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새로 차를 한대 들여 놓으면 엔진 식을새 없이 오만데 몰고 다녀도 직성이 안 풀리는게 남자라는 동물입니다만.. 연말 업무 러쉬와 가족여행 탓에 입양한지 벌써 이주가 가깝게 지났는데도 제대로 밟아 보지도 못한게 어젯밤 문득 서러워지더군요. 내가 이렇게 모셔둘려고 뭐빠지게 일해서 지른 차가 아닌데..
그래서 어제 일 마치고 동네 마실겸 LA 다운타운에서 말리부 해변까지 달리면서 핥고 씹고 즐기고 왔습니다. 아직 100마일도 주행 안한 차라 완벽히 제가 이해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그냥 첫인상 정도로만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아무래도 차를 산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기존에 타던 차랑 비교가 많이 되던데요, 제가 원래 몰던 차는 2010 BMW 135i 쿱입니다. 생긴거랑 다르게 (많은 이들이 맹꽁이를 닮았다고 놀렸습니다..) 상당히 터프한 차였습니다. 당시 335i과 비교하면 훨씬 작은 차체에 같은 엔진이 들어가 있어 달리기 성능은 전세대 M3랑 비교 되는 기사도 많았을 정돕니다. 유투브에 보면 니산 370Z, Cayman, 마쯔다 RX-8 R3 이런 급의 차랑 달리기 시합하는 영상이 많죠.
1. 시내 주행
- 사실 135i가 워낙에 시내 주행 승차감이 안 좋았어서 그런지 카이맨은 오히려 승차감이 편안합니다. (노멀 모드)
LA가 워낙에 잦은 지진으로 인해 노면 상태가 나쁜 편이라 사실 카이맨 사면서 승차감 걱정을 조금 하긴 했었거든요. 아무리 하드코어 레이싱 투혼을 가진 사람이라도 도로 위에 작은 돌 하나 밟을 때마다 정직하게 흔들리는 차는 오래 타기 힘들겠죠.. 특히나 좁은 버킷 (세미 버킷이라도..) 시트에 구겨져 넣어진체로.. 흠..
게다가 두 차 모두 런플렛 타이어를 신고 있습니다. 스페어 타이어를 빼니까 무게 감량에는 좋을지 몰라도 이 런플렛 타이어가 승차감은 정말 꽝이거든요.. 게다가 잘 터집니다! 비싸구요! ㅠㅠ 그래도 어쩌겠어요.. 전 도로 옆에 구멍난 타이어때문에 견인차 올때까지 차 세워 놓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같은건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앞서 말한 점 때문에 조금 아쉬움은 있지만, 런플랫을 착용한 점을 감안하면 카이맨의 승차감은 합격점입니다.
- 카이맨을 타면서 의외로 놀랐던 점이 노멀 모드에선 의외로 연비를 많이 신경 쓴 세팅이라는 점입니다. 오토 스타트 스톱 기능이라거나, 최대한 높은 기어를 사용하는 미션 세팅 같은 것은 사실 포르쉐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모습이었는데, 데일리 드라이빙이 가능한 스포츠카라는게 이런 의미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35i 탈 때는 조금만 밟아도 기름 먹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거에 비하면 양반이구나 싶습니다. 그냥 기분 좋게 잘 작동하는 기계를 다루는 느낌입니다.
시내 주행하면서 스포츠 모드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사용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굳이 눈에 거슬리는 차가 있다면 추월하는데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스포츠 모드로도 충분할겁니다. 스포츠 모드를 사용한다고 해서 갑자기 반응이 확 달라진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고 알피엠으로 올라가면 갑자기 본색을 드러내고 가속이 빨라지는 느낌입니다. 유유히 가다가 추월하고 싶을 때 조금만 밟아주면 콱 달려나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2. 고속도로 주행
- 일단 무조건 스포츠 모드를 누른 체 주행해야 합니다. 노멀 모드에서 힘이 딸려서가 아닙니다. 제가 비싼 돈 주고 이 차를 왜 샀는데요.. 밟으려고 산거 아닙니까! ㅋㅋ
일단 잘 가고, 잘 서고, 잘 돕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몸으로 느껴지는게 잘 도는 점입니다. 미드쉽 엔진 차량이 코너에 강하다는 걸 이야기로만 들었지만 직접 몰아보니 생각 이상입니다. 고속도로 진입구간에서 브레이크를 안 밟았는데도 기분이 이상할 정도로 땅에 붙어 스으윽 돌아갑니다. 진짜 이상한 기분입니다 ㅋㅋ 135i 탈 때 어라..이거 좀 위험하려나.. 싶은 정도의 속도도 카이맨은 너무 쉽게 돈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서 좀 조심해야겠구나 싶긴 합니다.
- 스포츠 플러스 모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일단 고속도로 집입로 하기 전 멈췄다가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가속하기 시작하면 엔진 소리부터가 지금까지 내가 타던 차가 아닌 것 같습니다. 목 뒤에서 그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속도가 올라가는데, 50mph가 되도 기어가 1단에서 올라가지가 않아서 전 처음에 차가 고장났는 줄 알았습니다. 60 언저리가 되어야 2단이 되고 80 언저리에서 3단으로 올라 갔던 것 같은데.. 사실 더는 무서워서 못 밟아 봤습니다. 제로백 수치가 135i랑 약 1초 정도 차인데, 이정도로 다를거라곤 생각 못했네요. 135i 탈때는 끝까지 밟아도 조절 못하겠다는 생각은 안했는데, 카이맨은 계속 밟았다간 큰일 나겠다 싶더라구요. 연속해서는 약 30초도 경험 못해본거 같네요..
3. 그 외..
- 예전엔 그런 일이 없었는데, 다른 차들이 시비를 많이 거는 느낌입니다. 특히 A당 차들이 나란히 가다가 급 가속 하거나 뒤에서 쪼더라구요.. 평화로운 삶을 지향하는 저로선 무서울 따름입니다.. ㅠㅠ
- 그동안 차를 여러번 바꿨는데, 차 바꾸고 주위 사람들에게 축하 받은건 처음이에요. 기분이 쫭 좋더라구요 ㅋㅋ
(근데 축하하기 전에 내가 차 옆에서 찍은 사진 보고 왜 남의 차 옆에서 주접이냐고 놀린건 안 좋음 -_-)
- 135i 타면서 'ㅋㅋ 5만불 밑으론 내가 짱이삼' 이러면서 (속으로) 많이 까불었는데,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전 x밥이었어요..
- 운전도 잘하려면 운동신경이 좋아야 함을 느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좀 달리다가보면 심장이 떨려서 못 달리겠어요.. 힘 빠짐.. 그리고 노면 위에 턱이나 팟홀 있는지 보랴.. 시비 거는 차 피하랴.. 경찰 눈치보랴.. 처음 운전 배우는 느낌입니다.
결론은.. 앞으론 다른 곳 갈 일이 없어도 그냥 운전 하고 싶어서 나갈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ㅋㅋ
(아 사진 참 못찍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