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당대표는 4.13 총선 직후 2차 비대위를 바로 탄생시키며 선대위로부터 권한을 회수해옵니다. 총선 승리의 와중에 2차 비대위가 당무위원회까지 구성한 터라 당규 수정 권한까지 획득합니다.
'김종인 추대론'은 내가 선거를 이기게 했다는 오판. 혹은 자신감에서 출발했습니다. 당권파이자 '비주류'로 스스로를 자칭하는 정치인들은 이에 호응합니다.
그러나 이미 인천에서 송영길은 당선되면 당대표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합니다. 추미애도 곧 가세하지요. 당대표의 선출 방법과 임기는 당헌에 보장되어 있기에 중앙 위원회를 장악하지 못한 '김종인 추대론'은 합의에 실패합니다. 추대론을 도와주지 않은 문재인에게 김종인은 큰 불만을 드러내며 전국 대의원 대회는 8.27로 확정됩니다.
문재인이 총선에서 당권에 도전한게 호남 시민들에게 큰 소외감을 준 점을 반성하고 당권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에. 당대표 선거는 문재인과 관련성이 적은 정치인들이 출마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일찍 캠프를 준비한건 송영길이되, 사전 작업에서 가장 뛰어났던건 추미애라고 평가합니다. 2015년 2.8 전대에서 문재인을 지지하며 출마를 포기한 이후. 문재인의 지명으로 추미애는 최고위원에 합류했습니다. 1년 반동안 문재인을 흔들던 정치인들에 맞서고. 김종인 비대위의 실책을 통렬하게 비판한 추미애의 행보는 결국 8.27 전대에서 큰 자산이 되어 돌아옵니다. 온오프 결합 네트워크 정당론자들이 집단으로 추미애를 지지하게 됐거든요.
이미 원내대표 선거에서 586의 표가 갈렸어도 중도적 성향의 우상호가 1등. 개혁 성향의 우원식이 2등. 민집모 소속 민병두가 3등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위기감을 느낀 김종인비대위는 권리당원의 참여가 중요해지는 전대룰에 수정을 가합니다. 최근에 들어온 당원들의 대의원 진출이어렵도록 지역 위원장의 재량권은 확대됩니다.
2015 혁신안이 당내 권력의 순환출자를 막기 위해 대의원 선출권을 권리당원에게 부여했지만. 당규 변경 결과 상당한 지역구가 도로 지역위원장의 사실상 임명을 선호하게 됩니다. 이 작업에 참여한 이언주 간사는 유탄을 제대로 맞게 되지요.
당대표 출마자가 네명이 넘을 경우 중앙위원회에서 3인으로 컷오프를 당하게 되는데. 정청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고 있음을 강하게 느끼는 정청래 대의원은 강한 불만을 드러냅니다. 당비납부 규정 강화로 14만 온라인 당원중 3.7만명만 권리당원 투표권을 받은 데다. 중앙위 인기가 심하게 없으신게 정청래 대의원이라...... 이 규정의 가장 큰 피해자는 맞습니다. 출마하는 순간 이종걸이 출마하면 90%는 컷오프 되니...
컷오프 눈치보기 기간은 길어집니다. 김부겸을 비주류 대표 후보로 밀고 싶어하던 이종걸은 김부겸 박영선이 출마를 포기하자 본인이 간을 보고. 정청래 김광진 이재명 김상곤이 같이 고민에 빠집니다. 이종걸이 출마하면 기탁금 8천만원만 날린 채로 컷오프 당할 가능성이 높아서죠.
이재명은 여론조사에서 1위에 뽑히자 출마를 포기합니다. 현실적으로 자치단체장과 당대표직을 동시에 수행하기가 어렵기에 낙선은 각오하되 전대에서 목소리를 높여보겠다는 의도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바로 대선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았고 실제로 선언했지요.
이종걸이 마지막까지 고민하자 김상곤은 출마를 결정했고. 이종걸은 김종인과 박영선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출마했기에 컷오프가 실시됐습니다. 결과론 송영길이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는데. 송영길이 가장 넓은 지지세력을 가지고 있되 확실한 우군이 없는데도 방심했던게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송영길의 우군인 인천지역의 지지. 586의 지지. 호남의 지지 가운데 586중 민평련의 투표권을 김상곤이 흡수해버린게 가장 큰 타격이었습니다. 이종걸이 출마 안했으면 박영선이 몰아왔을 비주류의 지지조차 이종걸이 흡수해 버리며 이변의 희생자가 됐습니다. 정세균과의 오랜 연대로 전북에 강한 득표력을 가졌었는데 컷오프일에 전북 도당 행사가 따로 있었던 것도 불운. 혹은 방심의 한 사례로 짚힙니다.
송영길의 탈락. 김상곤의 생존을 결정지은 유력 그룹 민평련은 권리당원들의 강한 저항에 부딫힙니다. 친노성향 정치인들과 함께 오랜 세월 민주화 세력의 한 축으로 경쟁하고 협력하던 김근태계 정치인들이지만. 시도당 위원장 선거에서 친노패권주의. 혹은 문재인으로의 줄서기를 비판하면서 각을 세우다 역풍을 맞습니다.
'친노 패권주의' 라는 프레임엔 민평련 출신 학생운동가들의 운동권 강성 이미지 비판이 같이 들어있었고. 민평련 출신들이 오히려 참여정부-문재인 영입인사들을 패권주의로 공격하는건 심각한 악수였습니다. 온라인 당원들의 민심은 결집되고. 판도를 흔들었습니다. 평소엔 문재인이 민평련 인사들을 중용하며 오래된 갈등을 치유했지만. 이선후퇴한 사이에 벌어진 사고였지요.
