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야권 지지층 사이에 핫이슈가 되고 있고 일부 과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는 더민주 당대표 선거에서, 정말로 의외로 각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비교와 검증이 전혀 없었습니다.
각 후보들을 인터뷰하거나 전략을 분석하는 언론 보도들에서도 공약에 대해서 살펴본 기사는 단 하나도 없었고, 그 많은 팟캐스트들 중에서도 (제가 알기로는) 역시 공약을 중심으로 당대표 선거를 풀어본 곳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녹화했던 팟캐스트 #나는친노다 에서는 펀드 이승훈 님과 함께 이 당대표 후보들의 공약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봤습니다. 몇시간 내로 업로드될텐데요. 제가 팟캐스트에 참여하고는 있어도 저는 체질상 도무지 팟캐스트 체질이 아니라서, 오늘 녹화분에서 논의했던 공약 비교 내용을 중심으로 글로 다시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기호1번 김상곤 후보와 기호2번 추미애 후보의 공약은 더민주당 홈페이지에 가장 먼저 나타나는 큼직한 '전국대의원대회' 배너를 클릭하면 바로 들어가는 후보 소개 사이트에서 누구나 쉽게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첨부한 두개 이미지가 이 두 후보의 공약 전문을 캡쳐한 것입니다. (순수하게 제 개인의 호불호로 인해, 팟캐스트에서는 등장했던 이종걸 후보는 그냥 제껴버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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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의 공약들을 대놓고 비교해보면, 적어도 타이틀만으론 큰 흐름에서는 비슷해보인다는 느낌이 듭니다. 여러가지 공통적인 키워드들이 보입니다. '통합', '호남', 지역 정치인, 집권 혹은 수권을 위한 위원회 설치, 플랫폼정당 혹은 온오프네트워크 정당 등은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각 공약 항목의 순서나 비중의 면에서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김상곤 후보는 첫번째와 두번째 공약이 모두 대선 관련입니다.
첫번째 공약은 대선후보 지원에 대한 것이고, 두번째 공약은 집권과 수권을 위한 준비입니다.
반면 추미애 후보는 첫번째 공약이 당 조직 및 권한 강화입니다. 온오프네트워크정당, 지구당 부활, 국무위원 추천권 등의 세부 항목은 모두 대선이 아닌 당의 조직과 권한 관련 주제입니다.
여기에 김상곤-추미애 공약 비교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포인트가 있습니다. 각 후보가 내세운 공약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무엇이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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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후보의 공약들은 대선을 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장 우선인 첫번째와 두번째가 대선을 위한 것이고, 숫자 면에서도 전체 대비 절반이나 됩니다. 즉 김상곤 후보의 공약은 대선 지원에 크게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반면 추미애 후보는 김상곤 후보에 비해 대선 관련 공약이 빈약할 뿐더러 순위도 뒤로 밀려있습니다. 첫번째 공약의 일부로 대선불복심의위원회' 구성이 있긴 하지만, 실질적인 대선 지원 공약은 세번째 공약 뿐입니다.
당원 지지자들의 입장에서 새 당대표의 책무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선 지원인데, 그건 후순위로 밀려나 있고 대신 '당 조직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첫번째 공약은 거의 그런 성격이고, 두번째와 세번째 공약에서도 위원회 설치 등의 당 조직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공약 전체적으로 분명하게 '당 조직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선 지원보다 당 조직을 강조한 결과, 추미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당대표의 권한이 이전보다 대폭 강화되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추 후보의 공약중 중앙당 산하에 신규 위원회 설치가 무려 세개나 됩니다. (대선불복심의위, 호남특위, 제7공화국준비위)
이 새로운 위원회들은 당연히 당대표 아래에 둘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당대표의 권한이 크게 강화됩니다.
