓고
주름진 입가를 초승달로 둥글리고서
오물거리는 말로 무슨 말을 하셨을까
한 많은 삶이 헛되지 않았으리라고
그런 말을 하셨을까, 그랬으면 좋았을까요
여하튼 병상의 할매는 단 한 점 웃음도 잃지 않았대요
아린 손끝으로 허공을 쥐고서 함박웃음을 지었대요
딸아, 내 딸아
그렇게 아프게 모난 삶을 보름달처럼 둥글렸대요
난 그 웃음이 오래 오래 보고 싶었대요
뽀오얀 진주색으로 변해가는 할매의 수정구슬 같은 눈빛을
세월 하나에 금 하나씩 쥐어준 할매의 아린 얼굴을
난 그 웃음이 오래 오래 보고 싶어서 할매의 손을 꾹 쥐었대요
손끝처럼 남아달라구 그렇게 오래 오래 꼭 쥐었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