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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여자들
게시물ID : lovestory_758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드루즈바에미르
추천 : 4
조회수 : 89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9/23 12: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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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는 2주일전에 결혼을 한 29살의 남성이다.

결혼을 하고 신혼생활을 하다보니, 지나간 연애들이 잔잔히 생각나서 글을 써본다.

연애해본 횟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만났던 여자 한명한명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연애를 해본 남성들이라면 공감이 어느정도 될만한 글일테고, 연애를 해보지 않은 친구들이라면, 앞으로 겪게 될 연애를 미리 본다고 생각하면서 글을 읽어주면 좋겠다.



나의 첫 연애는 17살, 고등학교 1학년때였다.

상대는 같은 동아리에서 만난 같은학년 여자애였다.

키 170의 굉장히 큰 키에, 살집이 없고 토끼상인 귀여운 여자애였다.

동아리에 들고 1달뒤에, 그 애는 나에게 고백을 해왔고, 나는 별 생각없이 고백을 받아들였다.

그 애는 나의 마음을 얻기위해 온갖힘을 다했다.

학원에 있는 나를위해 도시락을 싸주기도했고, 기념일도 자기가 다 챙기고, 공부하는 시간을 줄이면서 까지 나를 만나려했다.

하지만 나는 그 애에게 마음을 많이 주지 않았다.

나는 그때에 집안사정이 매우 안좋고, 부모님의 강요와 압박때문에 마음에 여유도 없어서, 누군가를 사랑해줄 여유가 없어서였다.

이러한 관계가 1년이 넘게 지속되자, 나는 점점 그 애의 배려와 사랑을 당연한것으로 받아들였다.

사귀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녀는 자주 울고, 내가 너무 섭섭하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너무나도 이기적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때, 수능이 끝나고 3주일 정도 뒤에, 그녀는 나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평소에 잘 울고, 잘 웃던 여자친구가 너무나도 차갑게 이별을 말했다.

헤어지는 순간에는, 나는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였다.

슬프지도 않았고, 아쉽지도 않았다.

그러나 헤어지고 3일째부터, 너무나도 큰 공허함과 허전함을 느꼈다.

1주일부터는,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 애가 주는 사랑과 배려가, 얼마나 큰 것인지, 헤어지고서야 깨달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애를 붙잡지 못했다. 

내가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지 생각이나서,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나는 그 아이에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개강하고 3달뒤에, 같은 강의를 듣는 한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나와 같은 나이에, 아담한 체구, 긴 생머리를 가진 예쁜 여자였다.

계속 지켜보기만 하다가, 어느 날 용기를 내서 전화번호와, 이메일주소를 물어보았다.

그녀는 흔쾌히 알려주었고, 2주일뒤에 그녀와 사귀게 되었다.

사귀고 나서 방학이 시작되었는데, 그녀는 수원에 살았고 나는 서울에 살았었다.

그녀와 적어도 1주일에 한번씩은 만났다.

1주일마다 버스를 타고 수원까지 갔다.

나는 정말 마음을 다해서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와 헤어지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나는 그녀의 마음을 얻어보려고 정말로 애를 썼다.

편지도 자주쓰고, 선물도 많이 사줬다.

그러나 그녀는 마음을 크게 열지 않았다.

내가 잘해주는것에 기뻐하기보다, 못해주는것에 더 속상해했다.

말주변이 없는것, 만날때마다 긴장하는것, 성숙하지 못한것에...

나는 그녀가 그런말을 할때마다 속상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그녀가 싫어할까봐 일부러 말을 아끼는건데...' 

'그녀가 이런행동을 하면 실망할까봐 행동에 신경을 쓰느라 긴장한건데...'

'연애를 많이 해보지 못해서 성숙하지 못한건데...'

그녀를 위해서 정말 모든것을 다해주는데, 그녀가 그런 사소한것에 속상해 한다는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잘해주려고, 더 그녀의 마음을 열어보려고 애썼다.

내 생활을 포기하면서, 친구들을 만나는것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런데 그런것을 해줄수록, 그녀는 더 부담스러워 했다.

그녀가 그럴수록 화를 냈다.

내가 그럴수록 그녀도 상처를 받았다.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슬프고 우울했다.

그제서야 첫 여자친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당시에 왜 그렇게 울었는지... 왜 그렇게 속상해했는지...




이렇게 서로 상처속에서 연애를 하다가, 결국 사귄지 3달만에, 그녀는 나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나는 그녀를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아직 해보지 못한것이 많은데...'

'그녀가 나에게 먼저 만나자는 말을 해준적이 없는데...'

'아직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못들었는데...'

이런 생각때문에 그녀를 보낼수가 없었다.

그녀는 아무리 매달려도, 절대 싫다고 했다.

다음에 사귀는 여자한테는 이러지 말라면서...

어느순간, 그녀는 이미 나에게 마음이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더이상 붙잡을 힘이 없었다.

그녀의 손을 놓자, 그녀는 뒤도 안돌아보고 자리를 떠났다.

나는 그 자리에서 1시간정도 멍해있다가 자리를 떠났다.

아무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집에 도착해서, 정말 눈물을 왈칵쏟았다.

그녀가 무엇에 속상해했는지 그제서야 깨달아서.

그땐 왜 그렇게밖에 표현을 못했을까, 왜 좀 더 배려해주지 못했을까, 왜 그렇게 유치했을까 이런것을 깨달아서.

'그녀에게 나는 여자가 마음을 여는것을 기다리는법을 배우고, 나의 생활을 유지하면서 사랑해야 한다는걸 배웠다. 

그리고, 두번다시 성급하게 연애를 시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자친구와 헤어진후, 나는 교회의 청년부에 마음을 의지하게 되었다.

하나님에게 마음을 내놓는 법을 배우고, 그 공동체 안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청년부 안에서 활동하다,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내 아내는 나보다 3살 연상이고, 눈이 크고 예쁘며, 약간 통통한 체형을 가졌고, 말투와 성격이 느리고, 온화하면서도 마음이 강직한 여자였다.

그녀와는 천천히 서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대화를 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알게되고, 서로의 단점과 장점을 알게되었다.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녀도 역시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고백하지 않았다.

그녀도 나에게 고백하지 않았다.

나의 미숙함에 그녀가 지칠까봐, 그녀의 답답함에 내가 변할까봐.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좀 더 받아들일 수 있을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반년이 지난뒤, 나는 군대를 가게 되었다.

군대에서도, 항상 그녀와 편지하고 전화하면서 연락을 끊지 않았다.

면회도 와주곤 했고, 나는 휴가나오면 항상 그녀를 먼저 찾아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재대하고난뒤, 그녀와 정식으로 사귀게 되었다.

사람들의 축복속에서 교제하게 되었고, 6년의 시간이 흐른뒤, 나는 그녀와 결혼했다.

나는 지금의 아내와 결혼해서 행복하고 항상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 연애 이야기는 이것이 끝이다.

돌이켜보면, 연애를 했던것이, 나를 참 많이 성장시켰던 일이 아닌가싶다.

사랑을 주는 법을 알게되고, 여자를 배려할줄 알게되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행복함을 주는 인연이 찾아 온다는것도 알게되었다.

이글을 읽은 남자들은, 만약 지금 사귀는 여자하고 헤어지게 된다면, 너무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분명 헤어짐으로 인해 더 성숙해질테고, 분명히 더 멋진 여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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