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당 대표 후보는 지난달 2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압승했다. 전당대회 기간 동안 추 캠프 핵심으로 활동했던 김용익 전 더민주 의원은 6일 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장에 임명됐다. ‘복지전문가’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던 그는 60대로선(52년생) 드물게 ‘트통령’(트위터 대통령)이다. 4만3000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이 트통령은 전대 직후 이런 트윗을 올려 큰 호응을 얻었다. “계파 개념에 돌머리로 굳어진 언론인 정치인들은 이번 전대의 정치적 의미를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ㅋㅋ.” 대선때까지 더민주의 ‘두뇌’를 맡게 될 그에게 ‘돌머리 언론인’은 궁금한 점이 많았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email protected]" alt="민주정책연구원장으로 내정된 김용익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style="border:0px;margin:0px;padding:0px;width:800px;" filesize="128180">
‘친문대승’일뿐 ‘친문독식’은 아니야 Q. 트위터나 팟캐스트에서와 달리 중후한 인상이시네요. A. “전혀 그렇지(귀엽지) 않아요. 트위터 때문에 사람들이 가지는 환상이지.(웃음)”(그는 트위터에서 ‘귀요미’로 불린다.) Q.추 후보를 일찍부터 지지했고 캠프에서는 좌장역할을 맡았죠? A. “새로운 당헌에 의하면 현직 의원과 지역위원장은 공개적으로 후보를 돕지 못하게 못하게 돼 있어요. 전직 의원이면서 지역위원장 안 맡고 있는 저 같은 사람이 소수라 역할을 떠맡게 된거죠.” 그는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Q.어떤 인연으로 추 후보를 돕게 되었나요? A. “개인적 인연은 없어요.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추 의원이 당 메르스비상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고 나는 위원이면서 동시에 국회 메르스특위의 야당 간사였어요. 그때 같이 활동하면서 지켜봤는데 굉장히 합리적이었어요. 당대표를 잘 뽑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4년 동안 아주 절감했기 때문에 돕기로 했죠.” Q.절감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A. “그건 구체적으로 말하기가.(웃음)” Q.특정 대표 디스(비판)가 되니까?(웃음) A. “네. 그 정도 얘기해도 다 알아들을 겁니다.(웃음) 추 대표는 언론의 주목을 덜 받는 시기에 상당히 내공을 쌓았어요. 신중하면서도 꽤 깊이가 있어요. 호락호락하게 당을 운영하지 않을 겁니다.” Q.이번 전당대회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A. “‘친문독식’ 등의 표현을 쓰는데, 옳지 않은 해석이에요. ‘압승’, ‘대승’까지는 동의할 수 있지만요. ‘독식’이라는 표현에는 ‘친문그룹이 기획한 결과이고, 성과를 독점한다’는 뉘앙스가 포함돼 있잖아요. 그건 사실이 아니죠.” Q.지도부를 소선거구제로 선출하기로 설계한 데서 비롯된 필연적 결과라는 분석도 있습니다.(과거엔 전국 단위에서 상위득표순으로 최고위원 5~6명을 뽑았다. 당내 세력분포에 따라 주류·비주류가 3 대 2 정도로 자리를 나눠 가졌다. 이번 전대부터는 시·도당위원장이 최고위원을 겸하게 됐다. 전국을 시·도 단위 선거구로 쪼개 최다득표자에게만 지도부 진입 자격을 주는 ‘소선거구 승자독식제’에 가깝다.) A.“첫째로, 그런 제도는 ‘친문그룹’이 만든 게 아니에요. 전적으로 혁신위의 안이었어요. 혁신위 안에 찬성 않는 사람도 (친문그룹 내에서) 좀 있었어…근데 혁신위안이 흔들리면 모든 혁신 방안이 무산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통과시켜야 했죠. 그래서 통과시킨거에요. 변화된 상황에서 각자가 최선을 다 한 결과일 뿐이에요. 두번째로 (소선거구제 결정 당시 당에 있던)국민의당쪽 사람들이 당내에 남았다면 이렇게 압도적으로 한쪽이 승리하는 일은 없었을 거에요. 제도가 이러니 언제나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할 수는 없죠.”
