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첫 눈이 오는 그 날을 기억해요.
늦은 저녁, 아파트 마당으로 유려히 흐르던 순백의 송이들.
처음 본 파도로 내 눈을 틔었던 순간도,
언젠가 인상 깊었던 발코니에 부딪혀 찬란히 깨지던 빗방울의 소리도,
처음으로 비를 맞는다는 느낌도.
나에게 처음은 잊혀지지 않나봐요.
처음으로 간 여행, 접하는 문화, 풍기는 내음, 가득 조여오는 시야.
그 모든 것이 행복이라는 단어와 접할 수는 없지만.
언제나 기억으론 접할 수 있나봐요.
당신이 내게 그런가봐요.
모든 것이 처음처럼 들어와 함께해요.
함께 걷는 거리, 함께 이야기 수 놓는 카페, 함께 들어올리는 수저, 가까이 떠도는 소박한 여행.
당신과 함께하는 순간, 그 모든 것들.
그 모든 것들이 처음이듯, 무엇이든 설레이는 어릴적 꼬마아이로 만들어줘요.
안달나요. 이 것들을 놓칠까봐, 내가 소중히 여길 모든 것들을 놓칠까봐.
그래서 꾹꾹 눌려 숨겨놓은 마음들이, 불현듯 튀어나와 징징거릴까봐.
그 전에 조심스레 고백할게요.
나와 언제나 함께 해줄래요?
언제나 처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