그런 경향성이 더 명확하게 확인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당의 국무위원 추천권'입니다. 이 공약으로 인해 추미애가 당대표가 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정인을 장관으로 임명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생기게 됩니다. 문재인의 국정 운영 철학과 방향에 맞는 사람이든 아니든 무관하게 말입니다.
이것을 추미애는 '동반자적 관계 정립을 위해' 라고 부연해놨지만, 이것은 말이 좋아 추천권이지 사실상 국무총리의 임명제청권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인사권에 정면으로 개입하는 일이자 그 자체로 헌법 제87조 위반입니다.
첫번째 공약에 포함시켜놓았으니 당선후에 당헌 당규에 명시하려고 시도할 것이 분명한데, 대통령이 이 법적 근거도 없는 요구를 피해가려면 부득이 친정을 탈당하든가 아니면 부당한 요구를 들어줘야 하게 됩니다.
요약하자면, 추미애 후보의 공약들은 대선 승리를 위한 지원보다 대선후보 및 대통령을 누르는 당대표의 권한을 크게 강화시키는 데에 주안점이 있습니다. 추미애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문재인 대선후보 지원을 그렇게 강조해왔는데, 정작 실제 공약에서는 아이러니 하게도 대선후보, 대통령을 견제할 정도의 당대표 권한 강화에 역점을 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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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후보의 두번째 공약은, '통합'을 제목으로 달았지만 실제 내용은 제목과 조금 거리가 있는 '호남'입니다. 추미애 후보는 호남에 무게를 두는 듯한 김상곤을 언론 인터뷰 등에서 '신지역주의'로 비판해왔습니다.
그런데 추미애의 공약 두번째 높은 순위가 바로 '호남'이고, 거기엔 '당대표가 당연직 호남특위위원장'을 맡고 '월 1회 호남방문을 정례화'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영남특위원장은, 수도권특위위원장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인가요, 아니면 다른 지역은 당대표가 아닌 하위직 당직자가 맡아도 되는 하찮은 것인가요. 영남, 강원, 충청은 한 1년에 한번만 방문해도 되는 것인가요.
대선 호남 후보론으로 집중공격을 받아온 김상곤의 경우 호남 관련 공약은 가장 마지막인 네번째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다만 호남의 중심을 국민의당이 아닌 더민주당으로 되찾아오겠다는 내용 정도입니다.
추미애 후보는 김상곤 후보를 '신지역주의'라며 공격해왔는데, 실제 공식적인 효력을 갖고 기록으로 남게 되는 공약에서 바라보면, 오히려 추미애가 김상곤보다 '지역주의'의 수위가 훨씬 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호남만을 콕 찍어 호남특위를 만들고, 위원장을 당대표가 겸직하며, 호남방문을 월 1회 정례화한다는 거, 이유야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만 당대표가 선거 상황의 임시 대처도 아니고 임기 내내 이런다면, 지역주의의 틀을 그대로 답습하고 더 악화시키는 프레임이 됩니다.
물론 지난 총선의 초기 국면에서 문재인 당시 대표도 호남특위를 구성하겠다 발표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도는 호남 현역의원들을 비롯한 당내 정치인들의 반발로 구성도 못하고 무산된 바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전한 CBS노컷뉴스 기사를 인용하면, "호남 현역 의원들은 주류와 비주류 할 것 없이 당의 존립기반인 호남에 소수세력을 위한 특위를 만든다는 발상이 난센스에 가까운데, 이를 통해 호남 민심을 달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고 있다".
즉 문재인의 의도가 나빴던 것은 물론 아니지만, 당시 호남특위 구성이 무산된 데에는 상당한 사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추미애 후보는 이렇게 무산된 호남특위를, 그것도 당대표가 당연직으로 겸임하는 한발 더 나아간 방식으로 아예 상설기구로 만들려고 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떤 당내 여론수렴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추미애 후보가 '호남 지역주의'로 타인을 비판하기에는 본인의 과거가 만만치 않습니다. 2007년 추미애가 노무현을 비난했던 일의 정확하게 거울 복사판이기 때문입니다.
