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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사람 하나 사랑하는 것도 이 정도면 병이라 칭해야겠다.txt
게시물ID : lovestory_756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네이름이아파
추천 : 11
조회수 : 119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9/02 17: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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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준 / 눈물 편지



눈물도 편지처럼 부칠 수 있다면
내 우울한 우표 하나 남기고 그대에게 띄우리

꽃이 저물고 낙엽이 여물어도
그대 우편함이 한 점 마를 날 없거든
사랑스런 당신 탓에
나 펑펑 눈물 쏟는 것이라 전해라도 보게.











서덕준 / 반딧불



저민 가슴의 화약 한 줌으로
활시위를 당겨 마지막 생애를 당신께 비행합니다.

보세요,
당신의 한 평 남짓 어둠을 무찔러 줄
한 주먹 가득찬 나의 발열을.











서덕준 / 고백



당신을 보면 화산처럼 터져나오려던 말은
입을 다물어도
마음 속 수 천개의 입이 부르짖는다.

차마 전할 수 없어서
애먼 하늘에 대고만 외치고 나니
별 하나 없던 하늘엔 무수히 많은 별들이 피었고

내가 눈을 질끈 감는 순간
수많은 별들이 너의 집으로 떨어지며
사랑해 사랑해 연신 악을 질렀다.











서덕준 / 옷자락



당신의 마음에
자투리만 한 옷자락이라도 있다면
나는 기어코 붙잡았을 테지만

자투리도 아니요 실밥 하나 없는
허망한 매무새일 뿐이니
나는 무엇을 붙잡고 무릎을 꿇어야 한답니까.











서덕준 / 나머지



그대 잊으라고만 하니
그저 잊어볼 밖에 없어 그리는 해볼진대
당신 향한 마음이 내 한낱 생애보다도 크니
그리움 덜다 못해 내가 먼저 없어지면

미처 잊지 못한 당신 마음
후에 거둬가십시오.











서덕준 / 난치성 외로움



울먹이는 회색 하늘은
그저 빗물로라도 통곡하면 후련해진다지만

어찌하나
눈으로 마음으로 울어도
변함없는 이 난치성 외로움을.











서덕준 / 페이지



내 인생의 한 장면을
네가 빼곡히 채워주었으면 했건만
허망한 페이지에 적을 것은
고작 네 이름 석 자 뿐이었고
나는 그 이름을 가만히 쓰다듬어보고는
장대비처럼 한참을 울었다.











서덕준 / 병



이렇게 구름 한 점 없이 산들바람 부는 날
발 아래 민들레 한 송이도 이리 향기로운데

나 홀로 덩그러니 주머니에서
한숨 하나 꺼내 먹고 있노라니
사람 하나 사랑하는 것도
이 정도면 병이라 칭해야겠다.










서덕준 / 착각



아침에 이불을 개는 와중에
나는 드디어 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갈 채비를 하고 시간을 살필 때도
나는 드디어 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비 내리는 창 밖을 보는 순간에도
나는 드디어 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불을 끄고 이불을 덮으며 기도를 드릴 때도
나는 드디어 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루를 갈무리하는 새벽 중에
나는 드디어 하루 내내 네 생각을 하지 않았음에 우쭐댔다.
드디어 잊었구나, 하고.

하지만 그 때 나는 깨달았다.


드디어 네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느꼈던 순간마다 
실은 그것이 내가 네 생각만을 함으로 말미암았다는 것을.



출처
- 시인 서덕준 인스타그램 @seodeok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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