안철수 지지층의 친노패권주의 비판 근거는 대부분 586의 강성 운동권 행보. 수도권의 의석 독식에 대한 불만에서 나옵니다. 평소에 민주화 세력들을 옹호해온 권리당원들은 민평련 출신 일부가 당내 경선에서 친노패권주의 프레임을 써먹거나 문재인을 비난하는 것을 몰표로 응수합니다.
박원순 시장-박영선 의원-586 세력의 지원을 받은 박홍근 의원이 서울시당 선거에서 김영주에게 패배한게 그 예인데. 김영주가 더 유연하게 온오프 네트워크 정당론을 흡수했기에 권리당원들의 표심이 이동했습니다. 그 약속의 신뢰성을 높여준건 김영주와 친분이 있던 최재성의 지지였고. 최재성이 몰고간 정청래. 김현등도 힘을 실어줬습니다.
문재인이 당권에 불개입해도 이미 혁신과 통합의 가치관이자 문재인 공약에 동화된 권리당원들은 남습니다. 이들이 평소 좋아하는 사람을 뽑을순 없어도 비전과 가치관을 보고 뽑을순 있지요. 온라인 광장의 공론은 온오프 결합 네트워크 정당론과 결합되었습니다.
추미애 캠프는 이들의 협력을 받아내는데 성공합니다. 추미애가 본래 가지고 있었던 구민주계의 지지까지 더해져 추미애의 리드는 확정적이었고. 김상곤은 탄핵 네거티브로 대응하다 악평만 더 모았습니다. 다시 중앙정치에서 영향력을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겁니다.
이종걸은 애초에 당선되려고 나온게 아닌 네거티브를 지속했습니다. 국민의 당 탈당으로 분열된 민집모-범 정동영계의 단결만이 최대 목표이기에 차후의 명분을 쌓기 위한 문재인 공격을 지속했고. 나중에 갈등의 불씨가 되겠다는 근거를 남겼습니다.
최고위원 선거에선 네거티브 없이 추세를 역전한 양향자의 선거 운동이 인상적인데. 정치 입문 6개월 만에 원외 위원장이 최고위원에 당선되며 새 역사를 썼습니다. 실권 없는 최고 위원이 아니라 자체 예산이 가장 많은 부문별 위원회기에 경쟁도 뜨거웠고. 정치신인 답지 않은 훌륭한 선거운동으로 조직의 열세를 극복했습니다.
청년 최고위원 부문에선 김병관이 무난하게 당선되었습니다. 청년 부분은 경쟁이 과열되는 기미가 없었는데. 다만 청년 정치인의 규정을 39세로 할것이냐. 45세로 할것이냐를 놓고 청년위원회 의결이 무산된 후폭풍이 아직 남아있긴 하더군요.
2016년 8.27 더민주 전대는 당의 권력이 당원에게 넘어간 사례로 기억될 겁니다.
대권주자들이 나오지 않는 전대기에 흥행이 실패할거란 언론의 악평에도 불구하고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고. 컨벤션 효과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총선과 지방선거가 걸리지 않은 당권이기에 지역위원장들이 사실상 임명한 대의원들은 많지만 오더가 잘 내려오지 않았고. 오더가 있더라도 강한 저항을 받았습니다. 예전보다 '누구를 찍어야 해요?'라는 대의원과 당원들이 상당히 줄었어요.
특히 이른바 '온라인 당원'들은 전체의 20%가 안되는 투표권 배정을 받았지만. 투표 적극성이 높아서 2.5배 이상의 투표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투표 적극성이 높고 온라인 광장에서 의견 교류가 활발하기에 몰표 성향까지 가지고 있어서 이들의 표심을 잡는 이들이 대부분 경선에서 승리했습니다. 온오프 결합 네트워크 정당론을 약속한 후보가 전부 생존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 온라인 광장에서의 의견들을 바탕으로 한 몰표에 익숙하지 않은 정치인들은 이게 오더정치가 아니냐고 폄하합니다만. 오더가 가능해 보이면 직접 광장에 뛰어들어서 토론해 보시는걸 추천하긴 해요. 선동과 허위정보로 잠시 몰고 갈순 있지만. 여러사람을 오랫동안 속일순 없다는 진리를 깨닫게 될겁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원의 민심인 당심은 여론조사와 일치했습니다. 국민당 정치인들이 탈당하고. 그 빈자리를 14만 온라인 당원과 참여정부 출신들. 문재인 영입인사들이 채우면서 나온 결과입니다.
더이상 현실 부정에 빠져들지 마시고. 의견이 다른 정치인들은 왜 당원들이 이런 선택을 했는가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집단 지성의 결과를 못 받아들이면 소수의견으로 남고 열심히 부정하셔도 되는데.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대안을 모색했기에 다수파를 확보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길을 걷는다고 하진 말았으면 해요. 지역주의에 굴복해도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는데 민심과 당심이 일치한 선겨 결과에도 불만을 토로하는건 대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네요.
참여하면 세상을 바꾼다는 경험은 02년에 이미 해봤습니다. 당원으로 참여하면 정당을 바꾼다는 경험은 이번에 새로한 당원들이 매우 많습니다.
정치 혐오에 빠진 안철수를 경험하며 퇴보했던 정당정치가 부활하는 과정이고. 이 경험을 해본 당원들이 잠깐의 좌절에 쉽게 탈당하지 말았으면 해요. 주위의 지인들과 가족들에게 입당 권유를 하는 당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