임기말이던 2007년 5월, 노무현은 광주 5.18 기념식에서 지역주의 회귀에 대해 경계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호남 지역정당' 새천년민주당의 추미애 전 의원은, '호남의 결단을 폄하한다' 라며 노무현을 강하게 비난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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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김상곤 후보의 세번째 공약은 지방자치 관련이고, 추미애 후보 역시 네번째 공약이 비슷한 주제입니다. 그런데 그 내용면에서 따져볼 차이가 적지 않습니다.
김상곤의 자치 관련 세번째 공약에서는 국회의원 중심의 현행 정당 운영을 원외위원장, 지자체장, 지방의원, 당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현재 원외위원장은 물론 지자체장도 당 운영에서는 거의 완전히 소외되어 있고 국회의원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것을 개선하고 당원들의 역할도 더 키우겠다는 내용입니다. 정당 체질의 개선 혹은 혁신에 방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추미애 후보의 자치 관련 공약의 내용은, 이런 개선 혹은 혁신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광역의원 정책보좌관제 도입, 의회사무처 인사권 독립, 지자체장 자치조직권 보장 등등. 게다가 첫번째 공약의 일부로 2004년 정당개혁 취지로 폐지했던 지구당을 부활시키겠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현실적으로 필요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정당 체질 개선이라기보단 지방 정치인들의 '소원 수리'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당장 당대표 선거에서 가장 큰 비중을 가진 대의원 표를 끌어오기 위한 '거래' 성격의 공약입니다.
대의원들 다수는 지역정치인들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에 있는데, 지역 정치인들의 민원들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해결해주겠다는 약속으로 대의원 표를 끌어오겠다는 계산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당대표 선거에서 대의원 표의 비중은 무려 45%로, 권리당원의 30%보다 훨씬 높습니다.
네가지 큰 공약중 하나가 선거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의원 표를 끌어오기 위한 거래 성격에 가깝다는 것은 윤리적 문제의 소지가 적지 않습니다. 대의원 표를 위한 공약들은 이렇게 줄줄이 나열했는데 당대표 선거에 30%밖에 반영하지 않는 권리당원들을 위한 공약은 없습니다.
순진한 마음으로 지지 정치인을 믿는 분들은, 공약 그게 뭐가 중요하냐, 언론 인터뷰에서 여러차례 다른 얘기들을 하지 않았냐,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렇지 않습니다. 선거에서 오직 공식적으로 내세운 공약만이 지킬 도의적 의무가 있는 것이며, 공약과 배치되거나 충돌할 경우 언론 인터뷰 등의 발언은 휴지조각이 됩니다.
그런데 추미애 후보의 공약은 대선후보 지원과 집권보다 당대표로서 자신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데에 더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당 운영에 대해선 혁신이라고 볼만한 방향성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김상곤 후보는 절반의 공약을 대선 지원에 우선적으로 할애했으며, 당 관련 공약도 당의 체질 개선을 위해 국회의원 독점을 깨는 방향입니다. 추 후보처럼 대의원 표를 바라는 거래성 노림수가 숨어있지도 않습니다.
공약 분석 결과, 다소 흔들리기도 했던 제 김상곤 지지는 확고해졌으며, 추미애가 당선될 경우에 대한 우려도 전보다 더 커졌습니다. 추미애 후보는 당대표 당선 이후 공약 이행이 곧 자신의 당내 권력 강화가 됩니다. 스스로 자신에게 위헌적인 장관 임명제청권을 부여하겠다는 데까지 나가버렸는데 더 말해 뭐하겠습니까.
여러분은, 대선후보 지원에 중점할 당대표를 뽑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자신의 권력 강화에 중점할 당대표를 뽑으시겠습니까.
나는 친노다 페이스북 글 16.3회 임프님께서 잘 정리해주셨네요.
보고 직접 한번 판단해보시는것도 괜찮을것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