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예전에 <진실을 알리는 시민(진알시)> 캠페인의 운영진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성금을 모아서 한겨레, 경향, 한겨레21, 위클리경향, 시사인 등을 구매해서 무료로 배포하던 활동입니다.
2008년 촛불집회 때 조중동의 왜곡보도와 패악질에 화가 난 시민들이
"언론은 언론으로 대응하자"라는 생각으로 진보언론을 키우고자 시작한 활동이죠.
대구에서 시작한 진알시 캠페인은 불과 몇개월 만에 전국적으로 수십개의 자원봉사팀이 자발적으로 조직됐고,
수백명의 사람들이 아무 대가 없이 구슬땀을 흘리고, 비바람을 맞고, 눈보라를 헤쳐가며 몸으로 뛰었습니다.
운영진들을 포함하여 많은 분들이 진알시 캠페인의 성공을 위해 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 진알시는 이런 활동이었습니다.
2009년 1월에 설날을 맞아 서울역을 비롯해 여러곳에서 동시다발로 대규모 선전전을 진행했습니다.
▲ 당시 서울역에서 돌린 신문입니다. 3만부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휴... 이날만 생각하면...
혼자서 신문 3만부를 서울역 광장에서 사진속 저 위치까지 옮기는데,
꼬박 7시간이 걸렸습니다.
서울역과 사전 협의를 한 장소는 처음 저 위치가 맞습니다.
그런데, 신문 3만부를 거의 다 옮겼을 때쯤 경비 아저씨들이 태클을 걸더군요.
이미 사전협의가 된 거라고 얘기를 했지만 자기들은 연락 받은 게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경비 아저씨들께 부탁 드려서 그분들이 지정해주는 장소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그게 하필 에스컬레이터 옆이라...
3만부나 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신문이 에스컬레이터 옆에 떡하니 쌓여 있으니
그분들도 좀 아니다 싶었나봐요.
그래서 다시 옮겼습니다. 사진속 저 위치로...
고생고생해서 신문 다 옮기고 좀 쉬려던 찰나
갑자기 어디선가 사람들이 나타나더니 신문 포장을 뜯고 도장을 찍고 삽지를 넣고 막 돌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쉬지도 못하고 그분들이랑 같이 신문 돌렸습니다.
▲ 이렇게요. 사진속에 저도 있습니다. (노란끈인걸 보니 경향신문이네요. 한겨레는 초록끈)
▲ 누가 작업지시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알아서 할일 찾아서 하시는 분들입니다.
▲ 이 사진만 보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엄동설한에 맨손으로... ㅜㅜ
이렇게 열심히 신문들 돌리고 있었는데...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작업지시를 하고 있더군요.
자기는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면서 보이는 사람들마다 붙들고 작업지시를 하는 겁니다.
신문 뭉치를 들고 지나가는 저한테도 작업지시를 하더군요.
누구냐고 물었더니 진알시 운영진이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알시 운영진은 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진알시 운영진인데요"
"........... 거짓말 하지 마세요. 신문 들고 다니는 운영진이 어딨어요?"
"운영진은 신문 들고 다니면 안 되는 겁니까?"
"됐구요. 괜히 거짓말 하지 말고 가던 길 가세요"
주변에 계시던 분들께서 말씀해주시지 않았다면 전 꼼짝 없이 운영진 사칭한 사람이 될 뻔 했네요. ㅋㅋㅋㅋㅋㅋ
"그러고 다니니까 운영진인 줄 몰랐잖아요"
"운영진은 어떻게 하고 다녀야 하는 건데요?"
"운영진이 신문을 들고 다니면 어떡해요?"
"운영진은 신문 들고 다니면 안 되는 거예요?"
"안 되죠 그럼"
"그럼 어떡해야 하는데요?"
"다니면서 작업 지시도 하고 그래야죠."
"다들 알아서 자기 일 잘 하시는데 무슨 작업지시를 해요? 그나저나 누구세요?"
"진보신당 청년위원회 위원이에요"
"진보신당 청년위원이면 여기서 작업지시 하셔도 되는 거예요?"
"진알시 대표님한테 허락 맡고 하는 거예요"
엥??? 이건 또 무슨 소리???
우리 대표가??? 지금쯤 어딘가에서 신문 들고 뛰어다니고 있을 사람이???
"저희 대표님이 허락을 하셨다구요?"
