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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막 – 패닉
그녀는 미지의 생물에 대한 두려움과 아이들을 지키자는 어머니로써의 사명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듯 했다.
비정상적인 바깥의 그들. 외형은 평소 눈에 스쳐지나가는 이웃.
평소에 그리 친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전 모르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 사람들 끼리 서로 물고 뜯는 것을 보자니 비현실적인 감각이 맴돈다.
“얘들아. 일단 방에서 쉬고 있자....... 아니, 거실에서 같이.......”
그녀가 아이들을 챙기다 말문이 막힌다.
나에게만 책임을 떠맡기지 않으려 억지로 애쓰려는 모습.
과도하게 힘이 들어간 그녀의 목소리와 반대로 온몸에는 힘이 빠져있다.
자식을 위한 용기와 헌신. 그러나 본능적으로 떨리는 그녀의 입술.
이 사람....... 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미영이는 친구들과 애인 걱정에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만을 쥐고 있다.
지금은 그저 작동하지 않는 각진 쇳덩이에 불과한....... 걱정을 떨쳐버릴 매개체로써 그것을 택했으나,
그와는 반대로 자신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가람이는 죽음의 개념도 정확히 모를 정도로 어려서인지, 아니면 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지 다른 가족들에 비해 꾀나 안정적이었다.
가장 평소에 가깝게 행동하고 있는 듯 했다. 물론 그것이 컴퓨터 하기 이지만.......
그런데 컴퓨터에서 무엇을 보는지 계속해서 우리의 정보원이라도 된 마냥 우리에게 소리쳤다.
“이거 무슨 생물실험이래!
저거 다 좀비 같은 거래! 아빠! 영화에서 보던 거!
국가에서 우리 격리 시킨데!! 근데 격리가 뭐야? 아빠!”
가람이의 끝없는 수다에 화가 치밀어 오르려는 순간 가람이는 내 마음에 큰 변화를 줄 정보를 주었다.
아니, 우리 가족의 미래에 큰 변화를 줄.
“저 아나운서가 배우라는데 아빠?”
이런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할 곳도 없고, 그저 멍하니 뉴스를 바라보며 해결점을 찾고 있을 때 쯤
가람이의 소리를 듣고 TV에 비친 아나운서에게 모든 정신이 집중되었다.
아무리 열성적인 아나운서이고 직업정신이 투철하다 한들, 이러한 대피방송,
전국적으로 죽음이 눈앞에 걸어 다니는 상황에서 대피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방송하고 있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진짜 목숨을 걸고 방송하겠다는 장인정신이나 이미 탈출경로가 있는 것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굳이 그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신의 가족이 자신의 미래가 자신이 살아가야할 터전이 이리도 황당하게 무너져 가는데, 그리고 현시점에서.......
의아할 정도로 차분한 그녀의 목소리와 행동. 처음엔 시청자들에게 겁먹은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그렇다고 생각했으나,
지금 시간이 꾀 지난 시점에서 보니 이상했다.
그녀는 가족도, 친구도, 애인도 없나?
그걸 알고도 방송을 위해 참는 것인가? 아니, 어떤 인간이 그게 가능하겠는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을 하고 상황이 급박해질수록 이기적으로 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저 이상 하리 만치 차분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방송하는 것은 저 아나운서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이란 것인가.
왜지?
도망보다 방송을 하는 것이 더 이득인 이유는?
분명 지금 그녀의 행동, 목소리는 바깥 상황을 전혀 모르는 거다.
현재 자신이 바깥상황을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대본 읽듯.......
난 알 수 있다.
내가 무슨 배우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독도 아니다.
내가 현재 이 미친 현실에 속해있는 사람이기에 알 수 있다.
저건 무언가 연기 같다는 직감이 든다.
연기를 한다면, 저 방송국은 안전하단 뜻일까?
혹시 저 곳은 이 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진주에서만 일어났다는 소문과 끊어진 전화기.
안전한 부산. 정말 이곳만 이런 것일까?
물론, 내 추측일 뿐이지만, 가족들을 위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일단 서울이 전염 외의 지역이라면, 아까 가람이가 보여준 영상에서 부산 또한 전염 외의 지역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전화가 끊기고 국가에서 배우를 섭외하여 거짓뉴스를 방송한다는 점.
계속해서 집안에만 있으라는 반복적인 멘트.
국가는 진짜 우리를 가두고 격리시키려는 것인가.......?
집안에 틀어박혀 전염을 피해 숨어있게 하고 구하려는 걸까?
최고한의 피해를 위해서? 하지만 과연 그들이 우릴 구해준다는 보장이 있는가.......
우리를 가두어 두고 내버려두는 것은 아닐까.......?
이것 또한 전염을 막는 최소한의 피해........ 이지 않은가.
서로 다른 시점에서 바라본 최소한의 피해.......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어처구니없는 두 갈래의 방향이.
내 가족의 목숨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현실에 정말 코웃음이 날 지경이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그저 추측만 맴도는 상황.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다시금 TV에 집중할 때 쯤.
잠시 아나운서가 쉬기 위해 방송을 끊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아나운서가 일어나며 말 하는 것을 똑똑히 들었다.
“이거 언제 방송 나가는 건가요?”
그리곤 방송이 잠시 꺼졌다. 처음엔 저 소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생방송으로 나가는 것인데, 저게 무슨 소린지.
분명 LIVE로고가 찍혀있는 방송인데.
언제 나가냐는 말이....... 녹음 방송이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뭐 때문에 녹음을 했고,
이런 날을 예견했다는 말인가?
