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홍조·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성분인 '니코틴산'을 고의로 첨가한 산수유 제품(이천 흑산수유)을 제조·판매한 일당이 검거됐다.
이를 건강식품이라 믿고 복용한 소비자는 혼수상태·사지마비 등 극심한 부작용을 일으켰고, 원가 960원 짜리를 200배 뻥튀기해 19만8000원으로 판 일당이 챙긴 수익은 735억원에 달했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이천흑산수유' 제조업자 차모 씨 등 일당 3명을 검거하고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고 9일 밝혔다. 수사과정에서 발견된 산수유 제품 3390박스(시가 6억7000만원)는 전량 압수했다.
검거된 피의자들은 니코틴산을 과량으로 넣어 고의로 부작용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산수유 함량은 1%에 불과한 저질 제품을 건강식품으로 둔갑시켰다. 부작용이 마치 산수유의 효능인 양 소비자에게 인식시킬 목적으로 니코틴산을 과량 첨가한 것.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 등에 사용되는 니코틴산은 하루 50mg만 섭취해도 홍조·피부가려움증 등을 유발하고, 과량 섭취하면 코피·간지러움·심한 발열·전신부기·사지마비·호흡곤란·실신까지 초래한다.
이들은 부작용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에게 "산수유에 함유된 '코르닌' 성분 때문에 일시적인 혈압상승, 간지러음, 두드러기 등이 체질에 따라 나타난다" "몸에 적응하는 과정으로 계속 복용하면 괜찮아 진다"는 말로 안심시켰다.
하루 권장량이 4.5∼23㎎인 니코틴산을 고의로 3∼7배(73.15~160㎎) 넘게 넣는가 하면, 부작용 민원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열에 4~5명만 부작용을 일으키도록 함량을 줄여 생산하기도 했다.
또한 부작용 정도와 니코틴산 사용량에 따라 '무반응(사용 안함)', '반응(일반적인 부작용 정도)', '강반응(음용즉시 부작용 발생)'으로 구분해 제품을 만들고, 홍보용 제품은 '강반응'으로 생산하는 등 지능적인 행태를 보였다.
실제로 시음 제품을 먹은 한명은 호흡곤란을 일으켜 정신을 잃고 119로 실려갔다.
제품에 들어가는 당밀은 식용 대신 사료용 가격 수준인 무신고·무표시 제품을 사용해 생산단가를 낮췄다.
원가 960원인 제품은 제조자→총판업자→방문판매업자 등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쳐 한 박스(35㎖×30포)에 19만8000만원으로 팔렸다.
이들이 2010년 10월부터 3년여간 제조·판매한 저질 산수유 제품은 37만1247박스, 얻은 수익은 735억원이나 된다.
서울시는 현재 '이천흑산수코르닌겔' 제품을 먹거나 보관 중에 있으면 모두 폐기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최규해 시 민생사법경찰과장은 "이번에 검거한 3명 외에도 관련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부정 식·의약품사범에 대해 앞으로도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