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한양 길에서
이른 아침 먼동 트면
님을 맞으러 가는 날
새벽 일찍 길 나서자
아이들아 서둘러라.
앞산 뭉게구름피면
가마타고 한양으로
고운 님 만나러 간다네
서둘러라 먼 길 늦어 어두울라
남치마 분홍저고리
곱게 다려 차려입고
가마타고 한양 가네
우리 님이 그리워서.
님을 만날 꿈을 꾸네
인력거도 함께 타고
한강에서 뱃 노리도 하고
남산에 올라 달구경도 하고싶네.
님을 만나면 할 일도 많은데
가는 길이 더디기만 하구나
아이야 서둘러라 신작로에
님이 나와 기다리실라.
한양이 멀다한들
기고가면 못 가려나
가마꾼들 걸음걸이가 더디니
그것이 내 마음을 가만두지 않는 구나.
이제 절반 길은 왔다하니
서두르면 해지기전에 한양이라
님의 말은 한양이 천리 길이라더니
아낙네가 찾아가기는 멀 길이기도 하구나.
아이야 저기 주막에서 잠시 쉬어 가자
가마꾼들 막걸리로 목 좀 축이라 해라
먼 길 나를 위해 쉬지 않고 달려 왔다
가마들기 힘들어도 투정한번 하지 않고
달리고 달려 왔으니 오죽이나 목이 마를까.
하는 일은 달라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
서로서로 생각하고 힘들 때 돌봐 주어야지.
님을 만나는 생각에 잠시 힘든 가마꾼을 잊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