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Chopin [Nocturne No.20]
그대 우물의 바닥을 퍼올리겠다
그대 호수 끝에 걸어둔 접근 금지 팻말을
한참 지나칠 것이다
그대 가장 깊은 산을 허물겠다
부서지는 산몸뚱이에 메아리로 끼어 죽겠다
이 밤 500년 만에 무대에 서는 새벽별이
식어 지나칠 때까지
그대 몸을 샅샅이 훑어 박제하겠다
미움보다는 동정을 받아야 할 테지
낱낱이 불어난 비밀의 무게로
내가 먼저 숨이 멎을 터이니
<멀리, 알고 싶은 별 하나>
사근사근 섬처럼 오더니
빙산처럼 녹아버렸다
처음 봄을 알고 싹을 틔운 몸
유채꽃 만발한 나의 복판
한 번 보지도 않고 걸어 나갔다
지우고 삼키고, 개켜내는데
그대가 두고 간 시간만은
끝내 나와 여기 남았다
침대에도 옷장에도 둘 수 없어
꾸물꾸물 밥을 짓고 그릇을 닦는다
그래도 남는 시간은
양동이로 퍼다 흠뻑 버리고만 싶다
종이는 아직 훤히 비었는데
물감을 가지고 도망가다니
당신은 참 나쁘다
<처치곤란>
그대의 이름 말고는
그대에 관해 무엇도 알고 싶지 않다
그대에 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때로 그대 이름을 부르기가 미안할 터이니
나는 그대에 관해 그 무엇도 알고 싶지 않다
다만
늦은 저녁 홀로 빈 집의 tv를 켜거나
흔들리는 버스 창에 내려앉는 땅거미를 볼 때
입으로 소리 내어
그대의 이름을 말하고 싶다
어색한 웃음으로 미끄러져버리는
저 무수한 얼굴 속에
오직 그대가 돌아볼 수 있도록
그대 이름을 부르고 싶다
<나쁜 소원>
출처 |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RFaJf
Chopin nocturne no.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