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에서 가장 핫한 글과 댓글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을 간략하게 적어봅니다.
원글은 페미니즘에 대해 옹호하면서,
지금까지 페미니즘에 대해 오도된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했지만,
사실 원글이 언급한 내용이 페미니즘에 대한 불편함의 원인이라는 생각이 딱히 들지 않습니다.
그러한 것들은 말 그대로 '어그로성' 인터넷 글 가운데 하나니까요.
원글과 댓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뭔가 공허하게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페미니즘이 자유주의 페미니즘이냐, 부르주아 페미니즘이냐, 분리주의냐 등등 계열도 많이 나뉘고 이론도 많이 있지만,
'베오베 핫글'은 남녀에 함몰돼 '계급'이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 10여년 전인가요.
이 문제가 한창 크게 논의가 됐던 것이요.
김규항씨의 칼럼으로 촉발됐던 것으로 기억하고,
장정임 등 여성주의 운동가들이 반박 칼럼을 쓰고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김규항씨의 논지는 순화하자면,
'페미니즘이 어느 순간 "있는 여성"들을 위한 것으로 느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계급, 계층별로 다양한 여성이 있지만, 정작 여성운동이 어느 순간 '배우고 있는' 여성의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만 치우친다고요.
그때 김신명숙씨가 그랬죠. 모든 운동에서나 있는 일이 왜 유독 여성운동에서만 유독 맵냐고.
사실 이런 주제 곧이곧대로 '남녀'를 기준으로 토론한다면,
상대방은 꼴페미고 받아치는 사람은 여혐밖에 될 수가 없습니다.
여성들 입장에서는 '군대갔다 온 남자'를 사회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남성'으로 인식하고
양성 평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만,
'군대갔다 온 남자'들은 아마도 국가의 구성원인 한 '개인'에 불과할 것입니다.
여성들이 얘기하는 '유리 천장' 이야기를 한다 하더라도 남성들이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각종 데이터를 보면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이 적고 남성이 많다고 볼 수 있지만,
'개인' 남성들 입장에서는 그 고위직 올라갈 수 있는 사람들은 아마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즉, '유리 천장'은 여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 남성'에게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게 계급이 아닐까요.
오유에 글 올리면서 열심히 토론하는 여성네티즌이 있다면,
저소득층에서 제대로 교육배울 기회도 없이 가난한 남성은 그래도 '남성'이기에 강자입니까.
우리사회 사회적 억압 중 하나인 '기득권력 남성'일까요.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기준을 '남녀'로 보지 말고, 좀더 시각을 좀 넓혀서 이야기를 했으면 합니다.
사족
댓글을 보면 '말이 안통하네' '여혐 많네' '꼴페미들 어떠네' 이런 단발성 댓글 다는 분들 있는데,
토론이 아니라 그런 댓글은 개인적으로 달지 말았으면 합니다.
본인은 미치도록 답답하겠지만, 반대편도 미치도록 답답하긴 마찬가지겠지요.
토론이라는게 그런 거 아닐까요. 서로 답답한 가운데 자신의 생각을 교환하는 것.
그런 댓글들은 결국 서로 감정과임을 만들게 마련이고,
상대방 약올릴 수 있는 킬러 댓글만 재생산하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