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조용히 손을 내밀었을 때
내가 외로울 때 누가 나에게 손을 내민 것처럼
나 또한 나의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다
그 작은 일에서부터 우리의 가슴이 데워진다는 것을
새삼 느껴보고 싶다
그대여 이제 그만 마음 아파하렴
원태연, 꿈
어쩌면
못 이루었을 때
이루어지는
이기철, 너는 와서
내 가진 조그만 향기 네가 원한다면
그 향기 모두 떼어 너를 주겠다
내 가진 조그만 아름다운 네가 원한다면
그 아름다움 모두 베어 너를 주겠다
그러나 나는 가진 것 아무것도 없어
너에게 줄 것은 마음의 불꽃 한 송이 뿐이다
네 곁에 서면 절로 향기가 되고 아름다움이 되는
너는 내 곁으로 와서
내 향기가 되어다오
그때 나는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
안 보이는 너의 속마음의 장미가 되겠다
이윤학, 첫사랑
그대가 꺾어준 꽃
시들 때까지 들여다 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까지
황인찬, 겨울 메모
책상을 가운데 두고 너와 마주 앉아 있던 어느 겨울의 기억
입을 열면 하얀 김이 허공으로 흩어지던 저녁의 교실
네가 숨을 쉴 때마다 그것이 퍼져가는 모양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뻤다는 생각
뭐 보느냐고 네가 묻자 나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를 몰라
너
라고 대답하고 말았던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