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건국 이례로 600년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번도 바꿔보지 못했고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음을 당했다 그 자손들까지 패가망신했다. 600년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거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짖밟고있어도 보란듯이 결국 고개를 숙이고 외면했어요 눈 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생애 남겨주었던 제 가훈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보며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가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역시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가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노무현의 2002년 대선 후보 연설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