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떠나려고 굳이 준비하지 마십시오.txt 有
게시물ID : lovestory_754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증손주베이비
추천 : 10
조회수 : 127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22 17:09:55
이정하 / 문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다 해도
그대여, 그대에게 닿을 수 있는 문을 열어 주십시오
그대는 내내 안된다고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아아 어찌합니까, 나는 이미 담을 넘어버린 것을.
이정하 / 밤새 내린 비
간밤에 비가 내렸나 봅니다
내 온 몸이 폭삭 젖은 걸 보니
그대여, 멀리서 으르렁대는 구름이 되지 말고
가까이서 나를 적시는 비가 되십시오.
이정하 / 떠날 준비
그냥 떠나 가십시오
떠나려고 굳이 준비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당신은 끝까지 가혹합니다
떠남 자체가 괴로운 것이 아니고
떠나려고 준비하는 그대를 보는 것이
괴로운 것을
올 때도 그냥 왔듯이
갈 때도 그냥 떠나 가십시오.
이정하 / 나 혼자서만
그대는 가만히 있는데
나만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그대는 무어라 한 마디도 하지 않는데
나만 공연히 그대 사랑을
가늠해보곤 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그대를 두고
나 혼자서만 부지런히 사랑과 이별 사이를
들락날락했던 것입니다
부족하면 채우려고 애를 쓰지만
넘치면 그저 묵묵히 있을 수 있다는 걸
그대 그윽한 눈빛은 내게 가르쳐 주었지요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사실은
더욱 큰 사랑임을
어쩔 수 없이 난 인정해야 했지요
서덕준 / 옛 꿈
퀴퀴한 창고 구석에
녹슨 통기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세월은 겹겹이 쌓여 무덤을 만들고
그 위엔 턱수염같은 잔디가 자라있었다.
나는 먼지를 털고 나서 한참 후에야 알았다.
그것은 낡은 기타가 아닌
아빠의 옛 꿈이었음을.
서덕준 / 호우경보
우울한 패랭이꽃처럼 하늘만 보았다.
미처 어리석은 처마 밑에
머리 기댈 틈도 없이
쏟아지는 너를 잠자코 맞기만 할 뿐
너를 향해 주파수를 주섬대는
내 마음속 라디오는
홍수처럼 사랑해라,
속절없이 호우경보만을 울려대고.
서덕준 / 매미
수년간 참았을 울음
그 얼마나 서러웠을까요
비록 며칠의 통곡이지만
한 계절의 생애를 헤집고는
흙밭에 숨결을 묻는 당신.
통곡하는 법만 배우고
떠나야 하는 것도 그리 애달팠을까요
뻗친 가지 사이에
흉터로 남아있는 번데기가
덜 여문 가을 바람에
흐느끼듯 흔들립니다.
서덕준 / 비탈길
비탈진 추억을
많이도 걸어 내려왔다.
다시는 그리워 말자 흐느낌을 애써 눌러 죽이고
한참을 뒤도 없이 서성이던 첫 이별.
겹겹이 쌓인 그리움에 채여 넘어진 그 날 밤
처음 뒤돌아 본 우리의 이별 앞에서
너는 그림자만 한 미련도 없이
썰물처럼 사라졌더라.
비탈진 추억을
나는
너무도 많이 걸어 내려왔나보다.
도종환 / 바람이 오면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 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정연복 / 몸살
딱히 찾아올 사람도 없어
이따금 외로움이 밀물지는 때
불현듯 불청객처럼
다가오는 너
끈질기게 들러붙어
몸이야 많이 괴롭더라도
너와의 꿈결 같은
몇 날의 동거 중에는
파란 가을 하늘처럼
맑아지는 정신
왜 살아가느냐고
무엇을 사랑하느냐고
너는 말없이
화두 하나 던지고 가지.
조태일 / 어머니를 찾아서
이승의
진달래꽃
한 묶음 꺾어서
저승 앞에 놓았다.
어머님
편안하시죠?
오냐, 오냐,
편안타, 편안타.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