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에 귀천이 어디있고, 힘든 보직이 어디 따로 있겠습니까마는 군수과 계원 출신으로서
평소에 듣는 "행정병과는 전부 전투병과에 비하면 꿀보직이지!" 라는 말에 격한 분노를 격한
감출 수 없는 바, 이 자리를 빌어서 행정병의 고충을 두루 짚어보는 한 편, 작성자가 복무한
군수과에 대한 대략적인 개요와 업무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고자 합니다.
1. 행정병중에 제일 힘든 병과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떤 작전병, 정보병, 인사계원이 오더라도 당당하게,
"군수과야 말로 행정병계의 노가다꾼, 하이브리드 용사" 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왜냐?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군수과의 종별에 따른 직책을 짚어보고 가봅시다.
<1종>
일단 기본적으로 식수인원을 할당하고, 부식을 수령하여 대대급에 분배하는 역할을
합니다. 못먹고 못입을 7~80년대에는 군수 1종계원의 파워가 막강했다고 하는군요.
지금도 현역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건빵, 맛스타, 컵라면등을 손안에 쥐고 흔들며
권세를 누리고 있는 보직입니다. 작성자는 2,4종 계원이라 1종계원들이 하는 업무를
전체적으로 다 알지는 못하지만 잦은 야근과 60트럭을 매일 배차내서 아침부터 득달같이
보급수송대대로 달려나가는 1종 분대원을 보고 만만치 않구나 하는걸 느꼈었습니다.
취사병들과 매우 각별한 사이이며, 보급급양관은 거의 1종계원을 반 취사병으로 봅니다.
<2,4종>
2종 일반보급물자와, 4종 축성자재류를 통괄해서 2 4종 계원으로 부릅니다. 기본적으로
매월 연대단위로 소모되는 소모품들을 할당,수령,불출하며 폐품반납, 일반보급품 수령 불출
등의 업무를 담당합니다. 보급성과들이 데이터화 되서 가시적이기 때문에 수많은 검열과
상급부대의 지침에 시달립니다. 2종업무만 해도 등골이 휠 지경인데, 4종 춘추계 진지공사용
시멘트(40kg)가 2천포 가량 들어왔을 땐 정말 이제 끝이구나 싶더군요. 목재,페인트,못,공구
등 2 4종을 통괄해서 관리하는 경우 취급품목이 1천여가지가 넘습니다.
(소모품-휴지,비누,칫솔,면도날, 속옷-런닝 빤쓰 색깔별로, 전투복, 전투화, 활동화, 슬리퍼
, 방한용품, 취사용품, 훈련용품, 천막부속품, 개인장구류 일체, 너무 품목이 많아서 별도의
책자가 따로 있으며 품목명과 이미지를 대부분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국방물자 시스템때문)
각 대대 보급병, 중대보급병들과 매우 친해질 수 있으며 새 전투화, 속옷 333 세트 등을 미끼로
각종 PX 얻어먹기, 맥심 등 잡지와 물물교환이 가능합니다.
<3종>
군수과에서 가장 하드코어한 업무를 담당합니다. 2,4종이 행정업무+노동업무 의 비율이 거의
5:5 라면 3종계원의 업무는 행정 1대 노동 9의 비율로 압도적입니다. 주로 하는 일은, GOP부대
월동유 관리, 치장용 비축유 관리, 드럼통 관리 등인데 연병장을 가득 채운 수백개의 드럼통들과
줄줄히 늘어선 유조차들을 보면 기가 싹 질립니다. 하는일이 보통 폐드럼통 반납, 드럼통 수령,
이런 기름진 일이기 때문에 3종계원은 항시 기름에 찌들어 있습니다. 본부중대 보일러병과
각별한 사이이고, 겨울에 가장 인기있는 보직 중 하나입니다.(야! 군수과 유류계원 바꿔! 라는
전화가 겨울에 제일 많이 옴)
[병기, 탄약계]
병기 탄약은 군수과와 일체를 이루지만 사용하는 전산 프로그램이 다르고, 분대도 별도라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아이고 쓰다보니 긴글이 됐네요. 다음을 기약해야겠네요. 찡긋!
다음에 쓰고싶은 2,4 종 에피소드들 .
- 모포 100장이 빈다! 사건 (전산재고와 실물재고간 차이가 100장 빵꾸가 났었던 대사건)
- 크리스마스의 산타 (야간에 4/5톤 차량에 보급품을 잔뜩 싣고 가서 GOP 초소들을 기습방문한 사건)
- 전투지원검열과 중대장들 (빵꾸나는 중대 재고를 메꾸기 위한 중대장들의 눈물겨운 로비)
그럼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