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거 몇개 적어봤어요.
(빗속에서 춤을)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거나
빗방울이 뚝뚝 떨어질 때에는
무얼 할 거냐고?
정원을 첨벙첨벙 뛰어다니고
지붕위에 올라가 춤을 출거야
떨어지는 빗방울을 피부로 직접 느끼며
하지만, 빗물이 스며들지는 못하지
난 방수처리가 되어있거든
(말해줘요)
나더러 영리하다고 말해 줘요
나더러 친절하다고 말해 줘요
나더러 재능이 뛰어나다고 말해 줘요
나더러 재능이 뛰어나다고 말해 줘요
나더러 민첩하다고 말해 줘요
나더러 섬세하다고 말해 줘요
지혜롭다고 말해 줘요
나더러 완벽하다고 말해 줘요
그러나 진실만을 말해 줘요
(신발장은 만원)
리본과 프릴이 달린 파티용 구두
쇠징이 박힌 작업용 구두
운동화,슬리퍼,덧신
비옷과 함께 신는 장화
단화,신사용 구두,
공단으로 지은 댄스구두,
탭댄스 구두,나무굽 구두,
등산화,하이킹 화,
축구화,야구화,
반짝반짝 빛나는 에나멜 화,
방한용 털신,
춤출 때 신는 나막신과 발레용 슬리퍼,
신발이 수백켤레도 넘는데,
단 한짝이 없네?
신발 한짝 어디 갔지?
(황새 이야기)
황새가 아기를 데려온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얘기 지만,
황새가 세상을 떠날 때가 된 노인들은 데리러 온다는
사실은 몰랐지요?
쏜살같이 땅으로 내려와 노인들을 낚아채어
창 밖으로 푸드덕 날아간답니다.
옛날 그 노인들을 만들었던
공장으로 데려가는 거지요.
공장에서는 노인들의 피부를 팽팽히 당기고,
근육을 탄탄하게 만들며, 주름살을 펴고
뼈는 새 것으로 갈아 끼운답니다.
휘어진 등은 바로 펴고 새 이빨을 박고,
지친 심장은 말끔히 수리해
새 것으로 만들지요.
기억 속의 것들이 모두 지워지고
몸이 자그마하게 줄어들면, 황새가 땅으로 데려와
아기로 다시 태어난는 거에요.
(그건 몰랐군)
그는 세상에서 가장 큰 웅덩이라고 생각하고
첨벙첨벙 건너가려 했는데,
알고보니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그러나 가장 깊은 연못이었다.
(곰,불,눈 그리고)
"난 눈이 가장 무서워." 곰이 말했어요.
"눈이 오면 반드시 이곳을 떠날거야.
나같이 늙은 곰이 눈 때문에 겪는 고통이란, 어휴.
난 눈이 가장 무서워"
"난 불이 가장 무서워." 눈이 말했어요.
"불만 났다 하면 난 끝장이야
그 노란 불꽃이 혀를 날름거리며 위로 솟구칠 땐, 어휴.
난 불이 가장 무서워"
"난 강물이 가장 무서워." 불이 말했어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내 불꽃을
꺼 버릴 수 있거든.
물을 뒤집어쓴다는 생각만 해도, 어휴.
난 강물이 가장 무서워"
"난 곰이 가장 무서워." 강물이 말했다.
"녀석은 날 한번에 홀랑 마셔버릴 수도 있는걸."
그 옆에서 곰이 여전히 눈을 껌벅이며 말했다.
"난 눈이 가장 무서워"
(야생 동물을 사랑하는 여자)
긴 밍크코트를 입은
사슴가죽 바지를 입은
방울뱀 가죽 장식이 달린
악어 가죽 부츠를 신은
너구리 꼬리 장식이 달린
비버 가죽 모자를 쓴
저 여자가 뭐라고 외쳤는지 아니?
고래를 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