"네, 저기 계신 대표님이 허락하신 거예요"
"어느 분요?"
"저~기 계신 저 분요"
그가 가리킨 곳에는 열심히 신문을 돌리고 있는 언론노조 위원장이 계셨습니다.
▲ 가운데 신문 돌리고 계신 잘생기신 분이 당시 언론노조 위원장을 하시던 최상재 SBS PD십니다.
"저 분은 언론노조 위원장이시잖아요"
"네. 저 분이 진알시 대표시잖아요"
"저 분은 언론노조 위원장이시구요, 진알시 대표님은 따로 계십니다."
"진알시가 언론노조에서 하는 거 아니었어요?"
네. 그랬습니다.
진알시 규모가 커지면서 일개 소시민인 저희들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해서
도움을 얻고자 각 정당, 시민단체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닐 때...
그렇게 많은 분들이 흔쾌히 도움을 주실 때...
도움의 손길은 커녕 '언론 운동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라며 가르침을 주려고 하시던 바로 그 분들...
민노당, 진보신당, 그리고 몇몇 시민단체들...
심지어 자기 책 내게 진알시 돈 500만원 만 지원해 달라던 어느 시민단체 분도 계셨지요.
이사람들은 진알시가 뭔지도 모르고 "신문 5만부", "대규모 선전전" 이런 자극적인 키워드만 보고
숟가락 한 번 얹어보겠다고 오신 분들이었습니다.
어마어마한 양의 삽지를 갖고 와놓고는 단 한 장도 넣지 않고 자원봉사자들에게 떠넘기신 대단하신 분들이죠.
다행히 초기에 제가 발견하는 바람에 전량 수거해서 도로 그 분들께 돌려드렸습니다.
"언론노조와는 전혀 별개구요, 진알시 캠페인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금 걷어서 하는 거예요."
"그래도 지금은 언론노조 하부조직으로 들어갔잖아요. 그러니까 위원장님도 나오셨지"
속에서 정말 심한 쌍욕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행사를 망칠 수는 없기에 일단 참았습니다.
"여기 뭐하러 오신 거예요?"
"선전전 하러 왔죠"
"저희는 신문 돌릴 사람 아니면 필요 없습니다. 여기서 신문 돌릴 거 아니면 일 하는데 방해하지 마시고 가지고 온 전단지나 돌리세요"
딱 여기까지 얘기하고 돌아서려는데, 이 DOG새끼가 기어이 한마디를 하더군요.
"내가 진보신당 청년위원인데, 씨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뭐? 씨발? 대접 받고 싶으면 당신네 당에 가서 받아. 여기서 완장질 하지 말고!!!"
"뭐? 완장질?"
"그래. 완장질!!!"
DOG새끼가 뭔가 말하려던 찰나, 주변에 계시던 자원봉사자들과 언론노조 위원장께서 오셔서 말리시더군요.
이 썅년의 새끼는 또 언론노조 위원장 말은 잘 듣더군요.
그렇게 그 DOG새끼를 비롯한 진보신당 일당들을 쫓아보내고
많은 분들과 정말 재밌고 보람찬 하루를 보냈습니다.
P.S. 1 : 그날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에 계신 분들이 나오셔서 뭘 돌리시다가
진알시 자봉단한테 잡혀서 같이 신문 돌리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당시 민언련 사무총장하시던 분이 온엄마(?), 온이모(?)라고 주장하시는
최민희(초미니) 전 국회의원이십니다. (내가 누군지 궁금해 죽을 거다 ㅋㅋㅋㅋㅋㅋ)
P.S. 2 : 그해 추석에도 서울역에서 똑같은 선전전을 했습니다.
그 때, 시사인 고재열 기자님 오셔서 숟가락만 살짝 던져놓고 가신 걸로 기억합니다.
진알시 운영진이랑 졸라 친한 척 하시다가 신문 들고 돌아다니던 저랑 몇몇 분들이
사진 한 번 찍자고 하니까 인상 쓰고 자리 뜨셨죠?
제가 진알시 운영진인 거 알았어도 그렇게 인상 쓰셨을까요?
다른 운영진들이랑은 친하게 어깨동무도 하고 사진도 찍으셨던데...
저는 그날부터 고재열 기자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제가 친일파라서가 아니라 고 기자님이 사람을 대하는 그 태도가 마음에 졸라 안 들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