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창가에서
비 갠 오후
햇살이 참 맑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세상이 왜 그처럼 낯설게만 보이는지
그대는 어째서
그토록 순식간에 왔다 갑니까
황경신, 거리
당신과 나 사이에 거리가 있어야
당신과 나 사이로 바람이 분다
당신과 나 사이에 창문이 있어야
당신과 내가 눈빛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다
어느 한 쪽이 창밖에 서 있어야 한다면
그 사람은 나였으면
당신은 그저 다정한 불빛 아래서
행복해라
따뜻해라
허열울, 미움을 지우던 날
열쇠도
자물쇠도 없이 갇혀버린 마음
네 속에 묶여있던 나
미움을
지우던 날
내 생을
흔들어 대던
너를 내가 보낸다
양해선, 짝사랑
너는 있고
나는 없는 것
너는 불꽃으로 타오르고
나는 키를 낮추며 녹아내리는 것
숱한 그리움만 간직한 채
한없이 너울거릴 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강은교, 별똥별
밤하늘에 긴 금이 갔다
너 때문이다
밤새도록 꿈꾸는
너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