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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더민주의 대북정책 수립에 고민거리가 될 두 가지
게시물ID : sisa_7602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늑대와호랑이
추천 : 1/3
조회수 : 487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6/09/09 18:49:32
대북정책은 분단하 한반도에서 정치집단이 빼 놓을 수 없는 정책목표이고, 나아가 여지껏 새누리당이 빨갱이론을 통해 오랫동안 효과적으로 호도해왔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대선을 바라보는 더민주가 대북정책 수립에 특히 신중해야 할 부분은 다음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극도로 反北화된 2030 세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던 시절만 하더라도 2030세대는 남북한 '한민족'이라는 개념을 몸으로 실감하던 세대였고, 대북 유화 정책에 적극적인 세대였습니다. 여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2002년 당시 2030세대라 하면 6,70년대생들이었는데, 이들은 3,40년대생인 부모님들의 증언을 통해 '분단 전 조국'에 대한 기억을 들으며 자라난 세대이며, 따라서 남북한의 민족적 동질성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는 세대였습니다. '한민족'이라는 단어가 많은 울림을 갖는 세대였어요. 더군다나, 이들은 자신들의 생애 동안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되는 것을 보며 자라났고, 무장간첩이 몇달 건너 한번씩 침투하던 냉전 시대에 비해 남북관계가 진전된 이후의 한반도가 얼마다 평화로워졌는지 피부로 느낀 세대입니다. 영화 '동감'에 이런 장면이 있죠? 79년에 사는 여주인공에게 2000년에 사는 남주인공이 '배 타고 금강산도 간다'고 통신하는 씬. 이런 진전이 '자랑할 만한 것'이라고 느끼게 된 것이 당시의 2030세대입니다. 지금과는 많이 달라요.

지금은. 우선 2030이라고 하면 8,90년대생이죠. 이쪽은 냉전 분위기에 대한 기억이 없고, 따라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또는 남북정상회담 같은 것들이 왜 대단한 성취였는지 사실 별로 실감을 못 해요. 게다가 이들이 자라날 즈음에는 '북한'이라는 것은 완전히 객체화 되어 버립니다. 지금 80대 어르신들이 평양이 어떻고 원산이 어떻고 하는 건 실체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말씀을 하시는 거고(마치 우리가 해운대나 정동진에 대해 이야기하듯), 그 자식 세대인 386세대도 이런 부모 세대를 두고 곁에 두고 자랐지만, 지금의 2030세대에게 북한은 도무지 본인들과 연관이 지어지지 않는, 그러면서도 그거 때문에 군대가서 뺑뺑이 쳐야 하는, 미스테리한 존재입니다. 냉정하게 말해 젊은 세대에서는 이미 '한민족'이라는 개념이 희박해지고 있어요. 이런 까닭에 햇볕정책을 '종북좌파들의 퍼주기'라고 주장하는 일베식 논법에 물들기도 하는 겁니다. 이들이 더민주의 주된 표밭인 것을 감안하면 분명 괴리감이 있고, 새누리당은 이 지점을 파고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젊은 세대를 설득하든지, 아니면 젊은 세대에게 맞추든지, 아무튼 해결책 없이는 대선이 평탄치 못할 겁니다.

2. 햇볕정책은 낡았다.
햇볕정책이 잘못되었다거나 실패했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더민주가 재집권하더라도 마지막 정상회담으로부터 11년이 지난 2018년이 됩니다. 남북정상회담의 당사자였던 김대중, 노무현, 김정일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북한은 부시 정권 이후 더욱 극심해진 제재 하에서도 핵개발을 이뤄냈습니다. 햇볕정책의 성과였던 금강산관광, 개성관광, 개성공단, 남북경협이 전부 무너졌습니다. 그냥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사실 그간 민주당 계열은 김대중이라는 걸출한 인물 덕에 대북 정책에서 선전할 수 있었습니다. 김대중은 햇볕정책의 설계자였고, 별다른 대북정책을 수립하지 못해서 몇날이고 북한붕괴론만 외쳐대던 한나라/새누리당의 정책 부재를 생각하면 이런 분이 민주당에 있었던 것이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이제 그분은 가셨고, 변화된 현 시국에서 그분과 같은 수준으로 '김대중표' 햇볕정책을 적용할 수 있는 전문가는 이제 없습니다. 

햇볕정책을 승계하는 건 당연한 거지만 승계라는 건 말 그대로 수사일 뿐이고, 변화된 현 시국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블루페이퍼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노무현 대통령 때처럼,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을 가지고 조금씩 변화시켜 적용만 하면 되는 그런 때가 아닙니다. 단절이 너무 길었고 우린 김정은에 대해 너무 모릅니다. 지금 남한에서 김정은하고 말이라도 한 마디 나눠 본 사람이라고는 올해 95세인 이희호 여사 정도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 한분만은 아니고, 김홍업 김홍걸씨와 현정은 회장도 함께 방북했었습니다. 이희호 여사는 대표격). 때문에 아예 새로운 대북정책이 필요한 것이고, 새누리당처럼 북한붕괴론을 주장할 것이 아닐 바에야 야권 대선후보들은 자기 이름 걸고 정책을 내놔야 합니다. 이건 상당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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