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앞 바다
이른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방문을 열면 멀리서 보이는 것은
부산 앞바다와 갈매기였습니다.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도 좋고
바다 위 멀리 보이는 오륙도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부산 하면 푸른 바다 영도다리 밑을
고기잡이 작은 배가 통통통 다녔고
갈매기 울음소리가 생각납니다.
피난시절 십년가까이 살면서
아침마다 부산 앞바다에 떠오르던
커다란 태양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과 마주하면
왠지 가슴이 벅차오르고 무슨 일이든지
다 술술 풀릴 것 같은 기운을 받게 됩니다.
부산 앞바다를 보면서 자랄 때는 별로 느낌을
받지 못했던 것이 지금 와서야 생각해보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숨어서 있습니다.
눈앞의 행복을 모르고 한참 지나서야
그 것의 귀함을 알게 되고 그제야
후회하며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세상의 조건들은 돌고 돈다고 하지만
세월은 한 번 흐르면 돌이키지 못해
그래서 아쉬움으로 가슴 아프답니다.
길고 긴 세월을 잊고 살다가
어느 날 문득 머리를 스치면서
행복했던 추억들이 살아난답니다.
하지만 이미 세월의 기차는 떠나갔고
다시 올 새 세월도 없는 인생 정거장에
길 잃은 철새처럼 멍하고 서있는 듯합니다.
가는 세월을 누구라고 어찌 할 수 있겠는가 마는
지금이라도 알차게 남은 시간을 차곡차곡 채우면서
다시는 돌아보고 후회 하지 않도록 간절히 원 합니다.
청춘 일 때는 청춘을 즐길 틈도 없이 바쁘게 살아 왔고
이제 돌아볼 여유가 생기고 나니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월이라는 시간을 젊은 시절에는 더디 간다고 탓 했는데
이제는 너무도 빠른 세월을 탓 하고 잡으려 합니다.
부산 앞바다를 바라보면서 어린 시절 꿈의 세계로 빠져들던 때가 그립습니다.
물이 들면 섬이 다섯 개로 물이 나면 섬은 여섯 개로 보인다 해서 오륙도 랍니다.
자갈치시장의 생선장시 아지메들도 그립고
영도다리 들었다 놓았다 하던 모습도 그립습니다.
세월은 거스르지 못하고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그래서 지나간 날이 아련한 추억으로 살아납니다.
천마산 아래 지붕을 양철로 만든 작은 함석집이던 것이
수 년 전 가보니 공동주택 빌라로 고쳐 지어져있었습니다.
마당에 커다란 감나무 몇 그루도 사라지고
무궁화나무 국화 꽃밭들도 함께 없었습니다.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했는데 모두를 잃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좋은 말로 좋게 생각한다면 참으로 많이 발전되었다고 해야겠지요.
발전이 좋기는 하지만 추억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발전이 간혹 실망도 준답니다.
옛날에 다니던 학교도 이름이 초등학교로 개명되고 건물들도 웅장해 져있었습니다.
운동장은 옛날 보다 작아 보이기는 했지만 학교가 발전 된 모습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당시는 명문 초등학교라고 했고 이름난 중 고등학교와
길하나 사이로 이웃하였으며 정가에 이름난 인물들을
배출하여 오늘날에도 그 명문다움을 이어 간답니다.
부산 앞바다가 그리운 초로에 접어든 화려한 백수가
오늘 그 옛날의 부산 앞바다 일출을 그리워했습니다.
부산 앞 바다의 일출 태평양으로 향하는 길목의 오륙도 영도다리 영도의 태종대
자갈치 시장 부산 서쪽 동네에서 흘러드는 개천 물과 바닷물이 만나던 충무동
유명한 남포동과 광복동거리 사직 운동장 국제 시장 그 옛날의 이름난 곳이고
그 당시 피난민들에게는 영도다리가 만남의 장소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요즈음은 해운대 광안대교 바닷가를 다듬어서 만든 해안 도로들이 이름난 곳이랍니다.
전쟁 이후 한동안 부산이 임시수도였을 때는 부산으로 인구가 모여 들었고
초등학교 학생 수가 한반에 팔 십 구 십 명이 넘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