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떠올리자면 한스러운 사랑이었다
눈을 뜨고는 도저히 너를 볼 수가 없어
눈을 질끈 감아야만 너를 볼 수 있는 밤
그래도 잊어야지, 하면서 너를 쉬쉬 밀어낸다
이 미련을 차내려고 해도 그 모습에서 내가 떠올라
내가 가는 길 옆켠에 고이 두었다
수없이 많은 밤을 보내고 지내서야
시시털털, 털어내고 살아낼 수가 있었다
네 맘이 내 맘과 같을 수가 없기를 깨닫기에 충분한 밤
초가을에 내리는 비를 보며 문득 내가 떠올랐다
시간은 정오를 방금 넘긴 때
이맘때 즈음 너를 떠올리던 나의 마음은 조금 다르다
그때같지 않기에 가능한 시詩
너와 함께한 시간을 흰 캔버스에 상상으로 흩뿌리고
너와 같이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물감 삼아 앞날을 그렸다
물론, 완성되지 못한 채 찢기긴 했다만
나는 원망보다는 많이 미안한 마음을 써낸다
어찌 사람 사는 삶이 자기 마음대로, 입맛대로 살겠는가
그저, 너에게 표현조차 제대로 못해보고
섣부르고 어린 호기에 너에게 말했던 고백이
나보단 너에게 가슴 아린 부담이 아니었을까, 그 생각이 난다
한때는 빈 공원 벤치에 누워 울기도 하고
이따금 너와 하던 대화들과 네 얼굴이 떠올라서 아팠지만
유수처럼 시간이 흘러 네 얼굴을 닦아냈다
아찔했던 호수가에 그저 조그마한 돌멩이였음을
빠진 돌맹이는 떠오를 생각을 안 했지만
그저 잊혀진 듯, 너를 품고 살아갈 것이다
네 생각에 가득 차 터져버린 풍선 같은 고백은
이제 바람에 흩날려 시간을 훌쩍 넘어 다시 내게로 왔다
바람결에 스친 네 생각은 내게 사랑보단, 그리움이 컸다
이 시詩또한 너를 그리는 초상화가 아닌, 너를 바라본 나를 그리는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