‘돌머리언론인’이 ‘친문 트통령’에게 더민주의 미래를 묻다 “권리당원 확보는 현대정당의 길 온라인당원 ‘무조건 문재인’ 아냐 대선 경선서 전략투표할 것 김종인 품어야 집권 가능”
매력적 진보로 중도층 유혹해야 집권 Q.전당대회 최고의 스타는 ‘권리당원’인 것 같습니다. A. “맞아요. 그런데 그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우리도 정확히 몰라서 연구원에서 분석을 좀 해보려고 해요. 권리당원 확보는 현대 정당으로 가는 길이에요. 정당 개혁을 위해 개혁파인 ‘친노’가 이를 추진했죠. ‘정당개혁을 위해 개혁파가 한 일’을 ‘계파이익을 위해 친노가 한 일’이라는 계파 논리로 보면 안돼요.” Q.일부에서는 이런 우려를 하는 것 같습니다. 더민주 권리당원들은 주로 ‘문재인’으로 상징되는 가치를 지지한다.(그렇죠) 더민주는 그런 성향의 권리당원들이 더많은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로 점점 더 진화해나갈 것이다.(그렇죠) 그럴 경우 제1야당이 너무 열성지지자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니…선명한 야당은 되겠지만 중도층에선 멀어져 정권교체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 이렇게요. A. “점점 왼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을까 하는 건 당원과 국회의원, 후보들의 지성을 믿어야 돼요. 그렇게 일방적으로 갈리가 없죠. 정당이라는 건 표를 얻기 위해서 여러가지 기획을 하고 설득을 하는 조직인데, 표를 다 잃을만큼 무비판적인 좌경화를 하겠습니까.” Q.‘정권을 되찾기 위해선 중도표를 가져와야 한다’는 명제엔 동의하시죠? A. “그 말에 동의 안 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다만 중도쪽으로 우경화해야 표를 많이 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 안해요.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내용으로 국민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대표적인 게 ‘햇볕정책’이죠. 김대중 대통령이 그 정책으로 국민들을 설득했고 성공했잖아요.” Q.‘우클릭으로 중도층에게 다가갈 것이냐’, ‘왼쪽에서 매력을 갖춰 중도층을 견인해올 것이냐’ 중 후자가 유효한 전략이라는 거군요. A. “네. 미국을 보면 힐러리는 우경화로 중도층에 다가갔고, 버니 샌더스는 진보적인 정책으로 미국 국민을 감동시켰어요. 결국 샌더스와 힐러리가 함께 진보적 정책으로 국민을 감동시키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죠. 중도층을 견인해올 자신감이 있고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Q.‘이래도 문재인, 저래도 문재인’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A. “대선 후보 경선 때 여러 배경을 가진 후보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을 당에 많이 데리고 오면 됩니다. 대중을 당원으로 끌고 들어오는 능력을 입증해야 대통령 후보 자격이 생기는 거잖아요. 이번에 100만 당원 입당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100만 당원은 여러 배경을 가진 당원들이 들어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우리당은 공정한 게임을 보장하겠다. 각자 당신을 지지하는 사람을 열심히 당원으로 만들어서 승부를 봐라. 이기면 당 후보 자리를 주겠다’는 뜻이네요? A. “그렇죠.” Q.반대쪽에서 질문해보겠습니다. A, B, C 후보가 있다고 칩시다. A, B, C 후보 각각 열성지지자가 10명, 8명, 5명 있어요. 그러나 정당에 가입할 정도로 적극 정치 관심층이 아닌, 이른바 무당파나 중도층에서는 A, B, C후보가 각각 2명, 5명, 10명의 지지세를 갖고 있어요. 이런 상황이라면, 말씀하신 룰에서는 A가 당의 대선 후보가 되겠지만, 결국 대선에선 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A. “만약에 그런 문제가 있다면 거기에 맞는 보완책을 당연히 만들겠죠. 그런데 저는 설령 문재인 지지하러 입당한 분이라해도 그런 상황이라면 (당 경선에서)전략적으로 투표할 거라고 봅니다. 당원들이 얼마나 똑똑한데요. 전대 뒤 ‘문 전 대표 아닌 후보는 아무도 판에 안 들어오려고 할 거다’고 했는데 웬걸, 박원순 안희정 김부겸 다 출마선언하잖아요.”