“가람아! 아빠 뭐 좀 찾아보자!”
불안감이 내 속을 들쑤시어 컴퓨터를 향해 외치며 뛰어갔지만,
가람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방을 나왔다.
인터넷마저
끊긴 모양이다.
시간이 흘러 오후 6시.
바깥은 고요해졌다.
마치 원시시대의 사람이 된 마냥 그저 집이라는 동굴 속에 앉아 멍하니 TV만 보고 밥도 거른 채 저녁까지 시간을 보냈다.
어찌 보면 정말 간단하다.
나가느냐 버티느냐.
겨우 2가지 선택지 밖에 없는 것이다.
50%의 확률.
물론 한쪽은 죽음이겠지만 말이다.
이미 우리는 서로 할 말들을 잃은 채 그저 멍하니 기다릴 뿐이다.
무엇을 기다려야 하는지도 모른 채.
TV에 나오는 교체된 아나운서의 미심쩍은 말만 들으며.
다른 이웃들도 그러고 있는 것일까?
마치 우리 아파트 단지 모두가 단체여행이라도 간 마냥 고요하다.
아침을 공포로 물들인 비명소리들은 이미 잠잠해진지 오래이다.
이런 고요함을 얼마 만에 맞는지 모르겠지만,
기쁘진 않았다.
그 고요함을 틈타 뉴스에서 계속해서 암울한 소리만 하고 있으니.
그리고 그 소리를 끄지도 못하는 불안감에 휩쓸려 있으니.
어느 지역은 이미 모두 죽었다는 둥,
부산은 모두 집에 숨어 있어 군대를 투입했다는 둥.
여러모로 말은 많지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집에서 나오지 말 것!’
그나마 희소식은 군대의 투입 정도랄까........?
군대 투입의 소식에 가람이가 신나서는 별것 아니라는 마냥 말했다.
“아빠! 군대가 왔으니까 이제 저 밖에 있는 나쁜 사람들 빵빵 쏴 줄거야!”
“그래........ 군대가 오면.......”
군대....... 가람이에게 바깥의 저들은 ‘나쁜 사람’인가 보다.
“그래 나쁜 사람들 군인이 다 쏴.......”
고요함 속에서 그나마 트인 말들이 금방 막혀버렸다.
TV의 갑작스러운 변화 때문이다.
아까부터 혼자 떠들고 있던 아나운서는 사라지고 왠 늙은 할아버지가 연구소처럼 보이는 공간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여러분. 저는 혁신 대학교 교수 김지만이라고 합니다. 이리 방송에 특별히 나오게 된 이유는 여러분들에게 진실을 고하기 위해서입니다.”
“어! 교수님이다!”
“미영아 너희 학교 교수님이시니?”
“응, 저 교수님이 오늘 공강 내셨어. 갑자기.”
5시간 만에 절망의 상황에서 빠져나와 의아함으로 옮겨간 미영이.
아무래도 자신이 듣는 강의의 교수님인 듯하다.
“자. 먼저 본론부터 말하자면. 여러분들은 지금 진주를 나오셔야 합니다.”
첫 마디부터 나의 뒤통수를 치는 그의 한마디.
아니 이제껏 우리가 들었던 방송들은 모두 나가지마 라고 그리도 타이른데 반해,
이 사람은 난데없이 나와서 나가라니.......
“저는 인간의 감정을 연구하는 과학자입니다.
특히 분노라는 감정.
연구 도중 이 분노를 슬픔의 감정으로 억누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해 내고자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사람에게 이를 투입....... 죄송합니다.......
제가 하면 안 될 짓을 했어요.......
죄송해요 모두에게...
미안하다 아들아....... 내가........“
쿵! 쿵! 쿵!
순간 연구실 밖에서 들리는 강한 두드림 소리.
분명 오늘 내가 바깥에서 들었던 그 괴기한 소리도 함게 들려왔다.
짐승의 소리.
“그,,,,,,, 감정이 폭발한 겁니다!
저들은 식인종이니 뭐니 그런 좀비 같은 거라기 보단 분노한 짐승입니다!
사람이라는 이름의 짐승!
슬픈 분노로 이성을 잃어 폭력으로 승화시키려는 것뿐이에요!
하지만, 다행히 숙주만 처리한다면 모두 해결 될것입니다.
그리고 그 숙주는 저와 함께 있습니다.”
쿵! 쿵! 쿵!
순간 카메라가 그의 옆 의자를 향했다.
묶여있는 한 사내.
그리고 그는 또다시 탄식과 눈물로 의자에 앉은 정체불명의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친 듯 줄에 묶인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는 그것을 보며.........
그리 한참을 보다 그는 라이터를 열고 가스통을 꺼냈다.
“자....... 이 숙주를 죽이면 이 진주에서 현 상황은 끝납니다.
미안하다........ 이 애비를 용서하지 말거라.......”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는 가스통에 불을 붙여 가메라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던졌고, 화면은 그와 동시에 꺼졌다.
“여보....... 어떻게 우리........ 나가지 말라 하는데, 또 나가라니.......”
“.......생각.......하자....... 좀 더 신중히.......”
그녀는 아이들을 감싸 안고선 눈물을 삼킨 채 겨우 말을 이어 나갔고,
난 그런 그녀의 생각을 겨우 받아들이며 겨우 대답을 내뱉었다.
하지만 명확한 답을 줄 수는 없었다.
“일단....... 짐은 싸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