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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당원게시판에 제갈공명급 현자 출현!
게시물ID : sisa_7577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원조잡초
추천 : 33
조회수 : 2027회
댓글수 : 41개
등록시간 : 2016/08/31 13:03:48
첫문장을 읽다보면 어느순간 끝까지 정독하게되는 깔끔한 글입니다.  특히 모두에 진중권,정희진을 언급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통렬한 사이다였네요.

꼭꼭 씹어읽어주세요.
후회 않으실겁니다.
당원 추천호응도 폭발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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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은 것은 여성주의, 얻은 것은 당원민주주의입니다.

상무위의 두 번째 입장 발표 그리고 연이어 심상정 대표의 여성주의 정당 발언에 이르기까지. 결국 사태는 흐지부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확인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나마 정의당이니 이렇게라도 논쟁이 진행되고, 당 지도부가 움직였다는 것입니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번 ‘메갈 지지 논쟁’에서 ‘시효가 종료’되고 더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대한민국 진보 진영의 어떤 부분입니다. 진중권, 정희진을 비롯하여, 이른바 ‘진보적 성향’의 팬들을 바탕으로 하는 지식인들, 스피커들, 미디어들은 이제 대중을 선도하기는커녕 설득할 수준도 안 된다는 것을 들켰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이제 두 가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훨씬 더 사태를 잘 안다’는 정보의 우위인데, 이것이 사라졌습니다. 또 하나는 이제 그들에게는 ‘한 명이라도 더 설득하여 우리 편을 늘린다’라는 사명감이 없습니다. 그 대신에 ‘얼마나 더 선명한 진보인가’를 내세워 대중보다 자신의 우위를 증명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그 우위는 증명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선명성이야말로 ‘개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이제 ‘어떤 사람들’을 대변하지 못합니다. 대변하지 못하는 지식인이 어떤 논리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요? 맞습니다. 그들은 계속 ‘대중이 무지하다’라는 식의 논리를 내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조성주 전 소장을 비롯한 당의 몇몇 인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당 게시판에서 소통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의 공식 입장 뒤에 숨어 있어도 괜찮습니다. 그건 당의 주요 당직자들이 취할 수 있고, 어쩌면 취해야 할 입장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몇몇 인사들은 사적인 SNS 공간이나 다른 미디어를 통해서 당의 공식 입장에 사실상 ‘반대’하는 의견을 끊임없이 내놓으며 자신과 의견이 다른 당원들을 공격했습니다. 그들이 왜 그런 공간에서 이야기를 하는지도 분명합니다. 당원들과 함께 하는 공간에 있는 순간, 그들은 당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들은 설득할 마음이 없고 더 ‘우위’에 있음을 증명할 수도 없습니다. 자신들과 유사한 사람들이 모인 SNS 공간, 자신들의 상징 자본으로 얻은 매체를 통해 ‘000’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갈 수 있는 공간에서만 본인들이 ‘당원들’보다 우월함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사태를 통해 확인된 것은 안타깝게도 정의당 외부에서 진보 정치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스피커들이 다 고장났다는 것입니다. 굳이 ‘옛날 사람 언어’로 이야기하자면 ‘90년대 PD 운동의 자멸’입니다. 이런 식의 언어를 쓰고 싶진 않지만, 그 스피커들은 포스트모던 시대의 종말 이후, ‘새로운 보편적 주체’를 이야기할 수 없다면 반동의 시대를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이미 그 시대는 끝났습니다. 세미나는 그분들이 더 하고 오셔야 할 일입니다.
 
이번 사태에서 상처 입은 곳은 두 진영입니다. 하나는 청년 정치이고, 하나는 여성주의 진영입니다.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탈당자들이 옳든 그르든 당이 이번 사태를 통해 유실한 자원은 20대 청년층입니다. 굳이 ‘남성 청년층’이라고 표현하길 원한다면 그렇게 표현하겠습니다.
당의 애초 입장은 여성주의의 후퇴라고도 볼 수 있고, 혐오주의 방식을 반대한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 상황에서 ‘남성 20대 청년층’만 유실되었을까요? 그들은 메갈을 ‘여성주의’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혐오주의’로 받아들이며, 그 ‘혐오주의’가 공격하는 주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대체적으로 ‘부유한 남성’일리 없고, 기득권일 리가 없습니다. 때문에 이 ‘유실된 자원’으로 증명된 것은 ‘빈곤 청년을 혐오하는 페미니즘의 정체’입니다. 그나마 평당원주의를 내세우고 있고 당원게시판이라도 있는 정의당이니까 이런 증명이라도 가능했다고 생각됩니다.

