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마을에서 좀 떨어진
큰 개울을 건너면 우마차가
지나다니는 삼거리가 있었습니다.
언제 부터인가 삼거리에서 움막을 치고
감자 찌고 탁배기 만들어 팔고 있는
어린아이 업은 아낙이 있었습니다.
탁배기는 요즈음 말로 설명하면
막걸리라고 하는 곡주로서
항아리에 담근 술입니다.
서른이 넘도록 장가도 들지 못한
소금장수 떡거머리 총각이 마침
이곳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총각은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탁배기 한잔 찐 감자 먹고
엽전 한 닢을 내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아무리 살펴보아도
아낙이 남편이 보이지 않아 아이에게
아버지는 어디 갔느냐 물어보았습니다.
네 살쯤 된 아이의 대답은
“ 응 우리 아버지 없어 ”
라고 말했습니다.
총각은 아낙네를
찬찬히 살펴보다가
소금 팔러 갔습니다.
며칠 후 또 떡거머리 총각이 움막을
지나가면서 탁배기 한잔 찐감자 하나를
먹으면서 아낙의 눈치를 살펴보았습니다.
아낙에게 몇 가지 물어도 대답이 없어서
총각은 무언가 한참을 생각 하더니
지게를 지고 집으로 갔습니다.
다음날 소금지게에 어머니를
올려 지고는 아낙네 앞에
총각이 나타났습니다.
총각 어머니는 아낙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애기 엄마에게
이 아이를 내가 잘 키워 줄 테니 우리 집으로 가서
함께 살면 어떨까 하면서 말을 걸었습니다.
아낙네가 노인에게 생각 할 여유를 좀 달라고 해서
그 날 밤은 움막에서 네 사람이 함께 지내면서 그동안 아낙네가
살아온 이야기를 했고 서로 마음이 통하여 다음날 함께 집으로 갔습니다.
그동안 술을 팔던 술 단지 뚝배기 그릇들은
움막에 넣어 두고 새끼줄로 칭칭 감아
꼭꼭 묶어서 움막을 닫았습니다.
같은 식구가 된 그날 이후로
소금장수 집은 일이 술술 풀리고
돈도 차곡차곡 모이기 시작 했습니다.
소금장수 집 뒤 언덕바지 밭을 사게 되었고
가장이 된 총각의 어머니와 아내가 된
아기 엄마가 밭을 가꾸었습니다.
소금장수 네 명의 가족들이 먹을 것은
모두 이 밭에서 농사를 지어서
배불리 먹을 수 있었습니다.
총각의 아내인 아기 엄마는 그동안 예쁜 딸을
하나 낳았고 할머니가 된 어머니와 아내의 사이가
좋아서 가장은 아무 걱정 없이 열심히 장사를 했습니다.
아버지가 된 가장은 아내의 아들도 자기 아들로
튼튼하고 강한 아이로 키우며 소금장수 갈 때
데리고 다니면서 소금 장사를 가르쳤습니다.
눈치가 빠르고 재치 많은 아이는
어느 사이 아버지처럼 장사
수완이 부쩍 늘었습니다.
우마차도 세대나 되었고
소금 장사 일을 도와주는
사람들도 대여섯 되었습니다.
장마당에는 큰 가게를 사서 소금가마를
태산처럼 쌓아 놓고는 아들에게 맡겨
책임지고 장사 하게 해주었습니다.
날마다 장사는 늘고 가족들도 모두
알뜰살뜰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시어머니인 할머니의 보약을 지으려고 개울 건너 마을을 가면서
옛날에 자기가 살았던 움막을 지나다가 깜짝 놀라는 일이 생겼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사람이 옛날의 자신처럼 그곳에서
허리가 굽은 모습으로 똑같이 슬과 감자를 쪄서 팔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노인은 옛날 남편 잡아먹은 나뿐 년이라면서
이제 네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와 홀로된 여자를 빈손으로
쫓아내었던 병들어 죽은 전 남편의 어머니 이었습니다.
한참을 살피다가 움막으로 들어가 허리 꼬부라져 볼 품 없는
노인의 손을 움켜잡으면서 한 없이 울며 어머니 하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그 시어머니 손에 동전 한 묶음을 들려주고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 왔고 그날 밤 아내는
남편에게 오늘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남편은 말없이 들었고 다음날 여느 때와 같이
마차를 소금을 가득 싫고 이웃 마을로
소금 장수를 하러 갔습니다.
이웃 마을을 가든 중에 남편은 옛날 아내가 살던 움막을 찾아가서
움막의 상황을 한참 살피고는 그 노인에게 우리 장마당
가게가 일이 많은데 좀 도와주면 좋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세월이 한참 흐르고 가장은 아들 장가를 들여야 하는 때가 되었습니다.
가게에서 일을 돕는 노인은 젊은 청년을 볼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 했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아내를 장마당 가게로 불러서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남편에게 감동 받은 알뜰한 아내와 사이좋은 시어머니
이제 곧 스무 살이 되는 딸 부지런 하고 장사 잘하는 아들 이렇게 행복한 가족입니다.
곧 장가들 아들과 딸 아내 어머니 온 가족이 가장인 아버지 앞에
모여 앉아서 그동안 집안의 이야기와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온 가족 앞에서 아들의 친 할머니 이야기를 했고
가장의 어머니도 이해하고 찬성을 하였으며 가게의 노인도
아들의 친 할머니로 집으로 들어와서 함께 살기로 했습니다.
아들이 장가를 드는 혼인 잔칫날은 온 동네는 물론이고
근동의 마을에서도 모두들 참석하여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아들이 가게인 장마당 가게가 새아기를 본 다음부터는 소급장수가 나날이 번창하였고
어느 듯 바닷가에 있는 염전도 몇 개도 사들여 집안 살림은 크게 늘었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인연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귀한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인연은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성실하고 진실한 서로 통하는 마음이 좋은 인연은 만든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