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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작소] 129페이지로 쓰는 편지 - 사랑?
게시물ID : animation_2072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높은성의사내
추천 : 11
조회수 : 126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3/08 17: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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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세상은 대연애시대를 맞이하였습니다. 연애를 하는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연애라는 말 그 자체는 항상 모두의 가슴에 남아 숙원으로 자리잡고 있지요. 당장 오유의 베스트 유행어인 ‘안 생겨요’라는 말이 왜 생겼을까요.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차라리 웃자는 식으로 유연하게 넘긴 거죠. 이렇듯 연애는 이 시대 모든 사람들의 영원한 소원 중 하나랍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드네요. 연애는 즉 사랑일까요? 애초부터 연애라는 형식이 모든 사랑을 대표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면 또한 모든 사랑은 연애로 귀결될까요? 연애를 하지 못한 사랑은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는 사랑일까요? 여기, 남들과는 조금 다른 사랑 이야기가 있습니다. 레진코믹스 연재작, 129페이지로 쓰는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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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이후 그녀를 만날 수는 없었지만 우리는 276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참고로 이 편지는 실화다.’ 라고 운을 띄우는 프롤로그를 보며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얼마나 흥미진진한 사랑 이야기이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마지막 만남 이후 편지로만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았다니. 일반적인 이야기의 경우 참으로 많은 감동과 좌절이 섞여 들어가지 않나요. 하지만 그러한 기대와 이 만화 사이에는 큰 갭이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바란 것이 시원하게 쏟아지는 장맛비라면 이 만화는 겨울과 봄 사이에 어중간하게 뚝뚝 떨어지는 환절비 정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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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실화로서는 다소 특별한 이야기인 것은 사실이에요. ‘절대 만나지 않겠다는 규칙과 함께 편지를 주고 받는다.’ 라는 약속 아래 시작된 작가의 이야기는 때론 희망차게, 때론 절망되게 흘러가지요. 하지만 결코 역동적이지는 않아요.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에 담아 흘려보낼 뿐이죠. 더욱이 작가는 ‘결단코 나와 그녀가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라며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대못을 박아버려요. 고로 많은 사람들이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 밋밋한 흐름에 실망하여 그다지 큰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오히려 그 밋밋한 스며듦 안에 많은 것이 숨어있다고 본다. 바로 사랑의 다채로운 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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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요. 다들 그래보셨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라도 자신과 같은 면이 있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 헤헤거리는 경험. 있으시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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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요. 다들 그래보셨잖아요. 사심을 최대한 숨기며 문자를 주고받다가, 그 사람의 답신이 한참동안 오지 않을 때. 언제 오려나. 왜 안 오는 걸까. 혹시 내가 무슨 말실수라도 한 게 아닐까 싶은 안절부절함. 겪어보지 않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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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요. 다들 그래보셨잖아요. 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감정에 희망이 보여 헤살거리다가, 그게 자신의 착각이란 걸 알고 예전보다 더 감정이 축 쳐지는 그런 감정선. 다들 가슴 아파 해보지 않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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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이 이야기가 절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단 예감이 들어요. 하지만, 그럼 이 이야기의 사랑은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그건 아니라고 봐요. 잃어버린 반쪽을 갈망하는 그 모든 순간은 우리 모두에게 의미가 있답니다. 그 과정의 하나하나 수많은 파편들이 사랑이라는 묶음 아래 재만 남은 마음을 데펴주어 오늘을 버티고, 또 내일을 버티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저는 궁금합니다. 과연 이 이야기 속에 얼마나 더 많은 사랑이 담겨있을지. 그 사랑의 조각들이 얼마나 더 제 가슴에 짙은 감동을 줄 수 있을지.


 사랑의 형태와는 상관없이, 모든 사랑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이 만화. 129페이지로 쓰는 편지를 추천합니다. 


본 글은 애니메이션 게시판 콘테스트 <이 작품을 소개합니다>의 참가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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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이작소 투표소 : http://todayhumor.com/?databox_27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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