‘더민주 좌파’라고 불러달라 Q.문 전 대표와 청와대에서 같이 일하셨죠?(김 전 의원은 참여정부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이었다.) A. “네. 그런데 문재인과 개인적 인연 때문에 그를 지지하는 게 아니에요. 그 사람이 갖는 비전 때문에 지지하는거죠. 실제 더민주에서 나타나는 여러 현상을 계파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아요. 계파가 고약한 게 ‘친문 김용익이 뭐를 했다’고 기사가 나오면 그 수식어가 나의 모든 것을 죽이는거야…내가 원장이 될만한 능력이 있는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등은 아무도 관심을 안 갖는거지…순전히 추 후보 캠프에 있어서, 문재인과 친해서, 이렇게 규정이 되는 거에요. 그런데 사람을 뽑을 때 절대로 그렇게 뽑지 않죠. 세상의 어떤 대표가 중요한 자리를 연줄이나 계파만으로 뽑아요?” Q.아무래도 한국 정치는 이념이나 정책보다 인물 중심으로 움직이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A. “민주당 좌파·우파, 이런 정파적 분류를 왜 안하죠? 영국 노동당 좌파·우파…늘 하는 분류에요. 정체성에 따라 분류하면 이의 없어요. 그런데 사람을 중심에 놓고 ‘친노’ ‘친문’ 하는 건 좀…. 민주당 좌파는 친노와 민평련, 우파는 소위 비주류라고 하는 사람들. 중도가 김성곤, 이석현 의원 같은 분들. 새누리당에도 이런 분류 가능하죠. 유승민 의원이 대표적인 새누리 좌파죠.” Q.민주정책연구원장은 당 대선 후보를 위해 정책·전략 등을 고안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문 전 대표를 지지한다고 밝히셨는데, 다른 후보들이 우려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A. “개인 의견과 당의 직책상 역할을 혼동해선 안되죠. 연구원은 모든 후보를 대등하게 지원할 겁니다. 당직을 맡은 사람은 누구나 개인의 지향과, 공식 임무 간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김종인 품어야 정권 잡는다
Q.‘더민주 우파’인 김종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A. “그분 정도의 생각, 그분이 갖고 있는 합리적 보수성은 우리당이 충분히 포용할수 있는 범위 안에 있어요. 전혀 부인하지 않고 오히려 김종인 정도의 합리적 보수주의자는 수용하고, 그런 정도의 사람들이 우리당 우파를 구성하면 좋겠어. 그분에 대해서 내가 지적했던 건 모두 독단적인 태도에 관한 거였어요. 그런 게 정치인으로서 옳은 태도는 아니잖아요.(웃음) 김종인 대표 덕분에 중도층이 그래도 우리당 지지하고 ‘저 당에 저런 요소가 있구나’하는 걸 충분히 인정한다니까. 그런 사람이 들어와서 중도 지지층을 견인해주면, 아 고맙지. 당연히. 그걸 왜 문제 삼겠습니까.” Q.문 전 대표 지지층에서는 김종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큰 것 같아요. A. “그 분이 가지는 정책이나 보수성에 대한 반감은 아니라고 봐요. 그 분이 가끔 문재인도, 당도 통째로 비난하잖아요. 듣는 사람이 모욕감을 느낄 표현을 써가면서. 당연히 그 정도 반발이 나오지.” Q.김 전 대표에 대한 원장님의 입장은 ‘더민주 좌파’ 그룹 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건가요? A. “그럼요. 경제민주화를 하자는데 우리당의 누가 그걸 반대합니까.(웃음)” Q.그래도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은 감정 회복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A. “그래서 에스엔에스(SNS)를 조심해야 한다는 거에요. 에스엔에스(SNS)에서 비난을 당하는 건 제가 한국 최초에 가까운 사람이에요. 김대중 정부 의약분업 때 하이텔, 천리안 이런 데서 엄청나게 저기(욕)를 했죠.(*편집자주: 그는 서울대 의대 교수 시절 의약분업을 주도했다.) 그때 경험해보니까, 에스엔에스로는 논쟁을 할 수 없어요. 공방을 주고 받는 게 불가능해요. 논쟁에 적합한 매개체가 아니에요. 토론의 매개체가 아닌 데서 토론하고 논쟁을 하게 되면 감정 상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저는 논쟁이 벌어질 것 같은 트윗에 대해서는 답을 한 적이 없어요.” Q.이번 당 여성위원장 선거에서도 은수미 전 의원이 트윗에 올린 글 때문에 곤욕을 치렀습니다. A. “비난에 응답하기 시작하면 그게 끝없이 갑니다. 만약 설명을 하려면 아주 초창기에, 아주 확실하게…‘어떠어떠해서 내가 이랬는데 잘못했다’고 정리를 해야 해요. 퍼지기 시작하면 절대로 수습이 안돼요. 누구라고 얘기할 건 아니지만 응답을 한 의원이 있었어요. (정색하며)그러면 큰일나요 진짜. 은수미 글 읽어보니까 아무리 봐도 그런 뜻은 아닌 것 같던데.” Q.유인태 전 의원이 <한겨레>와 고별인터뷰에서 “자기 팬클럽만 보고 정치를 하면 안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에스엔에스·온라인 여론에 집중하다보면 그렇게 될 우려도 있지 않나요? A. “조심해야죠 당연히. 에스엔에스를 하는 정치인들이 굉장히 경계해야 하는 게 자기도취에 빠지는 거에요. 저 같은 경우는 에스엔에스에 나오는 의견 말고 외부 의견 들으려고 꽤 애를 씁니다. 균형을 맞추죠. 그걸 안하면 큰일나요. 내가 트윗을 하면 몇백개씩 반응이 달리니까 기분 되게 좋죠. 그런데 밖에 나가면 누가 나를 알아봅니까. 그건 별도의 세상입니다.”그의 대답 속에서 현재 더민주 지도부의 대선 구상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왼쪽에 서서 중도층을 견인한다 △후보 선출에 당원이 좀더 관여한다 △김종인식 중도는 품고 가겠다. 더민주 당헌은 대통령선거일 180일 전까지 후보를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내년 6월20일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