안타깝게도 진보 진영 내부의 청년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는 진보 진영의 청년 정치가 자신의 대중적 기반이 될 세대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만약 당의 청년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공식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대한민국 20대’를 대변하고 그들에게서 대중적 지지와 자원을 수혈받고 있었다면, 적어도 이 사태가 ‘청년층 이탈’이라는 결과로 표출되었을 때, 당의 청년 정치인들은 개인적 입장이 어떠하든 이 사태를 ‘봉합’하기 위해 움직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 중 일부는 탈당자들을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탈당자들을 대변하는 이들을 ‘반여성주의자’로 공격했습니다. 때문에 이 사태를 여성주의 논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무적 차원에서 ‘수습’하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을 당의 청년 활동가들이 의견을 낼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대표단 안에서도 당의 논평을 ‘젠더 감수성의 후퇴’로 공격하고, 이번 2차 상무위 입장 발표를 이끌었을 심상정 대표조차 이후 ‘여성주의의 눈치’를 보는 발언을 했어야 할 정도이니, 어땠을지 짐작이 갑니다.
 
그 내부의 검열주의는 그간 여성주의 운동 세력이 걸어온 이력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여성주의가 자신들의 운동을 지탱해온 방식은 진보 진영 내부의 ‘다름’과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문예위가 이번 사태 이전에 당기위에 평당원을 제소했던 그런 식의 방식이 전형적인 여성주의 운동 방식이었습니다.
 
여성주의는 ‘모자란 개인’을 공격함으로써, 한국 사회가 얼마나 ‘더러운지’, 남성들은 절대로 ‘연대의 대상’이 못 될 정도로 얼마나 모자란지, 급진적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여성들이 얼마나 의식이 부족한지를 드러냄으로써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만들어왔습니다.
그 와중에 과거에는 어느 정도 남아 있던 여성주의의 긍정적인 부분들도 다 사라졌습니다. 분명히 과거 한국 사회는 더 폭력적이고 더 마초적이었지만, 과거 여성주의 운동을 통해서 ‘깨우친 여성’이 되었을 때 갖게 되는 자긍심과 해방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여성주의자’가 되는 것은 끊임없는 ‘피해의식’에 시달리는 일이 되었고, ‘공격적’일 때만 진정한 여성주의자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지독한 끝에 메갈이 있습니다. 한국의 여성운동은 메갈과 같은 방식만 남아 있게 된 것에 대해서 스스로 반성해야 합니다.
 
결국 ‘전태일과 메갈 중의 하나를 택하라’는 언명까지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과거 진보 진영은 종북주의와 분명히 선을 긋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적극적으로 통일과 자주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자격을 잃었습니다. 여성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여성주의는 계속해서 자신들의 대중적 지지를 잃어가게 될 것입니다.
 
두 번의 상무위 입장 발표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심상정 대표가 언급한 그 ‘당원게시판’ 덕분입니다. 그나마 이게 있어서 탈당자가 덜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항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탈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나가게 되는 것이지요. 이번 사태 이후 저 같은 사람이 당원게시판에 등장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제가 이번 사태에 분노했던 것은, 민주노총의 쇠락 이후 유일하게 남은 진보정치의 보루가 이 정의당인데, 이 당을 ‘이념적 동일성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동아리’ 수준으로 쇠퇴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비록 다른 노선을 가지고 있다 해도, 한 조직 안에서 ‘합의’된 것에 대해 밖에서 ‘다른 소리’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정치의 기본입니다. 비록 무지몽매하다 해도 거리에 같이 나오고, 같이 서명하고, 조금이라도 후원금을 내는 지지자가 얼마나 귀한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 활동의 기본입니다. 그 기본이 무엇인지 모르는 당의 일부 인사들로 인해 정의당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에 분노했기 때문입니다. 이 당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 당인데 ‘분명한 여성주의 지지’를 내세우지 않는다고 당 전체를 사상 검증하려는 세력에게 분노했기 때문입니다.
 
향후 이 사태가 어디로 갈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하나의 원칙, 하나의 과제는 확인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에 나와 있는 문장을 그대로 옮겨 오겠습니다. 원칙은 이것입니다. “모든 현상과 사건의 진실은 언제나 ‘구체적인 정세 속에’ 있으며, 그것을 올바로 인식하지 않는 가운데 이뤄지는 정치적 개입은, 대체로 별로 좋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이 사태의 출발점이 문예위 논평이었다는 점에서, 입장이 다르다 해도 당 전체가 이 부분에 대해서 숙지했으면 합니다.
http://www.justice21.org/newhome/board/board_view.html?num=74735&page=1&keycode=name&keyword=%EC%9B%85%EC%96%BC
 
과제는 이것입니다. 현재 정의당에 대한 계급적 지지와 청년의 지지를 확대하기 위한 일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그 일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집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의당은 계속해서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하여 ‘노동 밖 노동자들’의 대변자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부분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합니다. 어쩌면 이번 사태로 인해 배운 교훈이라면, 정의당이 마치 진보적 이념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역할을 하려고 할수록 우리는 ‘소수 정당’이 되어갈 거라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당 상무위를 비롯하여 끝까지 이 문제를 ‘여성주의자 vs 반여성주의자’의 구도가 아님을 설득하려고 했던 분들, 본인이 속한 동시대 동세대 청년 문제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분들에게 감사와 연대를 표합니다.
출처 http://m.justice21.org/newhome/board/board_view.html?num=75393&pag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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