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6세, 4세 두 딸의 엄마이자, 동시에 소아청소년과 의사입니다.
지난번 의료민영화가 이슈가 되었을 때 글을 올렸던 적이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못 읽으셨던 분들은 지난 글을 먼저 보시고 오시면 더 이해가 쉬우실 겁니다.
-> http://blog.naver.com/masaru0325/40202919206
월요일인데 동네 많은 병원들이 휴진을 하면서 불편하셨죠?
불편하신 분들이 계셨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개인 병원을 운영하고 있고, 휴진에 동참했습니다.
휴진하더라도 관리비, 직원 월급 등은 나가야 하고 수입은 없으니, 손해 보는 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크게 원격의료 및 의료 영리화 정책에 대한 반대와, 현재 잘못되어 있는 건강보험제도 및 의료제도 정상화를 위한 것입니다.
다 이야기하려면 너무 길어지니, 원격의료의 문제점에 대해 쉽게 이야기해 볼께요...
최대한 환자들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해 볼 테니, 한번 보시고 생각해 주세요.
1. 진료는 원격으로....약은 약국에 가야???
나라에서는 섬이나 벽지에 계신 분들, 거동이 힘든 분들, 바쁜 직장인 등이 쉽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말만 들으면 정말 좋죠.
근데 이상한 건 진료는 원격으로 받아도 약은 약국에 가서 타야 합니다.
거동이 힘든 분들이 결국 약국까지 나와야 되겠군요-_-
정말 국민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한번 나올 거 병원에서 진료도 받고 논스톱으로 병원에서 약까지 받아 가는 게 낫죠...
약을 택배로 받는다면 모르겠지만, 약 받으러 어차피 나와야 되는데 원격진료해서 뭐해요?
2. 원격의료 장비는 어떻게 하지???
나라에서는 지금 사용하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원격의료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얼마 전 출시된 삼송 갤S5에는 심박동 측정 기능도 탑재했더군요-_-
그런데 가장 병원이 필요하신 노인분들....컴퓨터나 스마트폰 많이 쓰시나요?
요즘 젊은 세대들이야 컴퓨터, 스마트폰이 편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어쩌죠?
결국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거죠...
또 젊은 사람들도 원격의료 서비스를 위해서는 컴퓨터든, 스마트폰이든 기계 업그레이드는 필요합니다.
나라에서는 환자들의 부담이 크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는 하는데, 어느 정도의 부담은 생길 수밖에 없죠.
원격의료 관련된 장비 만드는 회사들만 배불리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3. 가까이 있던 병원이 없어졌네???
원격의료가 활성화되어도, 원격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고 직접 진료를 봐야 할 때가 있죠.
전 소아청소년과 의사니까, 예를 들자면 아이들 예방접종 같은 경우도 그렇구요.
병원을 가려고 나왔는데.... 얼레? 예전에 다니던 동네 병원이 없어졌네?
원격의료가 활성화되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심해질 수밖에 없죠.
현재 나라에서는 원격의료를 동네의원 중심으로 허용하겠다며, 그런 일은 없을 거라 해요.
하지만 동네 병원들의 영세 자본으로 장비들을 모두 구비하는 것도 힘들 거구요.
빤히 보이는 거짓말이라는 게...
말은 저렇게 하고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모두 대형병원과 대기업에서만 시행했습니다.
기사 원문 ->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613026.html
시범사업도 다 했고 대형병원과 대기업은 장비 등 모든 게 준비되어 있을 텐데...
과연 원격의료 법이 통과되고 나서도 대형병원 시행은 안 할까요? 정말로??
일단 통과시키고 나면 은근슬쩍 개정해서 대형병원 시행할 거에요.
최근 조사에서 원격진료센터가 도내에 3곳이 생기면->
경기도는 4개 군의 모든 만성질환자가 원격진료센터로 흡수되고,
강원도는 11개 군의 만성질환자의 95%가 흡수되는 걸로 나왔어요.
자연히 동네 작은 병원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되는 상황이 오는 거죠.
