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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그가 빨간 장미로 필 때, 나의 쓰다듬음은 빨갰다
게시물ID : lovestory_755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7
조회수 : 122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8/25 19:22:44
김용택, 처음 본 날
처음 본 날 웃었지요
먼 데서 웃었지요
가만가만 웃었지요
꽃잎 내린 강물처럼 잔물결이 일었지요
발밑에서 일었지요
날리는 꽃잎처럼 발길에 밟혔지요
한 잎 한 잎 또 한 잎 뚝 뚝
떨어져 내 눈에 밟혀서
오!
봄이여!
꽃구경 가다가
날 저물어
길 잃고
나는
너를
얻었네
박소향, 사는 일이 쓸쓸할 때
사람없이 혼자로도
행복하고 싶을 때
오후가 밀려드는 강가에 가 보라
거기 무수한 혈흔의 그리움이 숨어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지나가는 쓸쓸한 행복
조금 보일지도 모른다
사랑없이 혼자로도
충만하고 싶을 때
빛살 한 가득 화려한 저녁 바다로 가보라
거기 끊을 수 없는 절망까지 노을에 타는
눈부신 허무가 표안나게 쏟아져
씁씁한 소망 하나 수줍음도 없이
내가 던진 무수한 말에 물들어 갈 것이다
이제는
가슴 다 닳아버린 너처럼
미칠듯 갑갑한 열정이 발갛게 터져
벌어진 틈새로 사랑은 졸고
어느날 문득
사람 없이
사랑 없이
행복할 수 있는 걸 익히게 되는
사는 일이 쓸쓸하게 될 때
나는
농익은 나이가 들고
이별을 하고
바보가 될 것이다
박영석, 햇빛
나는 그를 심었다
물을 주고 꼭꼭 밟아주었다
뿌리를 덮고 있는 흙을 가만히 쓰다듬어주었다
줄기를 가시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는 잎으로 피었다
꽃봉오리로 맺혔다
꽃나무로 서 있었다
그가 빨간 장미로 필 때 나의 쓰다듬음은 빨갰다
그가 노랑 장미로 필 때 나의 쓰다듬음은 노랬다
그가 흰 장미로 필 때 나의 쓰다듬음은 하앴다
쓰다듬었을 뿐인데
오월이 오고
쓰다듬었을 뿐인데
나비가 날고
쓰다듬었을 뿐인데
바람이 불고
이파리들이 자꾸 시퍼래졌다
단지 쓰다듬었을 뿐인데
모자 속에서 비둘기가 나오듯이
조병화, 인생은
인생은 생명으로 시작하여
그리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그리움은 뜨거운 사랑이며
가도 가도 닿을 수 없는 하늘인 것을
하늘은 영원한 것이며
영원은 항상 고독한 것을
아
그와도 같이 인생은
사랑으로 이어지는 황홀한 희열이며
아름다운 적막인 것을
신경림, 햇살
너는 햇살 햇살이었다
산다는 일 고달프고 답답해도
네가 있는곳 찬란하게 빛나고
네가 가는길 환하게 밝았다
너는 불꽃 불꽃이었다
갈수록 어두운 세월
스러지려는 불길에 새 불 부르고
언덕에 온 고을에 불을 질렀다
너는 바람 바람이었다
거센 꽃바람이었다
꽃바람 타고 오는 아우성이었다
아우성속에 햇살 불꽃이었다
너는 바람 불꽃 햇살
우리들 어둔 삶에 빛던지고
스러지려는 불길에 새 불 부르는
불꽃이다 바람이다 아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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