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대북관이나 안보관을 빌미로 상대 후보들을 압박하는 모습들을 보여왔으나,
예전처럼 북풍이 작용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사드문제, 주적논란, 송민순 회고록...
문재인의 탱킹력이 탁월한 것도 있겠지만,
홍준표나 유승민의 공격력이 영 시원치 않은 것도 있고
국민들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사리분별을 키웠기 때문이겠죠.
이 특이한 대선을 치르면서 생각나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전방사단에서 공보장교를 할때였습니다.
대대나 연대급으로 보훈처에서 지정한 강사 외에도,
사단에서 직접 강사를 섭외하여 실시하는 안보강연도 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연대나 사단급에서 간부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일이 많았죠.
일반적인 강사분들은 직접 차를 몰고오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터미널까지 오면
군용차로 모시고 오는게 대부분인데.
가끔 어마어마한 원로 장군님들을 초빙할 땐
제가 직접 서울까지 모시러 가는일도 있었습니다.
제 기억으론 우리 사단내 부대에 소위로 임관해서 6.25를 치르신 원로 장군님이었을 겁니다.
강연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모시고 가는길인데.
그래 임중위는 전작권환수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가? 라고 묻더군요.
제 기억에 당시 전작권 환수 연기 결정이 큰 이슈였습니다.
원래 소신대로라면 굳이 연기할 필요 없이
부족한대로 전작권 환수하고 자주국방을 꾀해야한다고 했겠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그리고 정훈장교의 입장이 있는지라
필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나름(?) 신경써서 답변해드렸습니다.
그랬더니ㅋㅋㅋㅋㅋ혀를 차면서ㅋㅋㅋㅋㅋㅋ
요즘 장교들은 왜이렇게 패기가 없냐고ㅋㅋㅋ
장군놈(?)들도 마찬가지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을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해서 말씀하시더라구요ㅋㅋㅋ
하... 차에서 잠시 혼났지만.
참 신선하다 못해 감동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노무현 때 반미투쟁 시위하던 대학생이
이명박때 안보관을 가르치던 정훈장교가 되고.
20대에 가치관이나 정치적 성향에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
그 장군님과의 경험도 참 크게 작용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보수화 된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더라구요.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안보를 빌미로 자리차지하던 보수들은 그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우리나라 안보가 위험하다'는 슬로건만 외치는 자들이죠.
어떻게 우리 안보를 강하게 할지에는 관심없고,
심지어 우리군은 어마어마하게 나약해서 미군없으면 안된다고 광고를 하는 작자들입니다.
어디 군대뿐인가요.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우리군은 어설픈 간첩 몇명이 작당모의 좀 하면 뒤집어져야하고,
우리 국민들은 좌파라고 딱지 붙은 정치인 말 몇마디에 김정은을 차단하는 멍청한 국민이어야 합니다.
아니 실제로 그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제가 만난 그 원로 장군님께선 그게 보수가 아니란 걸 보여주셨죠.
마치, 이봐 젊은이 진짜 보수는 나같은 사람을 말하는거야. 라는 식으로요.
보수는 나약해선 안됩니다. 어떠한 위기와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하며
설사 우리군의 부족한 점이 있다하더라도 이길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군을 지휘하고 용기를 북돋아줘야하죠.
고작 법무장교 경험으로 장병들의 애환을 잘 아는척하여 인기를 끈 전원책이,
사드 없으면 안될정도로 북한을 두려워하고 우리 군이 미군없으면 안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걸 보면
그 인식이 어떠한지 잘 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