동네 병원들이 문을 닫게 되면 결국 직접 진료를 봐야 할 때 불편해질 수밖에 없어요.
직접 진료를 보려면 멀리 있는 병원까지 가야 하고, 그런 환자들이 한꺼번에 몰리게 되니 지금보다 훨씬 오래 기다려야 할 것도 뻔하구요.
4. 싼 약 먹고 부작용 나면 누가 책임지나???
원격의료를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게 대체조제입니다.
의사가 처방한 약과 동일 성분의 약으로 약사가 바꿔 처방하는 건데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원격으로 처방전은 받아도 약은 약국에 가서 타야 되기 때문에-_-
처방된 약과 같은 약이 없으면 약사들이 다른 동일 성분 약으로 바꿔주겠죠.
의사가 처방한 약은 A인데 약국에 그 약이 없으면 약사가 동일 성분의 B로 바꾸는 거죠.
나라에서 원격의료에 앞서 보험재정을 아끼기 위해 만든 제도가 있어요.
바로 “대체조제 인센티브”라는 건데요.
의사가 처방한 A의 가격은 500원인데 약사가 바꿔서 조제한 B가 200원이라면
나라에서는 300원의 차익이 생기겠죠.
이 이익의 30%, 100원 가까이를 약사에게 인센티브로 주는 제도입니다.
나라는 500원 나갈 것을, 약사에게 인센티브 주는 거 포함해도 300원으로 막아 좋고,
약사는 인센티브 생기니 좋고^^
그럼 누군가는 피해를 보게 되겠죠.... 바로 환자입니다.
환자는 200원짜리 약을 300원 내고 먹는 꼴이 되는 거죠. (나랏돈=의료보험 재정)
의사가 처방한 약보다 싼 약을 주면 약사에게는 추가로 인센티브가 생기는 건데,
그렇다면 여러분들이 비싼 약을 먹게 될까요? 싼 약을 먹게 될까요?
그리고 그 약으로 생기는 문제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의사? 약사?
5. 원격으로 진료보다가 의료사고가 나면 어떡하지???
원격진료라는 것은 의사들도 배워보지 못한 새로운-_- 진료법입니다.
원래는 시진, 청진, 타진, 촉진 등으로 환자를 진료하게 되죠. 보고, 듣고, 만져보고...
그런데 화상으로 진료를 한다? 의료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의료사고도 빈번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격으로 진료보다가 의료사고라도 나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요?
화상으로 보고 중환자라는 걸 바로 진단하지 못한 의사?
내 병이 중한 병인 줄 모르고 병원에 가지 않고 원격으로 진료받은 환자?
장비의 질이 떨어져서 화질이 안 좋다거나, 검사 결과가 제대로 전송이 안 된 거라면 장비회사에서 책임을 질까요?
의료사고의 책임소재가 굉장히 애매모호합니다.
그런데도 나라에서는 당연히 의사에게 책임을 지라고 하겠죠. 의사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구요.
의료사고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요? 의사?
바로 건강을 해치게 되는 환자입니다...
6. 개인정보 유출되면 어떡하지???
요즘 개인정보 유출이 굉장히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어요.
신용카드 회사 정보 유출, 며칠 전 KT에서도 정보 유출되어 시끌시끌했는데요.
최근 약학정보원에서 약국의 처방전 전산 프로그램을 통해 2010년부터 환자 300만명의 개인의료정보를 수집해서 매년 1억을 받고 다국적 정보회사에 판매한 사건이 SBS에서 보도되었죠.
기사 원문 ->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2143893
의료정보에는 이 사람이 무슨 병이 있는지부터 우울증약이나 피임약 복용 등 아주 사적인 정보까지 포함이 될 테니, 이 정보가 유출되는 건 굉장한 문제죠.
원격의료가 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의사와 환자의 대화영상도 어딘가에 저장이 될 텐데, 만약 이게 유출된다면?
