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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story_760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0
조회수 : 136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10/03 22:55:11
문정희, 석류 먹는 밤
오도독! 네 심장에 이빨을 박는다
이빨 사이로 흐르는 붉고 향기로운 피
나는 거울을 보고 싶다
사랑하는 이의 심장을 먹는 여자가 보고 싶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져서
마녀처럼 두개골을 다 파먹는 여자
오, 내 사랑
알알이 언어를 파먹는다
한밤에 일어나 너를 먹는다
서정윤, 슬픈 시
술로써
눈물보다 아픈 가슴을
숨길 수 없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적는다
별을 향해
그 아래 서 있기가
그리 부끄러울 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읽는다
그냥 손을 놓으면 그만인 것을
아직 <나>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쓰러진 뒷모습을 생각잖고
한쪽 발을 건너 디디면 될 것을
뭔가 잃어버릴 것 같은 허전함에
우리는 붙들려 있다
어디엔들
슬프지 않은 사람이 없으랴마는
하늘이 아파, 눈물이 날 때
눈물로도 숨길 수 없어
술을 마실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가 되어
누구에겐가 읽히고 있다
김용택, 그랬다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이해인, 아무래도 나는
누구를 사랑한다 하면서도
결국은 이렇듯 나 자신만을 챙겼음을
다시 알았을 때 나는 참 외롭다
많은 이유로 아프고 괴로워하는 많은 사람들 곁을
몸으로 뿐 아니라 마음으로 비켜가는
나 자신을 다시 발견했을 때
나는 참 부끄럽다
나호열, 가을 편지
당신의 뜨락에 이름모를 풀꽃 찾아왔는지요
눈길 이슥한 먼 발치에서
촛불 떨어지듯 그렇게 당신을 바라보는 꽃
어느 날 당신이 뜨락에 내려오시면
이미 가을은 깊어
당신은 편지를 읽으시겠는지요
머무를 수 없는 바람이 보낸
당신을 맴도는 소리죽인 발자국과
까만 눈동자 같은 씨앗들이
눈물로 가만가만 환해지겠는지요
뭐라고 하던가요
작은 씨앗들은
그냥 당신의 가슴에 묻어 두세요
상처는 웃는다 라고
기억해 주세요
당신의 뜨락에 또 얼마마한 적막이 가득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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