내가 진료받는 영상이 유출되서 유튜브 같은 곳에 돌아다닌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의료 정보가 유출되면, 맞춤형 스팸 문자나 보이스 피싱 등의 피해자도 속출할 겁니다.
오랜 기간 당뇨로 치료받던 환자에게는 ‘당뇨에 효과 좋은 신제품 개발’ 이러면서 스팸 문자가 갈 거고, 감기로 자주 치료받는 환자에게는 ‘면역력을 높여주는 영양제 출시’ 이런 식으로 말이죠...
의료 정보의 유출은, 단언컨대 이제까지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파장을 일으킬 겁니다.
이제까지 최대한 환자들 입장에서 생길 수 있는 원격의료의 문제점에 대해 써봤어요.
원격의료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게 뻔해서 의사, 환자 누구에게도 좋지 않아요.
하지만 그 편의성 때문에 일단 시행되기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확산되겠죠.
불과 일,이십년 전에는 인터넷 쇼핑을 아무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모두들 하듯이...
그런데 인터넷으로 옷을 샀다가 생각과 다르면 반품, 교환을 할 수 있지만
원격의료는 어떨까요?? 반품이 되나요??
얼마 전 저녁 뉴스에 이 문제가 보도되더군요.
원격의료 시행하는 외국의 사례를 보여주며 아주 좋은 제도라는 식으로 방송되었는데요.
인터뷰 장면에 환자가 말하길,
“원래 2~3일을 기다려야 진료를 볼 수 있는데 원격으로 진료받을 수 있으니 좋다.”
외국은 병원이나 전문의 숫자가 적어 간단한 진료를 보려 해도 며칠씩 기다리거나 아주아주 먼 길을 나서야 합니다.
우리 나라 실정과는 사정이 다르죠.
그렇기 때문에 작년 6월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도 원격의료 입법을 반대했었답니다.
기사 원문 -> http://health.chosun.com/news/dailynews_view.jsp?mn_idx=65287
하지만 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의 압박으로...
결국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3월 중 국회에 제출될 예정입니다.
경제 부처를 압박하는 배후엔 누가 있을까요? 대기업이 있을 겁니다...
전국민을 마루타 삼아 원격의료 시행하고, 결국엔 원격의료가 꼭 필요한 외국 여러 나라에 이 프로그램과 장비 등을 팔아먹을 속셈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의사들 뿐 아니라, 환자들, 국민들이 함께 나서서 이것을 막아야 합니다.
나라에서는 계속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마구잡이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매일 언론을 통해 월요일 하루 휴진에 참여하는 의사들은 15일 영업정지 시킨다, 면허취소 시킨다면서 협박하고 있구요.
다 자기 돈 들여 대학 다니고 면허 따고, 수억씩 대출받아 자기 병원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입니다.
자영업자가 자기 손해 감수하고 하루 쉬겠다는데 15일 영업정지를 시키고, 몇년씩 걸려 딴 면허를 취소시킨다구요?
이것이 제대로 된 나라입니까??
지난 번 글이 너무 길어서 이번엔 좀 짧게 쓰고 싶었는데...
아직도 가슴 속에 있는 말이 너무도 많지만 여기에서 줄이겠습니다.
저의 미래도, 제 아이들의 미래도 중요하기 때문에 저도 계속 이렇게 글을 쓰게 되네요.
제발 국민들도 진실을 알아주세요.
그저 의사들 밥그릇 싸움이라고만 하지 마시고, 의료 제도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의료 제도는 의사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 영향을 주는 정말 중요한 거잖아요.
현재 정부에서 밀어붙이는 원격의료나 영리화법인 등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생각해 주세요.
옳지 않다고 생각이 되시면, 그걸 표현해 주세요.
SNS든 인터넷이든 청와대나 국민 신문고... 주변에 무심한 사람들에게도 알려 주시구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엔 원격의료에 대해서만 써봤는데, 다음에도 시간 내어 다른 문제들에 대한 포스팅을 할 예정이니
현재 의료 문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웃 추가하셔서 한번씩 읽고 생각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